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플 게임이 제시해주는 "방향성" 에 대해서
오랫만에 글 써봅니다.
한동안 전혀 게임을 할 환경과 시간이 안 되다가 아주 잠깐 1인플을 좀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네요.
문제는 제가 지금 있는 곳으로 게임을 하나도 못 가져와서 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죠.
오랫만에 게임을 둘러보다가 캐스캐디아와 팔레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인플 가능 + 언어의존요소 적음에 더해,
각 모듈을 어떻게 조합하여 플레이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들어서 둘 다 주문했고,
먼저 온 캐스캐디아를 2일동안 5,6회 플레이, 그 후에 팔레오를 2일동안 5회 플레이 하게 되었네요.
둘 다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다른 게임들의 1인플에서 저도 모르게 가지고있던 아쉬움을 해결해 주는 게임 디자인이 특히 맘에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유도를 어느정도 제한해주는 방향성 인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자유도가 너무 높은 게임은 취향에 안 맞습니다.
옛날 게임 이야기지만,
울티마는 조금 하다가 때려쳤고, 로맨싱사가 보다는 파이널판타지가, 파이널판타지 보다는 드래곤퀘스트가 더 취향에 맞습니다.
다시 보드게임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좋아하는 1인플 게임중에 모듈 형식인게 두개 떠오르네요. 아그리콜라, 오니림.
둘 다 매우 좋아하고 많이 했는데 이번에 산 두 게임을 알아보며 아쉬웠던 점이 바로 게임이 제시해주는 방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니림의 경우 확장 모듈이 많이 있는데 그걸 하나씩 넣거나 두개씩 넣거나 알아서 섞으라고 하죠.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이 순서대로 하면 점점 어려워지면서 각 모듈을 두루 경험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제시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일말의 아쉬움입니다.
아그리콜라도 마찬가지로, 어떤 덱의 조합으로 플레이할지 순서를 정해주고,
캐스캐디아의 그것처럼 제한사항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그리콜라 1인플의 가장 큰 단점은 게임 후에 완성된 보드가 늘 비슷하다는 것이죠.)
요 두 게임은 공통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이대로 따라가며 플레이하면 게임의 다양한 맛을 보는 것과 동시에 점점 어려워지면서 재미있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같은 세팅으로 반복하게 되면 아무래도 게이머의 숙련으로 인해 난이도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죠. (또그리콜라)
캐스캐디아의 캠페인에서 그냥 모듈 조합만 제시했다면 아마 구입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4번까지 모듈을 다 너무 쉽게 클리어되고 지루한 느낌도 있었거든요.
5번 모듈부터 달성해야하는 목표를 제시하는데,
이게 절묘하게 한턴차이, 솔방울 하나 차이, 동물 하나 차이 등, 아슬아슬하게 이기거나 지더라고요.
(1번~4번 모듈은 게임룰을 익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룰을 충분히 익히셨다면 1인플 캠페인은 5번부터 시작하시기를 권합니다.)
팔레오는 더 나아가 아예 게임 자체적으로 다른 중간목표와 위기상황을 제시해줍니다.
거기에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는 놀라움도 제공하죠.
(팔레오는 1인플 방법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나중에 리뷰에 자세히 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각 난이도를 처음에는 한그룹 솔로 플레이로, 다음에는 두그룹 솔로로 하되 Backpack 룰을 넣어서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디자인된 1인플 가능 게임들은 매우 선호할 것 같습니다.
웰컴투더문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디자인 된 것 같아 주목하고 있습니다.
롤앤라이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플레이는 해도 구매는 안 하는 입장이었는데 요건 다를수도 있겠네요.
오랫만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