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게임마스터가 되어보자 (TRPG 두 작품 소개) 첫번째
오후에 쓴 글에 아이들을 위한 RPG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으셔서 급히 글을 써 봅니다.
아이가 이야기 만들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 마침 RPG 를 제가 접하다보니 이게 아이들 용으로도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검색을 열심히 해보고 리뷰영상 플레이영상 리뷰글 등을 공부한 결과 두가지로 좁혀졌습니다.
우선, 이 게임들은 Game Mater (GM) 1명과 소수 (1명 혹은 2명) 의 아이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상정한 소개입니다.
물론 GM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되시겠습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의 상상력에 "No" 라고 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주 쬐금이지만 이쪽 세상을 살펴보니 이것이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GM의 좋은 덕목으로 여겨지는 듯 합니다.
RPG게임의 장점 중 하나,
아이들은 주사위 굴리는 걸 특히 좋아합니다. (우리 어렸을 때 부루마불 생각해 보세요, 그게 주사위가 아니고 카드 뽑기였으면 그 정도로 인기가 있었을까요?)
게임 보시죠.
1. Amazing Tales
요기로 가시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맨 위에 나오는 게 기본판이고 그 아래로 다양한 확장들이 나와 있습니다.
무료로 공개하는 한 페이지 짜리 시나리오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게임의 형태를 보시면 확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느끼실 겁니다.
과연 이것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는 아주 좋은 게임입니다. (응?)
게임의 요소보다는 아이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살~짝 도와주는 느낌이죠.
표지는 이렇게 생겼네요.
성 보이고 드래곤도 보이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험의 느낌이 나네요.
게임의 룰은 아주 간단합니다.
히어로의 이름을 정합니다.
히어로가 잘 하는 행동을 원하는대로 4가지 정합니다.
각각의 특기에 주사위 네개 (6면, 8면, 10면, 12면) 을 할당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 중에 주사위 굴림이 필요할 경우 네 가지 특기 중 하나를 지정해 굴립니다.
주사위 눈이 3보다 크게 나오면 성공! 성공한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주사위 눈이 3 이하라면 실패! 실패한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끝.
엥? 이게 다라고요? 특기는 어떻게 정하죠? HP는요?
적이랑은 언제 만나고 어떻게 싸우나요?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하는데요?
자, 진정하시고 한 번 보실까요.
캐릭터 표입니다. 아주아주 간단합니다.
특기를 정할때도 이것중에서 골라라 이런것도 없습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맘껏 골라도 됩니다.
철봉에 매달리기? 가능합니다.
동물이랑 친해지기? 가능하죠.
나무타기? 아주 훌륭한 특기네요.
룰북에서 각 시나리오마다 어울리는 적당한 특기를 제시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막힐 때를 위한 것이고 아이가 원하는 상상력대로 적으시면 됩니다.
물론 너무 세세한 경우에는 조금 일반적인 형태로 바꿔주면 도움이 되겠죠.
개미집을 잘 찾는다 -> 관찰력이 좋다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배경에 맞게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시작해도 되고,
아니면 게임북에 나와있는 4가지 이야기 중에 하나를 주제로 잡아서 역시 제시해주고 있는 몇가지 이야기 시작점을 기준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요건 제가 처음 시작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중세판타지 내용이고요,
트롤이 마을을 위협한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겨울이 안 끝난다, 공주가 사악한 마법사에게 잡혀갔다, 오크랑 고블린이 칩략하고 있다,
등등 여러가지 시작 시나리오들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본판에는 이외에 해적이야기, 우주이야기, 숲속 신비한 동화 이야기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똑같은 걸 좋아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4가지 중에 하나 정도는 좋아하는 게 있겠죠?
하지만 각 이야기에 스토리나 퀘스트 같은 것이 나와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Amazing Tales Character Sheets - Amazing Tales | DriveThruRPG
Amazing Tales Quickstart - Amazing Tales | DriveThruRPG
둘다 무료자료인 요 두개만 있어도 게임은 가능합니다.
본판에는 게임스토리보다 부모가 게임마스터로서 어떻게 게임을 진행할지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팁으로는, 아이들은 이기는 걸 좋아한다, 쉬워도 괜찮다, 라는 부분이었네요.
난이도를 주사위 3보다 큰 것으로 설정한 이유도 성공의 횟수가 실패보다 현저히 많게 만드려는 것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또 하나, 어른들에게는 너무 뻔한 클리셰 같은 이야기일 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
라고 하며 클리셰를 너무 피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좋은 조언도 주고 있네요.
부모를 위한 팁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 이 게임은 마스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적절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주다가 주사위 굴림을 시켜야 하고요, 아이가 말하는 엉뚱한 이야기들을 잘 받아서 진행해 줘야 하겠죠.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역시 공짜인
Amazing Dungeons: The Abandoned Abbey of the Mad Titan - Amazing Tales | DriveThruRPG
요런 식의 던전을 출력해서 각 방을 조사하며 플레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야말로 고전RPG 느낌이 나게요.
제 아이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제 잘못일까요, 3살 즈음에 드래곤볼 이야기를 살짝 변형해서 공 찾으러 가는 이야기를 들려 줬었는데,
한동안 하고 말 줄 알았던 이야기가 발전을 거듭하며 간헐적으로 진행되더니 3년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드래곤퀘스트와 타이의대모험이 결합되어
아이가 데스타무아에게 극대소멸주문 메드로아! 를 외치는 지경이 되었죠.
아, 물론 대마왕 버언의 아름답고 화려한 메라조마, 카이저피닉스는 이미 훔쳐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요.
(어릴 때 게임하고 만화책 보는 것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재미있어하니 좋기는한데, 이제 제가 소재가 고갈되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고민하던 참인데 다른 스토리 기반 게임들이 소재가 잘 안 맞아서 망설였었어요.
그런데 제가 혼자 RPG를 하다보니 이 게임도 눈에 딱 걸리더라고요.
구매하고 필요한 페이지 출력해서 준비하고 오늘 살~짝 맛만 봤는데 꽤 좋아하더군요.
게임도 안 해 본 녀석이 레벨1 부터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헉!! 이 게임은 레벨 시스템이 없는데!!!
하지만 준비된 마스터인 저는 레벨 1로 정해주고 주사위 굴림의 승리를 4보다 크게 나와야 한다고 정해줍니다.
레벨이 오르면 특기 하나를 정해서 +1을 해 주면 되겠죠?
캐릭터 만들고 특기 만들고 주사위 할당하고 이 자체를 아주 재미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특기 만드는 건 어려워해서 제가 책을 참조해서 많이 도와줬네요.
2회차 플레이를 하게 되면 어느정도 시스템을 익혀서 잘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 게임은 이야기를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 + 그런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며 아이의 상상의 세계를 함께 여행하고 싶은 부모
라는 조합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만약에 좀 더 틀이 잡힌 게임을 좋아한다면 같이 소개해 드리는 2번 게임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