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 하는 리뷰 - CO2

라마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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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4 오전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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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딴소리는 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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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굉장히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제는 모임에서 7-8시간은 쉬지않고 게임을 해줘야 개운하고

사람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애장품을 처분하시는 분들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 없는 게임, 평범한 경험으로 이 세계(?)에 발을 들이셨을 겁니다.

파티게임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주식게임을 접하고 주식에 관심을 두기도 하고,

황혼의 투쟁을 하며 역사덕후 친구에게 소련과 미국의 역사 레슨을 듣게 되기도 하죠.

또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로 떠나기도 하고 현실에선 할 수 없는 "배신과 협잡"도 마음껏 해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몰입감을 주고 풍부한 경험을 선사하게 해주는 것은 아마

테마성과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이런 기분이었을까...."와 같은 말이나

"이 더러운 거대 프랜차이즈 같으니!" 같은 발언이 나올 수 있는 것도 테마성과 그 테마를 살리는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물론 "테마성검증"이 지나치면 게임성과 재미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지만요.

그러면에서 CO2는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CO2를 어제 딱 한 번 해본 것이 다입니다. 그런 만큼 게임성을 논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도 리뷰를 쓰는 이유는 단 하나, 관심은 쥐꼬리만큼도 없던 환경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있는 저의 모습에 놀랐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른 분들의 훌륭한 리뷰를 읽으시고 CO2에 관심을 갖게 되신 분들이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하시기 위해서

게임 속에 녹아 있는 환경 테마와 게임 시스템에 대한 리뷰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안 해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CO2에 숨어있는 테마들을 살펴보시면서 두근 두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는 CO2 공식 페이스북에서 뽑아왔습니다. 좀.. 크네요...)

2. 게임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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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CO2는 환경 문제, 그중에서도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게임입니다.

게임 시스템은 간단합니다.

위 그림처럼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사용하면 대기가 오염되고 재난 재해가 벌어지고 결국 지구가 멸망합니다.

플레이어들은 그린에너지 기업이 되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소를 지어 지구를 구하면서 동시에 개인 점수를 벌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테마의 핵심이 되는 3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1. ppm, 그리고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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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이야기해서 ppm이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뜻합니다.

과학자분들이 이 ppm을 기준으로 탄소농도가 기후에 주는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를 설정하셨습니다.

350ppm을 기준으로 그 이상 넘어가게 되면 이상기후가 생겨나고 각종 재난이 닥쳐올 것이다 경고 한 것이지요.

이 350이라는 숫자는 실제로 많은 정부와 기관에서 목표로 하는 수치입니다.

CO2게임 상에선 350과 500이 중요한 숫자가 됩니다.

ppm이 500이 되면 지구가 멸명하여 그 즉시 게임오버가 됩니다.

또한 ppm이 350을 넘기게 되면 각 대륙에 재난 이벤트가 터지게 됩니다.

위 그림의 타일의 숫자처럼 석탄은 40, 석유는 30, 천연가스는 20의 ppm을 생성합니다.

게임은 1970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6개의 더러운(?) 발전소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랜덤의 신이 강림하셔서 6대륙이 6개의 석탄발전소를 지을 경우 240의 ppm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에너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액션은 라운드당 1번 뿐입니다.

작정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80-90년대에는 높은 확률로 350을 넘기게 되어있습니다.

재난이벤트는 6개 대륙 중 한곳에 터지게 되고 그 대륙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구호물품을 보내야 하고

보내지 못하는 플레이어는 승점-2 의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이 부분이 참 아쉬운 점인데, 재난이 플레이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구호물품이라고 해봐야 자원1개 (하얀치즈...)만 보내면 되는지라 어려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대륙 규모의 재난인데 영향이 너무 작다고 할까요?

또한 재난 카드는 face-up, 공개된 상태에서 시대를 시작하기에 어떤 대륙에 재난이 닥칠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아주 이기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데. 이 부분은 3번 에너지 기업 부분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처럼 게임을 하면서, 왜 350이고 왜 500이지? 귀찮게 왜 굳이 100단위를 쓰지? 하고 생각하셨던 분들의 의문이 풀리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현실 세계에서 탄소농도가 400ppm이라고 하네요.. 덜덜덜..(석탄발전소 3개만 지어도 게임 오버....)

탄소배출권 - CEP(Carbon emission Perm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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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똥을 쌀 수 있는 권리" 라고 표현했다가 폭풍처럼 비난을 당했었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 너무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더군요.

