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벌어질 일 (속지 번역글)

부드러운식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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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9 오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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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드러운식칼입니다.

넷러너 관련 신규 소식을 주로 전해드렸습니다만,

오늘부터는 기존에 발매된 데이터팩과 디럭스 확장팩에 삽입된 속지 번역글도 연재하려 합니다.

넷러너 뿐만 아니라 FFG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글들입니다.

연재 속도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꾸준히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가져온 글은 첫 데이터팩인 What Lies Ahead의 속지 번역글입니다.

해당 팩의 모든 카드는 한글화해 두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netrunnerdb.com/kr/set/wla

부디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네요.

휘자드

아나운서가 그의 코드네임을 외치자 경기장의 관중들이 울부짖었다. 갈 곳을 잃은 그의 손가락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그는 중얼거리며 천(千)부터 시작하여 소수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그의 입이 601을 세는 순간,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이 울렸다.

바로 어제만 해도 그는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자켓을 걸치고 뉴 엔젤레스 할리퀸 가를 걷고있었다.

"어딜 그렇게 바삐 가시나," 지저분한 판초를 입은 하층민 데이터 딜러가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빈스톡 최고의 물건이라니까!" 그는 데이터 딜러를 밀쳐 내고 성큼성큼 걸음을 재촉했다. 착륙하는 호퍼를 피하는가 싶던 그의 형체가 후미진 골목 근방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의 발걸음은 다 허물어져가는 문 앞에서 멈추었다. 그는 녹색 페인트가 다 벗겨지고 부서진 나무 파편들이 여기저기 훤히 드러난 문에 서투른 노크를 했다. 그러자 흑발에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매력적인 여자 하나가 문을 열어 그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그녀가 말했다. "주인님이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접대부는 그를 바, 댄스 플로어를 지나 원형 계단을 거쳐 화려한 라운지 너머 작은 사무실로 안내했다.

미스터 리는 그의 몸에 딱 들어맞는 수트를 갖춰입은 초로의 신사였다. 거대한 철제 책상 너머에 앉은 그가 입을 열었다. "미스터 휘자드, 자리에 앉게나."

관중들은 사라지고 경기장도 사라졌다. 그는 이제 게임 내에 있었다. 그 은 깜깜했고, 그는 HUD에 얹은 손가락을 튕겨 올렸다. 네 기의 봇이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추적 프로그램은 이미 동작 중이었다. 세 명의 적이 중앙 탑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두 명은 지도 외곽으로 흩어졌다. 그는 미소지었다.

"편하게 휘즈라고 불러. 그리고 난 서 있는 게 편해." 하루의 대부분을 잭 인하여 보내는 그는 누군가의 아래 위치한 불편한 자리에서 잠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자넨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지." 그는 요청하는 투가 아니었다. "내일 열리는 ICG에서 수많은 크레딧이 그 주인을 찾아다닐 걸세. 올해 최고의 중계가 될 것임을 두 말하면 잔소리일 걸세. 그리고 자넨... 내일 거기서 드디어 패배를 맞이하는 거지, 알겠나?"

당혹감과 분노 속에 휘자드가 크게 기침했다. "난 절대 게임을 포기하지 않아!"

미스터 리는 화해의 제스쳐와 함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잘 듣게. 이건 돈 문제가 아닐세.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승리 이상의 것을 제안하진 않았을 걸세."

언제나 돈 문제지, 휘자드가 씁쓸하게 되뇌였다.

미스터 리가 말을 이었다. "메세지를 보내는 것과 관련된 건일세."

그의 센서가 무기고의 잔해에서 발사된 레이저 한 줄기를 확인했다, 그의 공격봇이 박살남과 동시에 그는 쉴드를 올렸다. 그는 Y-bot에게 조명탄 하나를 던져 인근을 밝히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깜짝 놀란 적에게 잽싸게 그의 플레셰트를 난사했다. 그가 직접 설계한 소형 지연 프로그램 덕에 적들의 쉴드는 항상 너무 늦게 발동했다.

미스터 리는 진지해 보였다.

"무슨 메세진데?" 휘자드가 물었다.

"서로를 적대하는 두 거대한 세력이 격돌할 때, 승리의 여신은 양보하는 법을 아는 쪽에 미소지으리라." 미스터 리가 한숨지었다. "자넨 시스템 밖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지. 자네와... 자네의 친구들은... 네트워크가 궁극적인 통제 수단임을 알고 있을 걸세."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책상에 몸을 숙인 미스터리는 엄지보다 작은 칩 하나를 꺼내들었다. "모든 네트워크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을 걸세- 일시적이지만."

두 명의 적과 그들의 분대가 와해되었다. 파리아가 위치를 벗어난 가운데, 7초 뒤 단독 습격이 가해졌다. 치명적 일격임은 자명했다. 이제 호크와 수네사만 남았다. 수네사는 공격봇 한 기에 순식간에 무력화되었고, 홀로 남은 호크는 그가 필요로 하는 넥서스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의 타워 말이다. 속도의 문장을 활성화하자 네 갈래의 빛줄기가 전장을 가르고 중심을 향했다.

미스터 리의 계획을 들은 휘자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방송에 개입한다면 누구도..."

"그게 다가 아니네. NBN이 빈스톡 끝까지 색출해서 잡아낼 걸세."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결정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좋아. 그렇게 하지.

수네사가 패퇴했지만 호크는 아직 파워봇과 Y봇을 이용해 넥서스를 지켜내고 있었다. 휘자드는 봇들로 하여금 타워를 향해 돌진하도록 명령했고 연막탄 하나를 던져 넣었다. 그의 분대가 하나 하나 박살날 때마다 적색 경고등이 점멸했고 플레셰트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었다. 결국 휘자드는 입구를 확보했지만 그 과정에서 온 몸에 경상을 입은데다 쉴드도 바닥을 드러냈다.

타워는 외부로 통하는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파워봇이 분쇄기에 부착된 점프 패드를 붙잡았다. 미약한 방해장의 힘을 빌어, 휘자드는 아슬아슬하게 그 흉기를 피해 그 속으로 뛰어 들어 중갑 봇에 그의 플레셰트를 잔뜩 먹이는 곡예를 선보였다. 약점을 집요하게 노린 슬라이더 블레이드의 일격은 치명적이었다. 중갑 봇은 작동을 중지하고 픽셀 조각으로 화해 사라졌다.

호크와 그의 Y 봇은 타워의 꼭대기를 점거하고 있었다. 휘자드는 사이버-EMP를 장전했다. 발동 시점에 게임에서 나가지 못한다면, 그의 뇌도 튀겨지고 말 무시무시한 물건이었다. 넥서스에 가까울 수록 파괴력과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었다. 휘자드는 점프 패드를 밟고 도약하여 꼭대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바닥에 발을 딛은 휘자드는 그의 무기를 총집에 꽂아 넣었고, 호크와 Y 봇이 서서히 쓰러졌다. 그의 쉴드가 사라지고 HUD에 불이 붙음과 동시에 게임이 암전되며 그 끝을 알렸다...

그를 둘러싼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유리 방에 홀로였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디스플레이들이 사라져갔다. 수천개에 달하는 스크린이 꺼지고 갑작스런 침묵이 자리잡았다. 파급 효과는 전미권 그리드의 절반에 달할 것이리라.

휘자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건 이긴 걸로 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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