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표지만 보고 상상했던 도미니언
언더다크의 폭군들 기대 이상으로 재밌네요
문득 옛날 생각이 납니다.
한글판 도미니언이 나오자마자 외사촌 형이 사서 같이 했던 때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였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좀 실망이 컸었거든요...
표지를 보고 기대한 내용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시작 카드 10장에 점점 좋은 구성을 합쳐넣어서 결국엔 속주를 구입해서 모으는 게임...
심지어 그 때는 지금 신판과 다르게 속주카드에 그림도 없어서 아예 몰입이 안됐죠
그냥 숫자 6이 붙은 덱 강화에 아무 쓸모도 없는 카드
그걸로 땅을 먹는다는 느낌도 안 나고 몰입도 안됐습니다.
도미니언은 분명히 재미있는 게임이고 덱빌딩 방식의 유행을 열어 지금까지 나온 여러 게임에 영향을 준 역사적인 게임이지만, 당시 어렸던 저의 기대감과는 플레이의 방향이 다른 게임이었기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서로 힘싸움과 정복을 통해 보드판 위의 땅을 먹고 넓힌 영토로 생산력이 늘어나는 방식의 게임에 대한 갈망은 나중에 왕좌의 게임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은 룰이 꽤나 복잡하기에, 보드게이머 빌드업이 충분히 진행된 친구들이 아니면 같이 돌리기 어려웠었죠
이번에 새로 접한 언더다크의 폭군들도 서로 부대 배치를 하면서 영향력 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영역이 형성되는게 아주 취향에 맞았습니다.
무엇보다 특정 지역의 지배권을 얻었을 때 생기는 보너스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 충돌을 야기하는 것이 마치 왕좌의 게임 국경지대 꿀땅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시타델과 왕좌의 게임처럼 맹주는 다수에게 견제당하고, 그 와중에 협력하기로 약속한 사람끼리 한 타이밍 먼저 배신하려고 하는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더다크의 폭군들은 룰이 쉽기도 하지만, 정말 깔끔해서 잔룰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도 부담없이 하기에 좋았습니다.
테마 자체도 저는 D&D를 잘 모름에도, 각 종족들이 하는 짓이 그대로 몰입이 되어서 그게 묘하게 직관성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고도 오랜 친구들과 종종 보드게임을 하지만, 이 게임이 사춘기 때 한글판으로 존재했다면 다들 많이 좋아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 또 아쉬움이 남네요.
저에게는 그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언더다크의 폭군들은 어렸을 적 멋대로 상상했던 도미니언의 모습이 담겨있는 게임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