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버건디 카드게임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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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3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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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2016

인원: 1-4인

플레이타임 : 30~45분

장르: 셋콜렉션, 카드게임

난이도: 3/10

언어: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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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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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란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정말 깨기 힘듭니다. 당연히 저도 여러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지요. 보드게임 테마 한정으로 몇 가지를 고르라면 "좀비" / "철도" / "교역" 을 꼽을 수 있겠네요. 이 세가지 테마는 언제나 저를 슬슬 뒷걸음치게 만듭니다. 제가 떠올리는 좀비 테마의 게임은 언제나 주.사.위를 굴려 좀비를 제거하며, 철도 게임은 장시간 한자리에 앉아 복잡한 돈 관리를 해야하고, 교역 게임은 배경이 무엇이든간에 시작부터 끝까지 사고팔기를 반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몇번 선입견을 깨려고 도전 해보았지만... 일부 게임 외엔 역시 쉽사리 깨지진 않더군요. 오히려 선입견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결과만...ㅠㅠ

자, 각설하고 왜 선입견 이야기를 하였느냐? 바로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할 버건디의 성 카드게임(이하 버카) 때문입니다. 이 게임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버건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사위" 게임 중 하나거든요. 그러나 플레이 영상을 보고 경악했죠. 테이블 위에 조그만 카드가 한가득 깔린 난장판을 보곤 "젤나가 맙소사... 누가 이런 혼종을 만들었단 말인가..." 싶었습니다. 룰북을 두 세번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단점이 너무나 많이 보였습니다. 안해도 될 게임 같아보이는데... 하며 이런저런 우려를 하고 있던 도중 드디어 친구가 버건디 카드게임을 입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리뷰를 쓰고자 후다닥 달려가 서너판을 연속으로 돌려보았지요.

과연 제가 생각했던 선입견들이 다 적중했을지 확인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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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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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카에서 승리하려면 5라운드 동안 다양한 액션을 통해 가장 높은 승점을 획득해야 합니다. 각 라운드는 6턴으로 이루어져있죠.

구체적으로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버카에서는 하나의 카드가 두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주사위"로서의 역할이며 나머지 하나는 "건물"로서의 역할입니다. 매 라운드마다 각 플레이어에겐 6장의 카드가 비공개로 주어지는데 이것은 "주사위" 를 상징합니다. 즉, 하단에 그려진 건물과 능력은 아무 의미가 없지요. 즉, 이 카드는 자신의 앞에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주사위 눈으로 소모해야 합니다.

즉, 이것은 건물이 아니라 4와 5라는 주사위 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버건디(보드게임)와 아주 비슷합니다.

1. 라운드가 시작되면 테이블에 새로운 카드들이 깔립니다.

2. 각 플레이어는 6장의 주사위를 "비공개"로 받은 뒤 두 장을 뽑아 손에 듭니다.

3. 선부터 시작하여 각 플레이어는 손에서 카드 한장을 버리며 그 주사위 눈으로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 테이블 중앙에서 주사위 눈과 일치하는 건물을 하나를 계획 공간으로 가져온다.

- 계획 공간에서 주사위 눈이 맞는 건물을 실제로 영토에 설치하고 능력을 발동한다.

- 주사위 눈이 일치하는 상품을 모두 팔고 판매한 수만큼 실버를 받는다. 그리고 선 플레이어 카드를 가져온다.

- 주사위 눈을 하나 사용하여 일꾼을 최대 2개까지 채운다 (즉, 이미 2명의 일꾼이 있다면 이 행동은 의미가 없습니다.)

- 주사위 눈을 하나 사용하여 실버/일꾼을 3개당 1점으로 변환한다.

- 주사위 눈을 하나 사용하여 실버 하나를 가져온다.

4. 그리고 해당 플레이어는 자신이 받은 비공개 주사위 덱에서 카드를 하나 뽑아 손 패를 2장으로 채우고 턴을 넘깁니다.

5. 게임 도중 같은 색의 카드 3장을 영토에 설치하면 해당 라운드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6. 실버 3개를 버리면 보너스 액션으로 덱에서 카드 세장을 뽑아 그 중 하나를 계획 공간으로 가져오거나 / 주사위 눈으로 쓸 수 있습니다.

5. 이렇게 반복하다가 라운드가 종료되면 다시 1번으로 돌아갑니다.

게임이 종료되면 점수 계산이 시작되며 영토에 설치한 같은 색의 카드 3장당 해당 카드 하단에 있는 점수를 받게 됩니다. 위의 예시대로라면 초록색 성은 3장을 모아서 2점을 받겠네요. 3장을 모으지 못하면 점수는 없습니다. 이외에 상품판매 / 동물 조합 같은 다양한 루트에서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버건디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어떤 느낌으로 진행되는지 금방 이해하실거예요 :)

버건디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신 분들은, 무조건 하고 싶은 액션을 하는게 아니라 손에 든 주사위 눈을 소비하여 해당 숫자에 맞는 액션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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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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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괜찮은 게임입니다. 제가 우려했던 것들이 꽤나(혹은 거의 다) 빗나갔어요. 오늘은 독특하게 스스로에게 반박하는 방식으로 감상을 써보겠습니다.

