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6.04] 친구들과 보드게임

펄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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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9 오전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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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주에 한 번씩은 친구들 만나서 보드게임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너무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거의 한 달 반만에 친구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가졌습니다.

저희가 자주가는 카페가 지하부터 4층까지 있는 곳인데, 다들 경치 보러 위층으로만 올라가는지

지하에는 항상 사람이 거의 없어서 보드게임 하기 참 편합니다.

알바생들 눈치 볼 일도 없구요 ㅋㅋ

오늘도 큰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친구들과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1. 등불축제 8/10

우선 친구들과 워밍업 하는 차원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게임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저렴하게 나와서 사놓고 묵혀놨던 걸 돌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단 다운타임이랄게 거의 없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내 차례가 아니어도 거의 꾸준히 카드가 한 장씩 들어오기에 계속해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룰은 쉬운 편인데, 나에게 큰 이득을 가져오면서 다른 플레이어의 상황까지 견제해야하는 점 때문에 의외로 생각도 많이 해야되더군요.

제가 친구들과 할 게임을 챙겨갈 때 생각하는 요소가 다섯가지 있습니다.

1. 휴대성

2. 룰 설명 난이도 (룰 자체의 난이도와는 약간 다릅니다 ㅜㅜ)

3. 세팅 시간 (저 혼자 다 세팅해야되서...)

4. 짧은 다운타임 (다운타임이 길어지는걸 엄청 싫어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5. 1시간 이내의 플레이 타임

등불축제는 제 기준으로 볼 때 이 다섯 요소에서 다 합격점을 줄 만한 게임인듯 하여 앞으로도 자주 플레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게임 종료 후에 완성된 보드를 보면 굉장히 이쁘고 뿌듯합니다ㅋㅋ

카페 테이블에서 하기엔 약간 타일이 큰 편이어서, 좀 더 넓은 곳에서 다시 해 보고 싶습니다.

이 날은 3등 했던 걸로 기억하네요.

왕의 총애 토큰을 많이 모으긴 했는데, 결국 한 턴에 한 번 밖에 못쓰니까 지나치게 모아봤자 소용이 없더군요.

괜히 폭풍견제만 받고ㅋㅋ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게임을 절묘하게 디자인된 카드 장 수로 해결한 것 같았습니다.

딱 내가 먹으려고하면 품절되는 카드들 ㅜㅜ

2. 왕관 그리고 왕국을 위하여 6/10

보드라이프 후기글을 보고 재밌어 보여서 구매했던 게임입니다.

위펀에서 이걸 구매한 후 며칠 안되서 할인 행사를 해서 배가 아팠습니다...

저부터가 영알못이기에 아주 허접하게 보드 한글화(라고 하기도 민망한...)를 하여 플레이하였습니다.

룰 설명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굉장히 애먹은 게임이었습니다.

바로 각 플레이어의 캐릭터들이 아주 헷갈립니다...

친구들과 저 모두가 상인과 공작이 계속 헷갈려서 여러번 멈칫멈칫 했습니다.

나중에는 '손으로 땡큐하고 있는 애가 상인이야!'라고 각인시키며 플레이 했네요.

다음 플레이 전에는 캐릭터 말에도 이름표를 하얗게 달아줘야 될 것 같습니다 ㅋㅋ;;

그리고 4인플을 하다보니 보드는 좁은데 캐릭터들은 의외로 사이즈가 커서 한 구역에 세~네 캐릭터 정도가 모이면 좁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기사를 써서 상대방의 캐릭터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는데,

룰 북에서는 보드 밖으로 빼라고 했었지만 왠지 분위기가 안살것 같아서 가운데에 쌓는 식으로 플레이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 불찰이었네요. 나중가니 감옥이 완전 탑을 쌓습니다ㅋㅋㅋ

서로 자기캐릭 찾느라 뒤적뒤적하고 난리였네요.

룰 북은 역시 그대로 따르는 걸로...ㅜㅜ

게임 자체는 굉장히 딴지 요소가 가득한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시작하자마자 이 게임에서 점수를 낼 수 있는 캐릭터인 공작이 감옥으로 수감되어 제대로 플레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제 기사로 다른 친구들의 캐릭터를 마구잡이로 집어넣는 정의구현을 하다보니

돈 벌 수 있는 캐릭터가 모두 잡혀가서 다들 고통의 시간을 보냈네요ㅋㅋㅋ

그 와중에 견제를 요리조리 잘 피해간 파란색 플레이어가 독보적으로 영향력 토큰을 차근차근 놓아 승리하였습니다.

