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221 - 리버마켓 모임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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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22 오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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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모임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일에 치여 살고 있었거든요.

최근 리뷰를 꾸준히 올렸던 것도 모임을 가지지 못하는 스트레스 & 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였구요.

오늘은 모처럼 용기를 내서 공개 보드게임 모임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후기를 적으며 생각하는데... 정말 나가길 잘했어요.

이렇게 따듯한 환대를 받을줄 몰랐거든요.

살짝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은 타임라인으로.

저는 늘 기본판만 했었는데.... 와 이 버전 정말 어렵네요 -_-;; 용어도 어려운게 많은데다 전혀 감도 안오는 카드들이 많습니다. 저는 기본판이 친숙하고 반전이 많아서 더 재밌는 것 같네요.

그리고 곧바로 블러드레이지로! 이 게임이 최근 핫한걸로 기억하는데, 충분히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너무 어렵지도 않은 규칙... 드래프팅을 통한 전략 수립 및 힘/퀘스트/업그레이드의 선택적 개발.... 시시각각 변하는 전쟁터... 단순한 미니어처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게임 이곳저곳에서 디자이너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도저히 킥스타터에서 나올 수 없는 퀄리티라 생각하며 디자이너를 확인했더니, 걸출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에릭 랭이네요. 이 사람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이러한 대형괴물을 영입하여 제 군대를 강력하게 하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전쟁에서 지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다ㅡ 라는 개념이 아주 신선했습니다. 전쟁에서 패퇴하더라도 승점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 존재하거든요.

2세기 ~ 3세기쯤 되면 이렇게 유그드라실을 먹기 위해 온 지역에서 군대가 몰려오는데, 패배할걸 뻔히 알면서 유닛 하나만(갈색) 보낸 뒤, "전쟁에서 파괴 당하는 유닛 한마리당 2점씩 가져간다"는 카드를 이용하여 점수만 쪽쪽 빨아먹었습니다. 노랑 플레이어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모기처럼 점수만 쪽 빨아먹고 가버리더군요 ㅋㅋㅋㅋㅋ 지는 전투에 발을 집어넣어 점수만 빼먹는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훌륭한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 특성상 2인플은 영 별로일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이런 게임 + 다양한 게임들을 더 비치하고 있습니다만, 자기 게임을 가져오는 게이머들도 많습니다.

특히 넷러너/쓰루디에이지스/테라미스티카 전문 플레이어들도 있더라구요. 새로 알게된 벤슨이란 친구가 프로게이머(?)들을 소개시켜주며 "쟤들은 그것만 해. 정확히 말하면 그것 밖에 할 줄 모를지도." 하니까 프로게이머팀(?)에 속하는 여성 분이 발끈하며 "그 세개 말고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은 없어!" 라고 꽥! 하던게 재밌더군요 ㅋㅋㅋ

특히 제가 차분하게 생각하는 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눈을 반짝이며 "너도 티켓투라이드 같은 게임은 졸업할 경력이지 않아? 우리랑 놀자. 저런 게임은 버려. 너의 두뇌를 망친다고." 하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한참을 웃었습니다.

새로 온 일본인 친구 + 중국인 친구와 함께 보난자도 즐겼습니다. 일본인 친구는 영어를 잘 못하는데.... 3~4바퀴쯤 도니까 저희가 하는 영어를 흉내내며 협박/권유/거래제안을 하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역시 영어를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은, 로컬 사람들과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러브레터도 즐겼구요.

킹오브 도쿄도 즐겼습니다. 지나가는 꼬마들이 이 게임을 보며 관심을 보이길래, 즉석에서 함께 게임을 해주기도 했어요. 멤버들과 함께 "게임 엑스포도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관심있게 보네" 하며 즐겁게 웃었네요.

모임장소 한켠에 스트리트파이터2 오락기가 놓여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ㅋ

===

전체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운 모임이었어요. 단 하루만 갔을 뿐인데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게임은 많은데 꾸준히 같이 할 사람이 없어... 네가 와서 다행이다! 다음 주 토요일에 꼭 와서 같이 놀자!" - 브라일

"오늘 정말 재밌었어. 전략 게임을 하고 싶다면 언제든 말해. 좋은 사람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 허비

"티켓투라이드는 똥망겜이야. 진정한 게임은 쓰루디에이지스 / 테라미스티카 / 브라스 / 넷러너라구." - 셰릴

"역시 게임의 꽃은 스토리지. 스토리 게임을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불러" - 벤슨

"본인도 처음 왔으면서 다른 첫 방문자들을 가르쳐주는게 챙겨주는게 참 보기 좋더라. 월요일 모임에도 오지 않을래?" - 이안

"왜 이제서야 왔어? 이제부터 함께 자주 어울리자" - 머크(뾰족머리)

지금도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는 문자가 징-징- 오고 있어요.

그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헤멨는데 이제서야 제 자리를 찾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게 뭐 그리 두려웠던걸까요- 왜 진작 모임을 찾아가지 않았는지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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