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3

하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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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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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자하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테마와 관련된 재미를 주제로 글을 작성해보았는데 수사적인 표현력이 부족하여 뭔가 글이 부족한 것 같네요. 제가 생각하는 3대 요소, 사람, 구조, 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서 뭔가 시원하네요. 이번 글도 방구석 철학자가 쓴 헛소리로 봐주시고 이 글에서 나온 보드게임 모두 좋은 보드게임이니 체험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이전 글도 포함해서요)

이전 글 링크도 남기겠습니다.

<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1: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51997&tb=board_community

<보드게이머의 짧은 생각> 보드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 2: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52004&tb=board_community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마와 경험

보드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테마이다. 보드게임에서 테마란 보드게임의 배경, 예술, 담고자하는 주제 등을 포괄하는 말로 보드게임 작가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려는 경험과 큰 연관이 있다. 보드게임의 테마를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는데 게임의 구조가 보드게임의 뼈대라고 하면 보드게임의 테마는 그 뼈에 붙어 있는 살, 혹은 그 위에 입혀 놓은 옷이라고 말할 수 있다. 풍부한 테마를 가지지만 게임의 구조의 완성도가 부족한 게임은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평가받을 것이며 게임이 아닌 다른 매체(ex. 영화)로 전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반대로 게임 구조의 완성도가 높으나 테마가 빈약한 게임은 굉장히 투박해보이고 더 나아가 조악해보일 수 있다.(추상전략 게임의 경우, 테마를 제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테마를 제거한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분명히 테마가 빈약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구조가 간단명료할 때 이러한 테마를 제거하면서 간단함, 단순함을 부곽시키며 그것에 담겨있는 전략적 깊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보드게임의 풍부한 테마는 그 자체만으로도 게임 플레이의 의미가 될 수 있다. 풍부한 테마는 그 보드게임의 개성이 되며 다른 보드게임 말고 이 보드게임을 하는 이유가 되어주곤 한다. 테마는 다채로운 다양성을 제공하며 보드게임 제작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게임의 구조와 테마는 분리되어 있는 개체가 아니다. 이 둘은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게임마다 그 둘의 선후관계가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구조가 복잡할수록 테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자칫 구조로 인해 난잡할 수 있는 게임을 적절한 테마를 적용하면서 그 난잡함을 이해가능한 범주로 바꿀 수 있다. 이는 복잡하다고 생각되는 아무 보드게임을 가지고 와서 그것의 테마를 삭제해버리면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일례로 다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가 턴을 마친 이후 a에 따라 b를 소모하고 b를 소모할 수 없다면 e를 감점하며 a에 관한 조건을 만족한다면 c를 생산하며 a가 놓여진 곳에 따라 d와 e를 생산한다가 게임의 구조라고 하자. 이 때 이 구조만 존재한다면 이해하기 어렵고 게임이 굉장히 번잡해보인다. 이때 문명이라는 테마를 적용하여 a에 인구, b에 식량, e에 문화점수, c를 자원, d를 과학이라고 대입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보드게임 구조가 나오게 된다. 플레이어가 턴을 마친 이후 인구에 따라 식량을 소모하고 식량을 소모할 수 없다면 점수를 감점하며 인구에 관한 조건(행복도)을 만족한다면 자원을 생산하며 인구가 놓여진 곳에 따라 과학과 문화점수를 생산한다는 보드게임 "쓰루 디 에이지스"의 턴 종료 구조를 간략화해서 보여준다. (물론 쓰루 디 에이지스의 경우 테마에 맞춰서 게임의 구조를 만든 사례이지만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 이해하기 좋은 케이스라서 소개한다.) 쓰루 디 에이지스처럼 게임의 테마에 맞춰서 게임의 구조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의 구조를 먼저 만들고 그것에 맞는 테마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구조를 만들고 그것에 맞는 테마를 적용한 케이스의 예로는 스테판 펠트의 "본파이어"가 있다. 