1. "야야... 테이블 위에 깔린 카드 좀 봐라...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네..."

바로 위 사진을 보면 참 깔끔하고 정돈 되어 보이죠?

실제론 테이블 위에서 난리가 납니다. 테이블이 6명이 앉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넓은데다 제가 게임 내내 계속 정리를 해줬으니 그나마 이정도지... 이 테이블의 2/3 사이즈라면 혼란과 혼돈이 여러분의 테이블을 방문할 듯 합니다 -_-;;

실제로 4인플 세팅을 하고나서 친구들이 했던 말도 "Look at that madness...(저 미친 꼴 좀 보게...)" 였습니다. 이렇게 공간도 어마어마하게 차지할 뿐만 아니라 라운드가 지날 수록 점점 보드 위가 복잡해집니다. 초보자들이 이 게임을 배울 땐 여기저기 깔려있는 카드 때문에 눈이 핑핑 도는 체험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워낙 넓은 공간에 이것 저것 잔뜩 깔린데다, 어디까지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테이블 위의 경계선이 조금 애매하거든요.

그러나 다행히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테이블 위를 자세히 보면 공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이지요. 대표적인 예로 1~6번까지 공간을 나눠주는 카드를 일렬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3|3 식으로 반으로 접어도 공간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게다가 카드는 색깔별로 능력이 같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면 테이블 위의 카드를 겹쳐 놓아도 색상만으로 어떤 카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들의 소유한 카드들도 / 영토에 설치한 카드들도 적당히 뭉쳐 놓을 수 있습니다. 일꾼/실버/보너스 승점 카드 같은건 박스에 모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써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치명적인 단점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2. "뭐야? 버건디만의 큰 매력 두 개가 사라졌네? 전략이고 뭐고 게임성이 다 깎여나갔겠다..."

보드게임 버건디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요소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하지 못했던 리뷰어 시절 때 놓쳤던 점이기도 하죠). 바로 다양한 종류의 승점(지식)을 노리는 승점 전략과 타일들과 개인보드를 언제 어떤 순서로 채워가느냐 하는 공간적 전략입니다.

버카에서는 이 두가지 요소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다양하던 지식 타일이 모두 +2 일꾼 카드로 통일 되어버렸고 공간개념은 모두 셋콜렉팅으로 바뀌어버렸죠. 결국 플레이어들이 노려야 하는 것을 1~2개로 통일하는 바람에, 강과 같은 깊이를 자랑하던 게임을 무릎 깊이의 개울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만약 버건디가 주는 깊은 전략 / 고민을 좋아했다면 깃털 같은 버카에선 실망만 느끼겠지요.

그러나 주사위를 통해 행동에 제약을 걸고 그 제약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수 & 콤보를 찾아내야 하는 버건디의 게임성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깊은 전략보단 그 압박감 자체를 좋아한다면 버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3. "버카만의 차별점 뭔데? 그걸 설득하지 못하고 있잖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만... 버카만의 독특한 매력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턴의 진행이 살짝 달라진 것과 실버의 사용방법이죠.

보드게임 버건디에선 모두가 주사위를 굴리고 한명씩 "두 개의 주사위를 모두 사용하고" 턴을 넘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사위가 엉망진창으로 나오면 "끄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 자주 있지요. 그러나 버카에서는 손에 든 두 장의 주사위 카드 중 하나를 쓰고 새로 보충하기 때문에, 쓸모 없는 카드는 일단 손에 든 채 다음 주사위 카드를 기대 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플레이어들은 "일단 참고 기다려보자"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주사위 눈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죠.

또한 보드게임에선 두 개의 실버링을 사용하여 중앙의 흑색 타일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버카에서는 세 장의 카드를 뽑아 건물이나 주사위 눈으로 쓸 수 있도록 하나의 선택지를 추가했죠. 이 또한 플레이어들에게 "건물이 다 별로네... 그냥 주사위 눈으로 쓰자" 혹은 "주사위 눈이 다 별로네... 그냥 건물로 가져오자" 하는 선택적 여유를 줍니다. 모든게 공개된 보드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운에 의존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얍! 좋은거 나와라!" 하고 세 장을 뽑아보는건 의외로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게임 내내 실버 3개를 모아 자꾸만 도박을 하게 되더군요 ㅋㅋ

버건디란 게임은 제한된 환경 내에서 콤보를 터뜨리며 필요한 것을 후다닥 모아야 하는 "반짝 할인"과 같은 게임입니다. 누가 내껄 가져가기 전에 먼저 가져와야 하죠. 이렇게 서로 견제가 심한 게임에서 이렇게 넉넉한 여유를 주니 비교적 가벼운 느낌으로 즐기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4. "보드게임 버건디와 비교하면 깃털만큼 가볍네... 이럴거면 보드 버전을 하고말지. 뭐하러 카드버전을 사?"