이 게임은 4인플보다는 2~3인플이 괜찮게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한 번 2인플로 다시 해보고 싶네요.

개인 참조 시트 한글화가 절실합니다 ㅜㅜ

3. 컬러레또 10주년 기념판 9/10

두 번 연속으로 머리를 핑핑 쓰다보니 힘들어서 쉬어가는 의미로 컬러레또를 꺼냈습니다.

이 친구들과는 줄로레또를 예전에 해봤었는데, 룰 설명을 들으면서 "어 이 게임 언제 해본것 같은데?" 하고 말을 하더군요.

속으로 약간 뿌듯했습니다. 다 기억해주고 있었구나 하고 ㅜㅜ

10주년 기념판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는 게임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주 쉬운 룰임에도 불구하고 빵빵 터지더군요ㅋㅋ

너가 이걸 먹을 것 같으니 똥칠해주겠어!ㅋㅋㅋ

너무 빨리 끝났다면서 친구들이 한 판 더!를 외쳐서 내리 두 판을 연속으로 플레이하였습니다.

사실 줄로레또를 플레이하면서, 상 받은 게임이라기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챙겨야되는 자잘한 규칙도 많고 약간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딱 핵심 메카니즘만을 사용해서 모두가 알기 쉽고 비슷한 재미를 주는 이 게임이 훨씬 좋았습니다. 휴대성에서 일단 비교가 안되네요 ㅎㅎ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들이밀 수 있는 게임을 또 하나 알게 되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근데 이 게임 참 이상한게, 분명 내가 굉장히 잘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최종 점수 계산을 해보면 생각치 못한 플레이어가 이기는 걸까요 ㅜㅜ

4. 라티스 7/10

다음으로 보드라이프에서 최근에 핫 했던 라티스를 플레이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타일을 나눠 담을 수 있는 주머니가 2개 들어있는데, 4명이서 플레이하기 위해 미리 다이소에 가서 주머니 2개를 더 준비하였습니다.

두 명은 주머니에서 꺼내고 두 명은 바닥에서 뽑아오면 좀 그렇잖아요 ㅎㅎ

이 게임도 룰 설명은 금방 끝냈는데, 플레이를 하다보니 치명적인 에러플을 발견하여 중간에 접고 다시 플레이하였습니다.

타일을 놓는 규칙이, 놓을 때 맞닿는 다른 타일들 모두와 색깔or모양 조건을 만족시켜야 되더라구요.

저희는 네 면 중 한 면만 만족시키면 되는 건 줄 알고 플레이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들이 먼저 "어 이거 왠지 게임이 이상한데?" 라고 말해주어서 에러플을 바로잡았네요.

이젠 친구들이 먼저 에러플도 발견해주고, 심지어 접고 다시 플레이하자고까지 말을 해주니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ㅜㅜ

얘들아 어서 보덕이 되렴...!!!

그렇게 해서 다시 플레이를 시작.

확실히 게임 자체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을 많이 해야되더라구요. 단순히 타일을 놓는 것 뿐만 아니라 어느 타이밍에 태양돌을 사와서 콤보콤보콤보! 를 팍팍 터뜨릴지, 바람 타일은 또 언제 써야할 지 타이밍을 재야하고...중반쯤 되니 장고 플레이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운타임 못참는 친구는 너무 지루해 하더라구요.

결국 그 다운타임 못참는 친구가 갑자기 알파고를 상대하는 이세돌 9단의 모습으로 빙의하더니 어마어마한 콤보를 터뜨리며 순식간에 게임을 끝냈습니다. 오른쪽 하단 지역을 그 친구 혼자서 거의 다 채웠었네요.

게임은 딱 루미큐브를 할 때의 그 느낌이었습니다. 약간 건조한 듯 한 게임을 디럭스 판의 손맛 좋은 타일과 태양돌 컴포가 살렸네요 ㅋㅋ 계속해서 내 턴을 잡아가며 플레이하는게 아주 재밌었습니다. 그런 반면에 다른 친구가 계속 오레노 턴! 오레노 턴! 하는걸 보고 있으면 괜히 미워보이는 이중적인 마음이 생기기도 했네요...ㅋㅋㅋ

5. 하나비 10/10

서로 너무 경쟁만 하느라 지친 듯 하여 힐링을 위해 꺼냈습니다.

