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플 후 이런저런 감상...(노스포)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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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31 오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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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완전히 끝내고 정식으로 쓰는 리뷰가 아닌만큼... 예전과 같은 서론 - 규칙 - 감상 (장/단) - 총평 같은 순서를 지키기보단 게임 내내 떠올랐던 5가지 생각을 하나씩 풀어보자 합니다. 늘 그렇지만 감상이란 것엔 옳고 그름이 없으니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기대한만큼 만족스러운가?

2. 지금까지 밝혀낸 이야기는 만족스러운가?

3. 몰입감은?

4. 리플레이성은?

5. 장단점?

1. 기대한만큼 만족스러운가?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한건 아니예요. 그냥 이런 게임이구나... 싶습니다. 스토리와 시스템 둘 다 어떤 문제점을 느꼈는데요. 게임에 가장 중요한 토대를 이루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곧 설명할테니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전 시스템 자체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껄끄러움 중 두 가지만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각 플레이들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면 원하는 장면의 카드를 골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타임 스토리즈는 각 플레이어에게 일련의 자율시간을 주어 관찰하고 싶은 것을 관찰하게 해주고 거기에서 밝혀진 내용을 서로 공유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좋게 표현하자면 높은 자유도를 준 셈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제겐 MMORPG에서나 볼법한 보스몹 레이드처럼 보였습니다. 본판의 내용은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게 주된 내용입니다. 미스테리란 으스스한 분위기 자체를 즐기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조심조심 비밀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타임스토리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하는 행동은... 4명이 이곳 저곳 우루루 몰려다니며 한바탕 그 장소를 휩쓸어버리는 던전 공격대의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 장소에 담긴 다양한 내용을 소화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릅니다.

둘째, 덱의 존재.

타임 스토리즈엔 하나의 거대한 덱이 존재합니다. 이곳에 아이템 / 힌트 / 정보 / 장소 등 모든게 들어있지요. 확장을 내기엔 아주 저렴하고 용이한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하는 입장에선 썩 달가운 방법이 아닙니다. 게임 내내 덱을 훑어가며 필요한 카드를 그때그때 찾아서 써야하는데, 아무리 뒷면으로 되어있더라도 쓰이지 않은 카드의 존재를 보고 "아... 나중엔 이런 장소에도 가게 되는구나... 뭔진 모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이템이 더 있구나..." 얼추 추측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죠. 게임 자체가 플레이어들에게 간접 스포일러를 하는 셈입니다 -_-... 판데믹 레가시는 불투명 박스 안에 콤포넌트를 넣어둠으로써 만에 하나라도 벌어질 수 있는 스포일러를 모두 방지했습니다. 타임스토리즈도 무언가 비슷한 방법을 채택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이 밖에도 아름답지만 깔끔하게 쓰이지 않은 듯한 아쉬운 룰북도 언급하고 싶으나... 그건 게임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게 아니므로 패스하겠습니다.

2. 지금까지 밝혀낸 이야기는 만족스러운가?

아직 엔딩을 보지 못한 관계로 깊은 이야기를 할 순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습니다만... 충격적이거나 상상하지도 못한 스토리로 흘러가고 있진 않는 듯 합니다. 퍼즐을 보자마자 "아, 이건 이런 방법으로 푸는 수수께끼겠지?" 하고 짐작했더니 정말로 그 방법 그대로 암호를 해독하기도 했고, 아마 "얘는 이런저런 캐릭터겠지"하고 생각하면 실제로 그런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최악이었던건... 극초반에 나오는 힌트를 보고 속으로 "...설마 이런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거 아냐?" 하고 추측 해보았는데... 이야기가 밝혀질 수록 정말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제가 너무 난이도 높은 암시 / 암호 / 반전을 기대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추리소설/미스테리소설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입장에선 이렇게 내용이 예측하기 쉽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아직 엔딩을 보지 못한 관계로 스토리에 대한 평이 나중에 바뀔 수 있을진 두고 봐야겠습니다.

3. 몰입감은?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몰입감은 0에 가까웠습니다. 게임 내내 저와 제가 선택한 캐릭터 사이에 어떠한 애착이나 관계도 쌓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다양한 캐릭터 중 식인습성을 가진 여자아이(위 사진에서 양갈래머리 여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전투 이후 살을 뜯어먹어 체력을 +1 한다는 신기한 능력보다도 그 누구에게도 없는 강렬한 개성과 할리퀸을 떠올리는 외모 때문이었죠. 그리고 이 광기어린 성격이 게임 속에서 스토리에 영향을 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플레이에선 식인습성이 단 한번도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부 장소는 특정 캐릭터만 접근할 수 있다던가- 하는 규칙이 있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게 아닙니다.

