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Cut or Not to cut? 엑시트 게임을 대하는 자세
예전부터 어렴풋이 생각하던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글을 적어 봅니다.
엑시트 게임, 더 넓게는 컴포 훼손이 있는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긱에 보면 엑시트 게임에 대한 비판 중 1회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게임이라서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다라고 하는 유저도 있는데 그건 좀 너무 나간 것 같고, 저는 게임성과 리플레이만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짧은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면,
처음에 엑시트 게임을 접했을 때 정말 열심히 컴포넌트 훼손을 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모든 엑시트 게임을 혼자 플레이 했기에 혼자서 하고 버리자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컴포넌트를 복사하거나 따로 그려서 플레이 할 만큼의 여건이 되느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컬러복사를 아무때나 집에서 할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리 모아서 복사집에 가자니 그 자체로 스포가 될 테고요.
긱에 보면 각 타이틀 별로 어떤 컴포를 따로 준비해야 훼손없이 플레이 가능한지 나와 있습니다.
많이들 한번만 플레이 하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결국 저는 잘라야 하는 것은 머리속으로 상상하며 대충 방법이 그려졌다 싶으면 힌트를 보는 것으로,
접어야 하는 것은 다시 펼쳐질 수 있을 정도로만 접으며,
그려야 하는 것은 손으로만 따라 그리고,
트레이에서 뜯어야 하는 컴포넌트 정도만 뜯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플레이 했습니다.
그렇게 플레이 한 고이 모셔진 엑시트 게임은 친구에게 학생에게 지인에게 플레이를 권하며 주곤 했죠.
그런데 그렇게 게임을 선물해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줘 놓고 그거 해봤냐? 어떠냐? 재밌냐? 이렇게 물어보기도 그렇잖아요?
재미있게 했으면 알아서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텐데 별 말 없는 거 보면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겠거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가 그렇게 내 재미를 포기해가며 게임을 보존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엑시트 게임 중 하나를 그냥 잘라가며 (가위도 없어서 색종이 자르듯이 접어서 꾹꾹 눌러서 손으로 잘라가며) 훼손해가며 플레이를 했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재미있더라는 말이죠.
훼손하면서 플레이 함으로서 얻게되는 깔끔한 정답의 쾌감도 있겠지만,
컴포를 보존해야 되기 때문에 신경써야 하는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접어야 할 때 못 접고 눈으로 접은 모양을 상상하고,
잘라야 할것을 못 자르고 마음속으로 이어 붙이니,
그 얼마나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고 있었겠습니까.
그 경험 이후로 저는 보존은 개나 줘라 하고 마구 훼손하며 플레이 했습니다.
심지어 굳이 훼손하지 않아도 되는 힌트카드도 문제 해결후에 잘라 버리고요.
어차피 보존해봐야 이걸 재미있게 플레이 할 사람도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죠.
(한가지 팁? 을 드리자면,
문제 정답을 맞춘 후에 힌트와 정답을 확인해 보시는 것도 게임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어쩔땐 정답은 맞췄는데 사실 문제가 주는 힌트를 다 사용 못했을 수도 있고요,
뭔가 찝찝한데 뭔지 모르는 부분들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게 심해져서 저는 심지어 한 게임에서는
게임 박스를 아주 납작하게 잘라서 펼치는 기염을 토하고야 맙니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너무 오버해서 저질러 버린거죠.
박스도 소중하게 여기는 보드게임계에서 이런 경험을 하기는 아주 힘들기에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근래 레거시 게임이 유행하나 싶을 정도에요.
그러다가, 다시 요새 들어서,
아직 엑시트는 좀 먼 이야기 같기는 하지만,
아이와의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보니,
다시 보존하며 플레이를 할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랑 하게 되면 당연히 마구 잘라가며 플레이 할 거고요.
혼자 1인플로 컴포 훼손없이 플레이 해 보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이 된 상태로 아이와 플레이를 할 수 있기에 더 잘 보조해가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거죠.
1인플로 할 때 재미가 반감되는 아쉬움을
아이와 더 잘 놀아줄 수 있는 효과로 상쇄하는 것이죠.
아이와 자작 방탈출 게임, 그리고 마이 시티를 진행하면서 보니,
엑시트 게임의 컴포훼손 컨텐츠 자체가 아이에게 잘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새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게임을 가까운 미래에 같이 할 사람과 상황이 그려지지 않으면 그냥 훼손해가며 혼자 플레이,
조만간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으면 훼손없이 플레이 혹은 안 하고 아껴두기.
아이 방에 고이 모셔져 있는 엑시트 쉬운 레벨 두개를 보며 저걸 내가 한번 먼저 할까 말까 고민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녀석은 자기 방에 그게 있는지도 모릅니다 후후)
여러분들은 컴포훼손되는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 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