탄소배출권 자체는 지구라는 곳에 똥을 싸지를 수 있는 권리는 맞는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대신 그 목적이 돈으로 권리를 사는 것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CEP는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의 개념을 이용하여 전체 배출량의 감소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배출권거래제란 국가나 기업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받고, 한도를 넘으면 다른 나라나 기업으로부터 남은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클린에너지로 전환을 한 기업은 이 탄소배출권을 판매함으로써 전환에 들어간 비용보다 높은 이익을 보게되고 배출권을 구매하는 기업은 한도 초과로 인한 페널티보다 적은 지출을 하게 되므로 전체 배출량을 감소시킨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이 CO2에선 (너무나도 초라한) 보라색 디스크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콘은 해골입니다. 헷갈리기 쉬우니 주의하세요)

일단 거래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배출권거래제의 핵심은 할당된 범위 안에서 기업 간 서로 거래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점에선 주식과도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룰북에 "모든 CEP 획득은 반드시 Market(시장)에서 이루어진다!!" 라고 매우 매우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배출권거래제의 핵심을 담기 위한 노력이지요.

다만 이게 매우 귀찮은 잔룰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가격 상승은 마켓에 물건이 없을 때, 가격 하락은 1개가 팔렸을 때 일어난다.

2. CEP 사용이 발전소 건설이 아닌 프로젝트설치 과정에 일어난다.

지나친 현실 반영 시도가 게임성도 떨어뜨리고 테마 자체에 악영향을 준 케이스입니다.

총량의 변화가 일어나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부분을 적용한 것인데

이게 두 번째 이유와 맞물리면서 CEP는 남이 쓰고 점수는 내가 따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플레이에서 탄소배출권을 10개 넘게 모으면서 점수도 1등 했었습니다.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간간히 돈 필요하면 팔면 됐었고요. 남이 탄소배출권을 사용한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건설만 하면 되었다는 거죠.

이건 CEP 라는 개념을 게임에 적용한 부분에 있어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 저처럼 시스템과 테마를 중요하게 여기는 친구도 "이해가 안 간다" 라고 계속 말하더군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3-3. 에너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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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는 모두 협력하여 지구를 지키는 게임입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숭고한 협력 게임은 아닙니다.

보드 게이머라면 지구를 지키고 1등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힘든 일은 남 시키고 점수는 내가 먹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현실 세계 반영이 너무나도 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기업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 철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회사와 협력하는 것도 결국 기업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석유 회사가 그린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도 결국 돈을 좇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것이 게임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느냐?

1. 남이 공들여놓은 프로젝트에 끼어들어 발전소만 낼름 지어먹기.

이게 1번에서 언급했던 재난과 연결이 되면 정말 나쁜 놈이 됩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대륙에 발전소를 지어준 기업은 구호물자를 보내지 않아도 되기이지요이미 돈 썼다 이겁니다)

외국 사이트를 보니 한번 제안한 프로젝트는 해당 기업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종종 보이지만

지금이 더 현실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도 방산비리 기사에서 비슷한 걸 본 기억이....)

2. 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는 대륙에도 새 프로젝트 신청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룰북이었는지 디자이너 Q&A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의도한 부분이라더군요.

"각 대륙의 정부기관은 필요가 없음에도 프로젝트를 지원해줄 정도로 부패해 있다" 라고 쓰여 있던 거 같습니다. 덜덜덜...

3. Lobby 카드

네. 그 로비 맞습니다. 돈이나 권력으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이죠. 한국은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진 않네요.

아무튼, 게임 시스템에 로비 카드가 있습니다.... 이미 더럽고 치사한 동네 라는 걸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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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쉬운 점을 잔뜩 늘어놓은 것 같지만, 관심도 없던 분야에 대해 글을 쓰게 만들게 한 CO2는 대단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저의 구매리스트에 있는 게임 이기도 하고요.

(컴포가 이쁩니다... 이뻐요...)

환경 전문가도 아니고, 보드게임 경력도 짧아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죄..죄송합니다..)

쓰다보니 이건 문과생이 건드릴 부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열정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지적도 좋고 오류를 잡아주셔도 좋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특히 환경 문제는 많은 분이 전문적 지식을 공유해주시면 좋겠네요! 배우고 싶습니다!

글을 읽고 CO2가 궁금해지고 한 번이라도 플레이하게 되시면 좋겠네요~

제가 설명해 드린 부분들이 여러분의 몰입감과 플레이 경험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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