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보드게임 영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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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 14:21

와이프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만나 11년 연애기간을 거치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워낙 집돌이 집순이 커플이다 보니 어렸을적 취미는 와이프는 TV 보기 저는 옆에서 컴퓨터 하기 였는데 결혼 후에는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아주 초기에는 레고를 취미로 삼아 이것저것 사다 만들었습니다. 허나 만들고 끝인 취미에 보관장소도 점점 마땅하지 않아졌고 때마침 보드게임에 눈을 돌린 때라 와이프를 보드게임에 입문시켜야겠다 하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럽게 같이 한다는 그 느낌 때문인지 보드게임을 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제일 처음 와이프에게 영업했던 게임은 아그리콜라 – 크고작은 피조물입니다.

저 역시 보드게임을 시타델 밖에 해본 적이 없던터라 동영상을 열심히 찾아보고

룰북도 찾아보고 모임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룰을 터득했고 와이프와 저녁식사 후에

간단하게 설거지 내기로 게임을 했습니다.

일단 크작피의 동물 컴포넌트는 와이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귀여운 양과 소 말 돼지 컴포에 정신을 못차리고 이거 귀엽다 재밌다 하면서 연거푸 3게임을 달렸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3게임 연속으로 와이프가 이겼습니다...

일주일간 크작피를 간간히 돌리고 제가 게임이 지루해질 때 쯤

테라포밍마스를 구매했습니다. 더블레이어 개인 보드판과 슬리브를 사서 혼자 않아 슬리브를 끼우고 있으니 뭐하냐고 약간은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옆에서 슬리브를 같이 끼우고 다 끼운뒤에는 카드 더 없냐고 끼우는거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새 게임 슬리브 끼우는게 제일 행복한 시간인데...)

테라포밍마스를 위해 주말에 와이프를 앉혀놓고 룰설명을 했습니다.

이런 룰을 설명하는게 그때는 용어도 낯설고 어느 것부터 설명해야 이해가 잘될까라는 고민도 없이 마구잡이로 룰을 설명해서 와이프가 일단은 해보자! 라고 하며 게임이 시작되었고

결론은 또 졌습니다... 또 졌어요...

물론 에러플이 있었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카드들도 존재해서 모임분들에게 여쭤보고 에러플을 잡고 다시 플레이를 했습니다만 결과는 패배입니다.

남들은 와이프 영업을 위해 티안나게 잘 져야 한다고 하지만 전력투구에도 졌습니다...

(모임에서도 3~4등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게임들을 먹였던 터일까요.

평일 저녁 와이프의 요청으로 테포마를 진행하는데 둘 다 게임이 잘 풀려 나무와 도시 짓는데 집중하다보니 게임이 길어졌습니다. 12시 반이 넘어야 게임이 끝났고 와이프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때 아차 싶더라구요. 와이프가 나 때문에 게임을 같이 해주는거구나...

좋아서 하는 것보다는 나랑 같이 노니까 하는거구나 싶어서 그 뒤로는 와이프와 게임을 뜸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2달가량을 모임만 나가고 집에서는 보드게임 정리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언제 와이프 친구들이 집들이로 놀러온 날 와이프가 보드게임에 대해서 입을 열었습니다.

요새는 남편이 보드게임 집구석에 사들이기만 하고 택배는 오살나게 오는데 자기랑은 안놀아준다고... 저는 와이프가 너무 지쳐보여 게임이 싫은데 억지로 한 것 같이 느껴 최대한 피한거라고 같이해주면 나야 좋지라고 얘기하고 다시 보드게임을 쉴 때 즐기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