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덤의 던전 에이트 캐릭터 스토리
맨덤 오브 던전 에이트는 게임 발매당시 아트북도 같이 냈었습니다.
이 게임의 기반(?)이 되는 웰컴 투 던전 시리즈는 일러스트가 유쾌한 편인데요.
오잉크는 위저드리 컨셉으로 다크한 일러스트를 원했고, 일러스트레이터가 거기에 짧은 이야기를 붙여서 자그마한 책 한권이 나온 거지요.
예전에 게임 살때 '어차피 배송비 망한 거, 스토리가 들어있다는 아트북도 같이 사자'고 생각하고 질렀습니다. (아트북 가격이 게임 가격이랑 똑같습니다.)
대충 읽어보고 고이 모셔놨다가 다시 열어보게 되었는데, 대충 번역해서 글을 올리면 쓴 돈이 덜 아까워질 것 같아서 열심히 번역기 돌렸습니다.
<기사>
그가 저택에 들어온 강도를 죽인 뒤 자신이 기사라고 밝힌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기사로 살아가는 세월보다도 강도로 살아간 시절이 더 길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 채 숨겨졌다.
길러준 아버지였던 그 강도를 죽인 후부터는.
<전사>
방랑하는 이교도인 그가 자식을 구하기 위한 의식을 궁정마술사에게 부탁하기 위해서는,
길드에서 그 이름을 널리 떨치는 수 밖에 없다.
<도적>
그녀는 지금까지 훔치는 일이든 죽이는 일이든, 아무리 큰 작업이라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
만약 그녀 정도 되는 자가 실수를 저지른다면, 후회할 틈도 없이 한 순간에 끝날 것이다.
<마술사>
가령 아무리 실력이 좋은 자라도 궁정마술사로 가는 길이 막힐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노예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도 그렇다.
그는 마술사로서의 뒷길을 걷기 시작했다.
<닌자>
그 미궁에 무장하지 않고 도전한 뒤 살아 돌아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그 많지 않은 사람 중에 한 명이며, 다시 한 번 미궁에 도전하려 한다.
잃어버린 왼쪽 눈과 왼팔을 되찾기 위해서.
<사령술사>
목숨을 빼앗고 거짓 심장을 넣어 자신의 노예로 삼아 마음대로 조종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대가로 손에 넣은 이 비술이 있으면, 더 이상 그에게 두려울 것은 없다.
<음유시인>
들판에 걸터앉아 거친 남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일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인간도 있다.
궁정의 만찬회에서 가짜 노래를 들려주는 일 따위는 그녀에게 어떤 가치나 매력도 없다.
<프린세스>
만약 사람의 피를 빨아 목숨을 얻는 무서운 악마가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소문이 귀에 들려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그녀는 가까운 이를 데리고 성을 몰래 빠져나왔다.
<고블린>
"여기 오는 인간놈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후려갈겨라.
그러지 않으면 다음에는 네가 저녁밥이 될 차례다."
오크의 무서운 말이 메아리친다.
<스켈레톤>
아무리 순수한 기사라 해도 죽어서까지 충성을 잊지 않는 것은 그 뿐일 것이다.
그리고, 등지고 있는 문 깊숙한 곳에 있는 자가 누구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유구한 시간이 흘렀다.
<오크>
"이곳에 어리석은 인간들이 찾아오겠지. 그 녀석들에게 커다란 공포를 심어주어라.
살을 씹을 때 스며나오는 비명이 피와 함께 흩뿌려질 정도로 말이지.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네 살로 공포를 심어주마."
데몬의 무서운 말이 메아리친다.
<뱀파이어>
굶주릴 때 참담한 갈증의 괴로움을 알았다 해도, 왕의 권유를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산 자의 피를 빨 때마다 도취감에 빠지면서, 뱀파이어가 된 날을 반복적으로 떠올린다.
<골렘>
이 가슴에 새겨진 '진실'(emeth)의 한 글자를 지워 '죽음'(meth)으로 바꾸지 않는 한,
추한 자신을 아무리 고통스럽게 만든다 해도 결코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리치>
'무엇을 주저하는가.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금단의 사령술연구가 최종단계에 들어섰을 때 쓰여진 일기의 마지막 장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숨을 비술에 바치고 리치가 되었다.
<데몬>
자존심을 건드려주면 어리석은 인간들은 차례차례 맨몸으로 도전해온다.
그 다음에는 이 미궁 깊은 곳에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
<드래곤>
그는 미궁이 무너질 정도의 힘으로 모험자를 뭉개버렸다.
'아무리 강한 육체를 지녀도 계약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언제 인간이 용의 목줄을 내밀어 나를 굴복시키러 올 것인가.
그 두려움이 용으로서의 위엄을 빼앗는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그 초조함은 남은 모험가들에게도 격렬하게 부딪혔다.
(참고로 프린세스의 장비중에 용의 목줄이 있습니다.)
<셰이프 시프터>
문 전체를 가득 채운 거울에 온기와 위화감을 느끼면서,
모험가는 거기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거울 속 자신이 쥐고 있는 서늘한 빛을 지닌 검.
그것이 자신의 복부를 찌른다.
<미믹>
그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째서 이 못난 모양을 한 상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방심한 인간이 손쉽게 자신의 먹이가 되는가.
<페어리>
요정 중에도 특이한 요정이 있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궁에 도전한 자신만만한 모험자가 새파랗게 질려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걸 무엇보다 좋아하는 요정은 그녀뿐일 것이다.
<동료 모험자>
미궁에서는 주의를 게을리하면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성 안에 있는 마을보다도 훨씬 안전한 장소다.
이 곳에 있으면 길드에게 씌워진 누명으로 처형당하지는 않을테니까.
<마물의 알>
알을 깨면 무엇이 나올까?
노란색 맛난 것, 풀어지는 표정들
맛있게 잘 익은 달걀 구이
알을 깨면 무엇이 나올까?
무서운 괴물, 겁먹은 사람들
바닥에 구르는 사람 머리통
<우즈>
어머, 무슨 일이니? 부탁이니 그렇게 당황하지 마.
괜찮단다. 눈을 감으렴. 우리는 곳 하나가 될 거란다.
다 함께 이 미궁에서 흔들거리며 함께 지내는 거야.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뱀파이어 로드>
미궁 깊숙한 곳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에게 있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자들과 자신을 한 번 확인해보려고 찾아오는 손녀는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을 사는 계기가 되었던 기사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서 좀 실망했던 기억이 있군요...
나름대로 분위기 잡기는 했는데 '던전에 도전하려는 모험자들이 허세를 부리며 장비를 해제한 다음 도전한다'는 원래 게임 스토리랑 동떨어진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