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평일 낮 모임 후기입니다. 2016.02.25

1,335 조회

2016.02.27 01:33

어제 한 낮 모임 후기입니다. 아.. 밀린 후기를 한꺼번에 쓰니 기억이 희미희미하네요.ㅠㅜ

그리즐드와 더 게임 사진은 못찍어서 보드게임긱에서 퍼왔습니다.

1. 그리즐드 (3인)

3인을 예상하고 한 번 해보자고 꾸기님이 가져와주신 그리즐드를 혀누짱님과 함께 돌려봤습니다. 정신적 증상들(?) 카드가 필기체 영어라 읽기 조금 불편한 것 빼고는 컴포들이 테마에 몰입하기 좋은게 맘에 들더군요.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게임의 목표가 "6명의 친구들이 함께 살아서 철수하는 것"이라는게 좋았습니다. 역시 전쟁터에서 한 명의 군인으로서 가장 소망하는 목표는 전우들과 그저 살아 돌아오는 거죠. 그게 좋았습니다.

...그러나 게임은 험난하더군요. ㅋ 시작부터 자신있게 중간 난이도로 하자고 혀누짱님과 으쌰으쌰 했는데, 다 이기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 꾸기님에게 온갖 정신 질환들이 겹치면서 패배했습니다.ㅋ

룰 이 쉬운 것과 테마 몰입도 괜찮아서 좋았는데, 아쉬운건 협력 게임에서 서로 정보를 나누는 것이 거의 없어서 좀 아쉽더군요. 서로 얘기를 던지고 오해하기도 하고 하면서 상호작용 하는 장면들이 나타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테마를 잘 살린 것 때문에 전 마음에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끝날 쯤에 마지막 4번째 분이 도착해서 이제 4인플로 들어갔습니다.

2. 태양신 라 (4인)

제가 사놓고 못달려본 라를 혀누짱님이 아신다고 오랜만에 룰북을 복습하시면서까지 알려주신 덕에 처음 맛 봤습니다. 조금 에러플이 있기는 했지만, 라의 재미요소들을 쏙쏙 느끼는데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네요. ㅎㅎ

어떻게 이런 방식의 경매를 생각할 수 있는지 매우 놀랐습니다. 모던 아트와는 완전 다른 맛의 경매 게임이더군요. 한 판하고서 다들 또 한 판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보통 경매라면 돈 많은 사람이 장땡인데, 라는 꼭 내 경매 타일이 좋지 않다해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괜찮은 점수를 빼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매우매우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프리빈님의 개인보드판을 출력해서 하드보드에 붙여서 개인보드를 사용했더니, 첫 플레이였음에도 게임을 쉽게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개인보드판, 완전 강추입니다! >_<b 이게 없었으면 한 판만에 맛을 느끼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라를 끝내고 혀누짱님의 은혜로 맵지만 맛난 떡볶기와 튀김을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가, 짧은 게임을 몇 개 돌리기로 했습니다.

4. 모이터러 (4인)

얼마전 완판남 너굴너굴님이 리뷰하신 모이터러를 돌렸습니다! 룰을 2번 3번이나 읽고 이해했음에도 플레이 해보니 애매했던 부분에서 결국 크고 작은 에러플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게임의 맛을 살짝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한 두 라운드 하기 무섭게, 우리 훌륭한 보드게이머들은, 게임의 핵심을 파악하고,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뻔뻔하게 거짓말을 마구 던지면서 역할을 고르시더군요. 크....

이게 참... 선장이 하기 싫은데 울며 겨자먹기로 부선장에게 나보다 많은 점수를 주거나... 부선장 안만들려고 승점 안줄거라고 해도.. 다들 상인잡고, 짐꾼하고.. 막... 제가 선장을 한 3~4번 했는데 큰 이득은 못본 것 같네요.ㅠㅜ

제가 어제 문의 게시판에 올린 것들이 플레이하면서 다른 분들과 여러가지로 헷갈렸던 부분들입니다. 이때 저지른 가장 큰 에러플은 두 섬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품을 팔지 못하게 했던 점이었습니다. 이 에러플이 없으면 좀 더 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이 재밌어 질 것 같습니다. 작은 에러플은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서 카드를 보충받을때 버려진 카드들과 함께 섞어서 넣은 다음 나눠준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분들이 지적해주셔서 다행이 끝에가서는 잡았지만, 이 에러플이 없어야 이번 판에 나오지 않은 상품들을 짐작해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전략성이 더 강해질 것 같습니다. 사소한 에러플은 폭동이 일어났을 때 투쟁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하냐였는데, 저는 계속 돌면서 한 장씩 내는 걸로 했는데 1번의 기회씩 여러장을 낼 수 있게 하는 게 옳은 룰 같았습니다. 이건 아주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잡아서 다시해보고 싶네요.

아무튼, 왜 이 게임이 4인 베스트인지 확 느꼈습니다. 시타델의 작가가 감명받을만한 작품이네요. 아주 능구렁이 같은 배신과 돈 계산, 협상까지 잘 섞인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때는 그냥 했지만 오늘은 이 게임 한글화 작업까지 마쳤습니다. 언젠가 뱅을 재밌게 수십판 즐겼던 친구들과 이 게임을 해보고 싶네요.

4. 더 게임 (4인)

꾸기님이 시간이 많지 않아서 가벼운 게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더 게임을 3인플, 2인플, 1인플은 해봤는데, 4인플은 처음이었네요.

게임을 클리어했는데, 하고나서 이야기한게 이것도 좀 에러플이었던 것 같다. ㅋㅋㅋㅋ

제가 너무 많은 정보를 주고 있었더군요.ㅋㅋㅋㅋㅋ 전 그냥 숫자만 말하면 안된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막 "여기 제가 인공호흡기 대줄 수 있습니다! 부디 여기 지켜주세요!", "여기 다죽어가는 곳, 제가 소생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던지면서 얘기했더니 쉬웠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아, 그래도 덕분에 재미는 있었는데. ㅋㅋㅋㅋ 다음엔 오직 "킵!!!!" 정도의 의사소통만으로 해보고 싶네요. (엄청 어려워지겠네...)

아.. 쓰고 보니 게임 3개나 에러플이 다 조금씩 있었던 하루였네요. ㅋㅋㅋ 그래도 게임을 함께 즐기는 분들이 워낙 좋으시고, 에러플도 게임의 본 재미를 못느끼게 하는 정도는 아니었어서 큰 아쉬움 없이 즐겁게 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