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트워크를 가진 보드게임 탑 5
훌륭한 아트웍을 가진 게임을 골라보았습니다. 아카데미상에서도 미술상이 있듯이 보드게임에서도 비슷한 시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단한 실력자도 아니고 개인 성향이 듬뿍 반영된 결과라 민망스럽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베스트 5위까지 해봤구요..나중에 10위권도 해보겠습니다. 그럼 5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5위는 트루아입니다.
금속판에 날카로운 도구로 문양을 새깁니다. 그리고 잉크를 도포한 다음에 다시 닦아내면 오목한 부분만 잉크가 남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인쇄지를 놓고 프레스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상당히 섬세한 선들이 드러나는데 이런 방법을 에칭기법이라고 합니다. 도장과 같은 일반적인 볼록 판화의 경우 돌출된 부분의 잉크가 퍼져서 흐릿한 윤곽을 만들어 내는 반면에 오목형 판화는 경계가 정확하고 세밀한 선 묘사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보드게임 트루아는 그런 느낌이 드는 방식의 일러스트를 채택했습니다. 면과 양감을 제거시키고 강력한 외곽선과 반복적인 선을 사용해서 고풍스런 출판물의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것은 흡사
고전주의 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오래된 고서적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트루아의 게임내 시대적 배경과 맥락이 일러스트의 형식과 잘 맞아 떨어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연출해 낸 좋은 예입니다.
세밀화의 전형 트루아의 보드 전경.
4.아그리콜라
배우 원빈의 연기가 기억나십니까?
가끔 대단한 명작인데도 불구하고 게임 로직에 대한 찬사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긱 상위권 작품의 경우가 그러한데 아그리콜라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기억을 되짚어 아그리콜라의 등장 무렵을 떠올려봅니다, 아그리콜라의 아트웍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당시에 사각 기둥의 울타리를 둘러치고 앙증맞은 동물을 키운다는 발상은 대단히 독창적이었습니다. 아그리콜라는 방대한 양의 카드 일러스트도 대단하지만 기하학적 울타리 구조에 옹기종기 배치한 유기적 형태의 동물들의 대비가 가히 압도적인 비주얼을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시스템과 컴포넌트의 재치있는 결합. 지금으로선 저에게 아그리콜라는 영원히 5위권 안에 머물 최고중의 하나입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축들과 무럭무럭 자라나는 채소,곡식들.
3위
루이스엔 클락
한국에 계신다는 디자이너 이분..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포스팅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100여장이 넘는 방대한 양의 일러스트에 단 한 장의 꼼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성실함과 수고로움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더구나 전체적인 기획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허술한 부분이 없습니다. 특히 보드와 카드, 컴포넌트까지 탄탄한 일관성을 가지며 또한 수채화 기반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까지 특화가 되있어서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부분 부분 뛰어난 작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기획력이 산만해서 전체적인 어울림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좋은 작업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루이스엔 클락은 매력적인 작품임이 틀림없습니다.
일부만 잠깐 보겠습니다..아..감동.
2위
티너스트레일
처음 이 작품을 본 것은 사진이었습니다. 따스하면서도 푸르스름한 이질적 색감의 지도에 큼직한 기하도형들이 보기 좋게 올려 진 장면이었습니다. 인상 깊은 것은 나무 컴포넌트의 질감과 크기였습니다. 단적으로 마틴 윌레스 회사에 나무 컴포를 공급하는 곳이 가장 우수하지 않을까 거칠게 예상해봅니다. 나무는 수종에 따라 중량감이 달라지는 데 티너스트레일의 목재는 다른 보드겜보다 훨씬 무겁고 결이 고급집니다. 또한 칠도 아주 견고해서 요즘 흔히 보는 보드게임의 우든 컴포넌트와 격이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티너스트레일에 등장하는 다양한 컴포넌트의 실루엣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예술적이었습니다. 기차,선박,사람등등.. 특히 모든 형태는 기성 제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예품을 만든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단순히 컴포넌트를 기능 전달이 목표가 아닌 심미적인 부분까지 나아가 진지하게 고민했음이 느껴집니다.
티너스의 파스텔톤 오리지날 보드는 정말 예술입니다. 저절로 공기원근법이 드러나는듯 착각이 일어납니다.
1위
워털루.
티너스트레일과 워털루중에 1위를 어떤 것을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둘다 훌륭한 아트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너스트레일의 경우 이후 출판된 보드게임에서 일정부분 많이 차용되어 기시감이 있다고 판단되어 워털루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라이트한 보드게이머 입장에서 워털루는 좀 번거롭고 성가신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솔로플을 더 많이 한 편입니다. 차 한잔 내려놓고 천천히 전략을 짜고 기물을 내려놓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잠깐 기지개를 핀 후에 가만히 보드판을 내려봅니다. 알록 달록한 보병들과 기마병들, 포병, 장군들을 보고 나면 와~하는 탄식을 내뿜는 저를 발견합니다. 꼭 그림이나 조각을 만든다고 예술가가 아닙니다. 게임 한판하고 나서 보면 작품 하나가 뚝딱하고 차려진 셈이 됩니다. 모든 유닛은 서로 어울리는 색상으로 조합되어 있어서 보색관계이던 인접색이던 아름답게 수놓아집니다. 개별 컴포넌트가 가진 아름다운 조형과 더불어 조화로운 배색관계는 보드의 심드렁한 담백미와 어울려 최고를 자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