오늘 같이 만난 친구 중 한 명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고, 또 한 명은 제일 힘들어하는 게임입니다ㅋㅋ

꼭 하나비를 가져와달라해서 챙겨왔었네요.

하나비를 할 때 꼭 챙겨오는 카드홀더입니다. 원래는 티켓투라이드 용으로 발매된 듯 한데, 하나비 전용이 되어버렸네요ㅋㅋ

앞 뒤로 두 열이 있어서, 힌트 받은 카드를 기억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는 건 뒷 열, 모르는 건 앞 열 이런 식으로요.

엄밀하게 룰을 적용하면 이런 식으로 플레이해서는 안되겠지만, 저는 하나비를 친구들과 편하게 마음 맞추는 식으로 하는 편이라ㅎㅎ 룰 적용을 널널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그거 이외에는 서로 눈치주는 걸 최대한 강하게 말리고 있습니다.

이 날은 제가 어쩌다보니 힌트를 하나도 못받아서 계속 버려가면서 힌트 토큰 채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란색 5를 버려버려서, 게임 끝나고 친구들한테 엄청 혼났네요 ㅜㅜ 아니 그러면 힌트를 주던가!!!

그래도 20점은 넘겼습니다 ㅎㅎ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 참 좋아합니다.

6. 비아네뷸라 3/10

하나비를 하며 힐링도 됐겠다, 오늘 제가 꼭 돌리겠다 마음먹었던 비아네뷸라를 꺼내들었습니다.

보드 한가득 펼쳐지는 세팅과 개인판 세팅에 친구들이 겁부터 먹습니다.

"아냐 얘들아, 이거 의외로 쉬운 게임이래" 다독이며, 전날밤 설명할렘과 영어룰북을 통해 공부했던대로 열심히 룰 설명을 했습니다.

참조표로 카드 확인하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이렇게 플텍 위에 한글텍스트도 붙이는 준비를 해왔습니다.

보드라이프의 고수님들께서 보시기엔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재밌게 하고 싶은 저의 노력이었습니다ㅎㅎ

아...그런데 이 게임. 많은 게임을 접해보셨던 보드게이머분들 기준으로 쉬운 게임이었나봅니다.

제가 욕심이 너무 과했었나봐요.

사실 저부터가 내 턴에 뭘 해야할지 잘 와닿지 않아 이리저리 헤맸는데, 친구들은 오죽했을까요 ㅜㅜ 한숨을 푹푹 내쉽니다.

컴포가 알록달록하니 이쁘고, 자원을 연결해나간다는 점에서 약간 빡빡한 티켓투라이드 같은 느낌을 상상했는데 엄청 빡빡하네요. 장고가 속출합니다.

계속해서 자원 세팅을 해주고, AP 몇 남았나 체크해주고, 건설 가능한 카드 체크해주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그리고 한 타일에 도시가 두 개 지어지는 것 때문에, 좁은 땅에 자원이 여러개 쌓이다보니 막 어떤 자원이 누구껀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마틴 월레스 작가 게임은 이 게임이 처음이었는데, 다른 분들이 적어주신 글 중에서 '자기 게임은 하도 어렵다고 소문나서 잘 안하려고 하니까 일단 이쁘게 만들어서 앉히려고 했나보다' 라는 문장이 딱 와닿았습니다. 이 게임은 좀 더 보덕력을 키우고 나서 다시 도전해봐야할 것 같네요.

그래도 후반쯤 가니까 게임이 어느정도 파악되고, 또 초원 타일이 많이 깔리고 나니 초반의 답답했던 느낌과 다르게 슝슝 자원을 끌어오는 맛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좀 풀릴만 하니 금방 끝나버렸네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같이 해 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했습니다. 항상 제가 하고싶은 게임만 챙겨와서 플레이를 하다보니, 이렇게 배려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티투알, 도미니언, 하나비 같은 게임을 참 좋아하는 친군데, 제 욕심에 자꾸 신작을 들이미게 됩니다 ㅜㅜ 이 친구들과는 촐킨도 성공했어서 어려운 게임도 가능하겠거니 싶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