타임 스토리즈는 특수요원인 제가 특정 시대 속 캐릭터의 몸으로 들어가 조사하고 사건을 관찰 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 입니다. 게임 속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제가 아니라 제 캐릭터인거죠. 자 그런데 게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금 대화하는 캐릭터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똑같은 말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캐릭터는 절 보고 비밀 정보를 줄테니 OOOO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게 무슨... 자, 제가 고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였죠? 막말로 식인을 하는 미친여자죠. 물론 아주 상세한 배경이야긴 없지만 높은 확률로 식인을 하다가 정신병동에 갇힌거 아닌가요? 이런 미친환자에게 어느 사람이 비밀 이야길 해줄테니 언제 어디로 찾아오라고 하나요. 게다가 정신병동 여기저기를 싸돌아다니며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데 왜 이런 정신나간 여자를 병동에 가둬놓지 않나요.

시간여행 테마 자체로 본다면 차라리 트레지디 루퍼가 더 납득가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것 같습니다. 어설프게 캐릭터에 빙의하는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똑같은 시간을 계속 루프하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울여 비극을 막아낸다는 점이 훨씬 설득력이 있게 느껴져요.

스토리텔링 자체로 본다면 천일야화 & 스머쉬의 요원들이 훨씬 더 내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크게 만듭니다. 이 게임 속의 캐릭터는 결국 나 자신이거든요. 내 캐릭터가 멍청해서 내가 욕먹고, 내가 어설프게 도와주려다 호되게 당하고, 나의 선의로 인해 지니에게 선물을 받고, 내 판단과 내 능력으로 황금도시를 찾아내고... 그야말로 게임 속 캐릭터 = 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줍니다.

타임 스토리즈 속에선 누가 무슨 캐릭터에게 말을 걸든 이야기는 똑같이 흐릅니다. 결국 내가 누구냐(캐릭터)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누구냐(플레이어)에게만 의미가 있는거죠. 결국 타임스토리즈에선 나 = 캐릭터라는 느낌이 너무 희박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밝혀질수록 혹은 확장이 나오며 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진 0에 가까운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4. 리플레이성은?

리플레이성이란건 사람에 따라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만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플레이어의 관점으로 본다면 리플레이성은 한없이 0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게임 진행을 도와주고 친구들이 미스테리를 풀어가는걸 보며 함께 즐기는 게임 마스터가 되어도 괜찮다면... 타임스토리즈의 리플레이성은 0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전 후자에 속하는 편이죠. 그렇다보니 "한번 하면 끝이니까 리플레이성은 0이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볼때면 조금 갸우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되묻죠.

"넌 영화도 한번 보면 절대로 재감상 하지 않니?"

"여자친구, 형제, 가족, 친구를 위해 이미 본 영화를 함께 본적은 없어?"

"함께 보는 이가 내가 추천해준 영화에 몰입하는걸 보며 괜스레 흐뭇해 했던 적은 없어?"

"함께 재밌게 감상한 뒤 "사실은 이러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어" 하면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어한 적은? 그 친구에게 으쓱거리며 이야기 해준 적은?"

고로 저 개인적으론 리플레이성이 0에 수렴하는건 아니라 봅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지만요.

5. 장단점?

위에서 제가 생각한 단점을 거의 다 언급하는 바람에... 여기에선 게임이 가지는 장점을 몇가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생각보다 간결한 규칙

룰북이 조금 애매하게 적혀있는 편이긴 합니다만... 게임 자체는 꽤 직관적인데다 아이콘이나 지시사항이 명료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만 알면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나씩 추가 규칙을 알게 되죠. 초보자들끼리 하기엔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경험자의 도움을 한번만 받으면 이후엔 초보자들끼리도 알아서 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글화가 되어있다는 가정하에요 ㅠㅠ

2. 화려한 일러스트

이거 하나는 단연코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본 게임 중 일러스트 하나는 Top3 에 든다 싶을 정도로 화려합니다. 단순히 정신없이 화려한게 아니라 해당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게 아주 잘 보여요. 색감이라곤 쥐뿔(...)도 없는 제가 이 정도로 극찬을 할 정도면...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과 정성인거지요.

3. 제법 준수한 이야기.

위에서 이야기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까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리소설/호러소설/퍼즐을 상당히 좋아하고 경험한 제 입장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다른 친구들은 "와... 정말 한치 앞도 알수가 없어! 대박이야ㅡ!" 하고 극찬을 하는걸 보면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얼마나 접했느냐에 따라 스토리에 대한 예측/감상이 달라지는 듯 싶습니다. 만약 타임 스토리즈가 소설이나 PC게임으로 나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좋은 호러/미스터리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2회플까지 했던 경험을 짤막하게 줄이자면...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나름 친구들과 재밌게 하고나서 치우고 나면 게임도, 그 속에서 벌어진 많은 이야기도, 플레이어들의 캐릭터가 했던 행동도 거의 생각이 안납니다. 지금도 딱히 뒷이야기가 궁금하진 않습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듯한 느낌만이 남았어요. 사건사고가 뻥뻥 터져대서 게임이 끝나고 나면 그 이야기를 곱씹는 재미가 있는 타스토리텔링 게임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로 옅은 인상만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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