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 세일럼 -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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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2 오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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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5

인원 : 4-12인 (6-8인 최적)

시간: 25분-35분

장르: 블러핑, 디덕션, 카드게임, 핸드관리, 투표

언어: 2/10 일부 카드가 텍스트를 포함합니다.

난이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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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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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흑역사 중 하나인 세일럼 재판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1692년, 매사추세츠 주의 항구도시 세일럼(Salem)에서 벌어진 마녀사냥 및 재판을 일컫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시작된 이 재판으로 무려 13명의 여자와 남자 6명이 참수 당하고 140여 명이 체포 당하는 비극이 벌어졌죠. 보드게임 세일럼은 그 당시의 상황을 똑같이 재현해낸 마피아류 보드게임 입니다. 제가 매주 가는 River Market 모임에서 매주 돌아갈 정도로 인기 있는 게임이지요.

특이하게도 킥스타터를 통해 발매 되었고 굉장한 콤포넌트 퀄리티를 보여주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퍼블리셔를 못만난 독특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맘에 이 게임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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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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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조건은 간단합니다.

만약 게임 도중 모두 마녀로 변하거나 무고한 시민을 모두 죽이면 마녀의 승리,

마녀의 정체를 밝혀내면(즉, Witch 카드 소유자를 밝혀내면) 시민들의 승리로 끝납니다.

각 플레이어는 세일럼의 주민이 되어 마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캐릭터마다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그리고 5장의 정체 카드를 받아 자신의 앞에 배열합니다. 인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1~2명의 마녀와 1명의 경찰이 숨어있습니다.

자신의 턴이 되면 플레이어는

1) 카드를 두 장 뽑는다

2) 손에 있는 카드를 마음껏 사용한다.

는 두 선택지를 가지게 됩니다.

덱은 크게 보조카드 / 의심카드 / 이벤트 카드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붉은카드는 의심카드이며, 다른 플레이어에게 사용하면 됩니다. 한 플레이어가 총 7개가 넘는 의심을 받게 되면 재판에 서게 됩니다. 공격자는 해당 플레이어의 정체 카드 5장 중 하나를 지목하여 공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만약 Not a witch 라면 아무일도 없지만, Witch 라면 시민들의 승리로 끝나게 되죠. 만약 한 플레이어의 모든 정체가 밝혀졌다면 그 플레이어는 재판 끝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합니다.

검정카드는 이벤트 카드이며, 각각 하나씩 총 2장이 존재합니다.

Consiracy 가 등장하면 검은고양이 카드를 가진 플레이어는 불운으로 인해 강제적 자백(정체 카드 하나 공개)를 해야하죠. 그리고 재밌는 일이 벌어집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왼쪽 플레이어에게서 정체 카드를 하나 골라 자기 앞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정체를 확인하죠. 만약 옆 사람에게서 가져온 카드가 마녀카드라면 해당 플레이어도 마녀로 변하게 됩니다. 마녀를 빼앗긴 플레이어 또한 그대로 마녀로 남습니다. 즉, 게임이 진행될 수록 점점 마녀의 수가 늘어날 수 있는거죠. 다만 경찰(Constable) 같은 경우는 역할을 빼앗기면 그대로 직업을 잃게 됩니다.

Night 이벤트 카드는 항상 덱 밑에 깔려있으며, 이 카드가 등장하면 밤이 찾아옵니다. 중앙에 검은색 Kill / Save 토큰이 놓여있으며, 각 플레이어들은 자기 앞에 똑같은 모양의 토큰을 가지고 있죠. 모든 플레이어는 눈을 감은 뒤, 마녀들만 몰래 눈을 떠서 누굴 죽일지 결정한 뒤 그 사람의 토큰을 Kill 토큰과 바꿉니다. 다만 Kill 토큰을 뒤집어 놓기 때문에 본인은 알수가 없죠. 그리고 경찰이 몰래 깨어나 구하고 싶은 사람을 하나 정하여 Save 토큰으로 바꿔놓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엎어서 바꾸기 때문에 알수 없죠.

이 작업이 끝나면 모두 눈을 뜹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며 "자백의 시간"을 가집니다. 만약 자백하길 거부했는데 자신의 토큰이 Kill 로 바뀌었다면 이 플레이어는 그 즉시 사망합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정체 카드 중 하나를 밝힌다면 Kill 토큰에 걸리더라도 면역이 됩니다. 마녀가 나를 죽일 것인가? / 위험을 감수하고 자백하지 않을 것인가? / 정체카드를 하나 밝힐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주죠.

덱이 다 사용되면 새로 섞은 뒤 Night 이벤트 카드를 덱의 가장 밑에 넣습니다. 다음날이 시작되는거죠.