이 게임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네, 기존의 "버건디"를 해보지 못한 사람과 "버건디"를 해본 사람이지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만큼 해본 사람 입장에서 먼저 이야기 하겠습니다.

보드게임 버건디를 해본 입장으로서 솔직히 말하면 버카는 있으면 좋지만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휴대성"과 "전략성"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버카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작 버건디의 휴대성이 높아졌다! 이제 어디에서든 들고다니며 할 수 있어!" 입니다. 실제로 버카 박스는 손바닥 크기 정도니 휴대성이 정말 높죠. 그런데 조심하세요. 휴대성이 높다고 하여 그것이 "어디에서나 게임을 할 수 있다"를 뜻하진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했 듯 버카는 보드게임과 거의 비슷한 공간을 차지합니다. 필연적으로 충분한 크기의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할 수 밖에 없죠. 카페에 앉아 작은 테이블 위에서 애인/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버카를 하려 하신다면... 사전조사를 먼저 해보셔요. 이런 장소가 생각보다 많진 않을지도 모릅니다. 버카를 사야할 정도로 보드버전이 휴대성이 낮냐? 그건 또 아닙니다. 타일별로 주머니에 넣고 보드 같은건 파일 같은데 넣으면 보드 버전도 상당히 휴대성이 높아지거든요. 얼추 비슷한 휴대성에 전략성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전 차라리 보드게임을 하겠습니다. 휴대성이란 장점 하나만으론 이 게임을 사야하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요. 또한 필러게임으로 버건디를 하기엔 이미 보드게임이란 거성이 존재하는데다... 다른 류의 필러게임이 워낙 많아서 포지션도 미묘하네요.

그런데 위에서 "있으면 좋지만"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 게임이 눈부신 빛을 발할 부분이 보이거든요. 바로 초심자들의 존재입니다.

보드게임 버건디는 초심자들이 선뜻 배우기엔 상당히 무겁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타일, 전략, 여기저기 벌어지는 승점 싸움, 순식간에 훅훅 빠져나가는 타일들을 빨리 챙겨야 하는 빡빡한 진행까지... 주사위가 들어간 게임치곤 실력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는 게임이죠. 첫판부터 배워야 할 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보드버전에 비해, 버카는 비교적 배워야 할게 적고 직관적입니다. 거기에 위에서 언급한 "선택적 여유"가 초심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죠. 즉, 버건디를 산으로 표현하면 버카는 뒷동산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라가기 전에 가볍게 몸을 풀고 버건디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죠. 이것은 기존의 버건디가 엄두도 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또한 게임 종료 후에서야 점수 계산을 하는 것도 참 좋아요. 기존 게임에선 점수가 대놓고 보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의 멘탈이 터져나가며 좌절하게 만들거든요. 만약 버건디를 알고 있는 고정적인 멤버들만 있는게 아니라, 매번 풋풋하고 초보초보~한 신규 멤버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환경이라면 버카를 하나쯤 구입해 두시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버카를 좋아한다면 차후에 버건디도 좋아할거예요 :)

5. "난 안살래"

첫 인상은 "이런건 필요없어" 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버카가 딱히 필요없으면서 가지고 싶습니다... 으아아앙ㅡ!!! 지금 상태론 "사자 vs 사지말자"가 5:5로 거의 비슷하죠. "이거 돌릴 일이 있을까? 안살래" 하고 그냥 넘겨버리기엔 생각보다 재밌는데다, "어떤 물건을 50% 싸게 샀다면 너는 그만큼 이득을 본게 아니다. 안해도 되었을 지출을 한 것이다." 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버카의 착한 가격이 자꾸만 저를 유혹합니다.

아마도 지금 당장은 환경적인 문제로 구입하지 않겠지요. 이 게임을 산다고 해서 제 주변의 경험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좋아할지 확신도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 모임에 신규 게이머들이 꾸준히 유입되거나 버건디를 소개할 일이 잦아진다면 분명 구입을 고려할 것 같습니다. ...아마 분명 사겠지요. 그럴거라는 감이 확 오네요.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만 가지지 않는다면 꽤나 괜찮은 게임입니다. 저처럼 애매한 상황에서 고민 중이시라면 주변 사람들을 꼬셔서(...) 먼저 해보고 구입을 결정하셔요 >:)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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