080. 재치와 도박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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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21 오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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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와 도박

인원: 3-7인 (버전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플레이타임: 25분

장르: 도박(?), 상식퀴즈, 베팅, 파티

난이도: 1/10

언어: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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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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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식 게임을 꽤나 좋아합니다. 문제를 푸는 즐거움도 있지만 틀리는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을 참 좋아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지식 게임은 성별/연령/전공분야에 따라 실력차이가 어마어마 하게 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마세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게임은 문제의 정답을 하나도 모르더라도 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으니까요. 도박과 상식 퀴즈를 절묘하게 섞은 멋진 작품 "재치와 도박"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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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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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플레이어는 작은 화이트보드와 두 개의 칩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1번부터 7번까지 총 7개의 문제를 풀게 되며 매번 새로운 용지를 뽑아 사용합니다. 즉, 총 7장의 문제용지를 쓰는 셈이죠.

출제자는 해당 라운드의 문제를 크게 읽습니다. 예를들어 1번 문제는 "2005년 기네스 기록 기준, 세상에서 가장 긴 뱀의 길이는 몇 피트일까요?" 이군요.

이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진 화이트 보드에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숫자로 기록한 뒤 비공개로 제출합니다.

모두 정답을 제출하면 공개한 뒤 낮은 정답부터 큰 정답까지 순서대로 보드 위에 배치합니다. 중간에 위치한 플레이어의 정답은 1 : 1 비율의 배당 수치를 가지게 되며 좌우로 한칸씩 멀어질 수록 2:1, 3:1... 많게는 6:1 까지 차이가 나지요.

이제 각 플레이어들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화이트보드에 칩을 사용하여 베팅을 시작합니다. 모두 배팅이 끝나면 문제의 정답을 공개합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화이트보드에 쓰인 예측 답안 중 가장 근접한 것을 찾아 그 곳에 베팅한 사람들에게 칩을 배분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 A가 14kg 라고 썼고 플레이어가 B가 15kg라고 답을 예측했다고 해보죠. 만약 정답이 14.9kg 이라면 B가 아닌 플레이어 A가 정답으로 인정됩니다. 왜냐구요? 플레이어 B의 답이 조금 더 가깝긴 하지만 정답보다 크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플레이어 A의 정답이 인정되며 해당 답안에 베팅을 한 사람은 그만큼 칩을 획득하게 됩니다. 물론 문제를 맞춘 플레이어 A 또한 몇 개의 보너스 칩을 받게 됩니다.

각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두 개의 칩은 설령 잃더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게임 내내 벌어들인 일반 칩(붉은색, 초록색, 파란색)은 잃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총 7라운드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가장 칩이 많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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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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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선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게임을 고르라면 단연코 재치와 도박입니다. 북미 친구들과는 종종 트리비아(일반상식)류 게임을 즐기는 편입니다만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보기가 힘들더군요. 초~대학교 생활 내내 공부의 수렁 속에 살기 때문에 노는 순간만큼은 모든걸 잊고 싶은... 그런걸까요? 잘 모르겠군요. 그러나 평소에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서로 자웅을 겨루거나 본의 아니게 순백(?)의 지식을 자꾸 드러내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라면 재치와 도박의 구입을 고려해보세요.

재치와 도박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를 두 개 꼽으라면 "뜬금없이 터지는 재능"과 "숟가락 얹기" 입니다.

재치와 도박 내에서 출제되는 문제들은 사실상 맞추는게 불가능 합니다. 예를 들어 오스카 상의 트로피 높이, 미국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내린 눈의 양, 마이크로 칩이 발명된 해, 2009년도 미국 전역 초등학생들의 평균 몸무게 등... 듣기만 해도 "이걸 어떻게 맞춰?" 싶은 것 투성이죠. 그런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문제를 연속으로 찍어 맞추는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친구들이 간혹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중에 가장 무시받는 녀석이요! 제일 멍청(?)한 녀석이 잘난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건 상식 중의 상식 아닌가? 왜 이걸 모르지?" 하고 콧대를 높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억울하면서도 빵빵 터질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문제라곤 쥐뿔(...)도 몰라 대충 답을 휘갈기곤, 다른 사람 정답에만 베팅하며 승점 칩을 긁어모으는 얌체 같은 친구도 간혹 존재합니다. "답이라곤 하나도 모르지만 숟가락을 잘 얹는 내가 바보인가? 아니면 정답도 못 맞추면서 숟가락조차 얹질 못하는 너희들이 바보인가?" 하고 비꼬는걸 보면 그 또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억울함이 몰려옵니다. 이런 친구와 니가 바보네, 내가 바보네 투닥투닥 다투며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죠. 재치와 도박에서만 볼 수 있는 "무식한 자들의 허세" 입니다 :)

다만 이 게임엔 치명적인 두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첫째, 상당 수의 문제가 미국 위주로 짜여져 있습니다. 200X년도 특정 대상을 주제로 한 통계치를 물어보는 문제가 상당히 많은데... 이러한 이질적인 질문은 정서나 문화가 다른 한국 보드게이머들에겐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한해 발매된 햄버거 종류 수를 묻는 질문과 한국에서 한해 발매된 종류 수를 묻는 질문이 있을 때, 한국 보드게이머들은 후자에 더 몰입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껏 보아온 TV광고, 소문, 쿠폰, 알고있는 매장 메뉴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하여 문제를 풀 수 있는 반면 미국에서 판매 중인 햄버거 따위는 알 도리가 없으니까요. 만약 이런 난해한 질문들이 분위기를 깨뜨리는 요소로 다가온다면 사람들이 알 법한 질문을 고르세요. 다행히 모든 문제가 미국을 기준으로 하진 않습니다.

둘째, 게임 중반에 승부가 확연히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팅이라는 특성상 머니파워(money power)를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후반으로 갈 수록 플레이어들이 보유한 칩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운이 좋아 칩을 충분히 확보한 플레이어가 안정적인 배팅을 시작하면 돈이 쪼들리는 플레이어들은 날고 기어도 이길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초중반은 극도의 긴장감 & 집중력을 느낄 수 있지만 승부가 갈리기 시작하는 6~7라운드에선 전체적으로 긴장도가 떨어집니다. 만약 승부를 위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이머들이 많다면... 재치와 도박은 썩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할 겁니다. 이 게임은 "어처구니 없는 상식 문제 & 무모한/무식한 찍기" 가 주요 재미 포인트니까요.

언어 문제도 있고 이래저래 아쉬운 단점도 있긴 하지만... 일반상식 게임을 잘하려면 그만큼 많이 알아야 한다는 편견을 깨버린 것 하나는 아주 훌륭합니다.

심리 게임에 딕싯이 있다면 일반상식계엔 재치와 도박이 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음료나 술 한잔을 따라놓고 지성파(?) 친구들과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 참 좋은 게임입니다 :)

+ 기타 버전의 재치와 도박 시리즈는 점수 매기는 방법만 조금 다를 뿐 골자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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