게임엔 다양한 종류의 특수카드가 존재합니다. 상대방 카드 불태우기 / 강도 / 보호 같은 독특한 카드가 많지요. 그러나 세일럼에선 어떠한 카드도 자기 자신에게 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카드가 손에 들어왔더라도 무조건 남에게 써야만 하지요. 그래서 나를 보호할 생각을 하느니, 누가 누군지 빨리 눈치채고 적절하게 카드를 사용하여 견제를 하는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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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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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은 블러디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지만 그 특유의 테마가 자꾸만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죠. 게임 내내 "네가 마녀지!" 하고 마구 의심 & 공격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도 그렇지만, 인물 카드 하나하나에 적힌 실제 피해자의 이름과 사망 당시의 나이가 적혀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게임에선 11살짜리 여자아이, Abigail Williams 를 선택했는데... 갈색 톤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초상화에 그려진 웃는 얼굴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더라구요. 11살짜리가 무엇을 안다고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요. 한국에서 이 나이 또래 애들을 위해 봉사를 해오던 저였기에 더더욱 테마가 와닿는가 봅니다.

씁쓸함을 남기는 테마 이야긴 이쯤하고,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게임 자체는 놀라울 정도로 재밌습니다. 매 턴마다 사용하는 카드의 수를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엔 한동안 조용히 카드를 모으다가 어느순간 불이 붙으며 서로 미친듯이 의심 & 비난하기 시작하죠. 의심카드를 한 가득 모은 친구가 "너 마녀지!" 하며 강제 자백(정체공개)를 요구하고, 거기에 "야, 넌 뭘 웃어. 너도 마녀지!" 하고 또 의심카드를 쏟아내고... 그러다 보면 뜻밖의 의심을 당한 플레이어들은 "잠깐 니가 마녀니까 이렇게 몰아가는거지!" 하고 역으로 헐뜯기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면 내 팀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게 없죠. 광기에 사로잡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던 그 당시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자 의도한거라면 정말 제대로 한 셈입니다.

정체카드 교환을 통해 마녀가 늘어난다는 설정도 재밌지만 특히 매 라운드(덱이 다 소모될 때)마다 마녀가 살인을 시도하고,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백(정체 하나 공개)을 한다는 컨셉이 상당히 신선하며 은근히 게임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도 합니다. 정체 카드는 곧 생명포인트와 같습니다. 가장 HP가 많은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마녀가 체력 높은 날 죽이려 하겠지? 자백해서 날 지킬까?" 하고 스스로 정체를 공개하도록 유도하며, 반대로 "난 이제 2장 남았어... 어차피 죽을텐데 마녀가 날 죽이려 할까? 자백하지 말자" 하고 HP가 적은 플레이어는 카드를 공개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절묘함이 대단합니다. 시스템은 둘째 치더라도 자백 후 내 앞의 토큰을 열어봤더니 KILL이 써져있다? "누가 날 죽이려고 한거야!!" 하며 친구들을 의심스럽게 째려보는 그 순간이 너무 재밌습니다.

뱅 시리즈 / 마피아 게임이 지나치게 길고 원나잇 웨어울프 시리즈가 지나치게 짧다면 세일럼은 딱 중간에 위치한 느낌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 가볍게 하기에도 부담없고, 설명도 크게 어렵지 않아 금세 테마 & 게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킥스타터 게임치곤 퀄리티가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책처럼 보이는 보드게임 박스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죠.

세일럼은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마피아류 게임입니다만 역시 특유의 단점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첫째로, 초반에 빠르게 탈락한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면 손가락 빨며 구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마피아/뱅처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 대기시간은 무시할 수 없죠. 게다가 정말 드물지만 첫 공격에 마녀가 밝혀지며 게임이 순식간에 끝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약 30~40 내외의 정체 카드가 쓰이니까 확률적으로 그 빈도가 높은건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일어나긴 합니다. 제 연극이 어설펐던건지... 실제로 당해보기도 했습니다 -_-;;

또 하나. 게임을 해보자마자 이건 킥스타터라는걸 단번에 알 수 있었는데... 룰 자체에 약간의 엉성함이 보입니다. 이러이런~ 경우가 생기면 어쩌지? 하며 룰북을 찾아보아도 그것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헛점을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메워야 하는 피치못할 상황도 종종 있긴 했습니다. 저도 룰북을 100% 다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 친구에게 설명을 들은 뒤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찾아가며 진행했습니다만... 그렇게 부분부분 읽는데도 헛점이 느껴지더라구요. 룰이 좀 더 튼튼하게 짜여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이지만 룰북 끝에 각 캐릭터(실제 사람)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넣어준건 꽤 좋았습니다.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더군요.

마지막으로 세일럼은 여기저기 의심카드를 던져대며 "마녀지! 죽어라!" 하고 경쾌하게 난사한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레지스탕스나 마피아처럼 치밀한 심리전 & 살인계획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광기가 휩쓸던 세일럼의 분위기대로 "나를 의심했으니까 나도 널 의심한다" 식의 논리가 먹히거든요. 차분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심리게임을 하고 싶다면 세일럼은 피하세요.

세일럼까지 포함해서 5~6개 정도의 히든 롤(Hidden Role) 게임을 해본 거 같네요. 두루두루 비교해본다면 세일럼은 상위권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게임성 때문에 다이스타워에서도 간간히 언급되고 있는 게임인만큼, 좋은 퍼블리셔를 만나 다시 출판되길 바랍니다.

참고:: 세일럼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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