유투브 데굴데굴 스튜디오의 보드게임 TMI에서 소개된바 있듯이 '본파이어'는 포인트 샐러드라는 보드게임의 구조를 먼저 만들고 그것에 맞는 테마를 찾다가 결국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보드게임의 테마와 재미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앞서 테마가 보드게임 작가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려는 경험과 큰 연관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플레이어에게 보드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며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이 보드게임의 재미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영화, 책과 같은 다른 매체와 공유하는 재미로 이해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보드게임에 따라 우주선을 제작하여 우주를 탐험할 수도 있고 어느 중세시대의 영주 역할을 체험해볼 수도 있으며 어느 유럽의 도시의 이색적인 풍경을 체험할 수도 있다. 즉, 보드게임이 내포하고 있는 테마는 플레이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제공하게된다. 이때 새로운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력의 영역일 수도 있고 현실에서 존재하긴 하나 접하기 어려운 경험의 영역일 수도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력은 흔히 판타지, SF 테마의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 '루트'와 같이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낼 수도 있으며 보드게임 '아컴호러' 와 같이 기존 세계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테마를 도입할 수 있다. 이 둘 모두 보드게임 작가의 상상력을 플레이어에게 소개하므로서 플레이어의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주어 그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낸다고 볼 수 있다. 여타 SF, 판타지 소설과 같이 스토리가 존재하는 매체일 경우 현실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지만 정작 스토리 속에 인간군상, 현실 세계의 이야기를 은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스토리를 담기 어려운 보드게임의 특성상 세계관의 경험, 상상력 확장 등의 역할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보드게임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존재하긴 하나 접하기 어려운 경험의 영역은 시공간, 혹은 직업의 제약으로 접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드게임을 통해 간접경험 시켜주는 영역이다. 과거의 역사, 특정 시대에 대한 테마는 이러한 영역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보드게임 '언던티드: 노르망디'의 경우 세계 2차대전을 테마로 가진 간단한 워게임이다. 언던티드를 플레이하면서 병력을 배치하고 각 병과마다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면서 세계 2차대전을 간접체험해볼 수 있다. 지휘관은 판단 실수로 인해 보병들을 기관총 밭을 뚫으라고 명령했을때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후퇴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그에 따른 비참함, 박격포로 눈먼 포격에 사라져가는 보병들, 하지만 전투의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보병이라는 점, 좋은 지형을 선점하여 상대방을 저지하는 상황 등은 세계 2차 대전 혹은 전쟁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영웅적인 돌격은 전쟁에 존재할 수 없으며 그것을 명령하는 지휘관이 얼마나 무능력한 존재인지를 느낄 수도 있다.) 공간에 대한 간접체험 또한 보드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다. 여행을 통해서만 갈 수 있거나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도시들을 보드게임을 통해 알게되고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산토리니, 프라하, 요코하마, 르와브르, 등등 몰랐던 여러 장소들을 보드게임을 통해 알 수 있게되며 이러한 도시들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보드게임 '산토리니' 같은 경우에는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산토리니의 독특한 건물 구조, 그곳만의 독특한 색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보드게임은 여러 직업들을 체험켜주는 장이 될 수 있다. 보드게임 '비뉴스'의 경우 와인 제조 및 와인 샐링의 과정을 게임플레이를 통해 경험할 수 있으며 보드게임 '갤러리스트'의 경우 숨겨진 작가 발견, 예술가들의 성장, 예술품 컬랙션 수집, 그것에 따른 가치 상승 등 미술 큐레이터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여러 직업들의 삶을 보드게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보드게임의 테마는 보기도 좋은 떡을 만드는 게임의 아름답고 특별한 요소이다. 다양한 체험이야 말로 사람의 원초적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여기까지 테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음 시간에는 새로움, 체험, 승부욕 등 재미와 관련된 감정을 이야기하고 이 긴글의 마지막을 지으러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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