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오를레앙 -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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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7 오전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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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5

인원 : 2-4인

난이도: 6/10

언어 의존도: 0/10

플레이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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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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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오를레앙 후기에 "제게 오를레앙을 하자고 부탁하면 윽! 하고 기피하려 하지만 시작하면 의외로 재밌게 한다" 고 썼던 적이 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오를레앙 같은 기묘한 감정을 느끼는 게임도 없어요.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정말 싫은건데... 싫어하면서 재밌게 하는건 뭔지 참. 사춘기가 온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오를레앙은 제게 꽤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꿀잼이라는 확장까지 모자라 최근 디럭스까지 나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요? 한박자 느리지만 오를레앙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리뷰에 룰을 주절주절 쓰기엔 언급할게 너무 많기도 하고... 곰팡맨님의 수고로 룰 설명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감상과 더불어 오를레앙의 특징적인 부분들을 짚어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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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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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맨님의 동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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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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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를레앙은 하고 싶지 않은 전략게임 Top 10에 들어갈만 합니다. 여러가지 문제점(...혹은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이 보이거든요. 그러나 불평불만을 쏟아놓기만 하면 그것도 공정하진 않으니, 인정할 건 확실하게 인정하고 꼬집을 것은 확실하게 꼬집는 식으로 균형을 맞춰볼게요.

오를레앙!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하나 있죠. 바로 백빌딩(Bag Building) 혹은 일꾼빌딩(Worker Building)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입니다. 도미니언이 카드를 구매하여 자신의 덱을 효율적으로 짜는 게임이라면 오를레앙은 일꾼을 고용하여 주머니 속에 넣음으로써 일꾼뽑기를 효율적으로 다듬어가는 시스템입니다. 덱빌딩(도미니언) & 주사위 빌딩(다이스마스터)는 봤지만 일꾼을 빌딩한다는 개념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다만 다른 빌딩류 게임과 조금 다른점이 있는데 작업이 끝난 일꾼들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도미니언으로 치면 사용한 카드를 옆에 따로 빼놓지 않고, 다시 덱에 넣은 뒤 셔플하는 것과 같지요. 즉, 다음 라운드 때 100% 나올 예정이었던 남은 일꾼들이 귀가(?)한 일꾼들 때문에 뽑히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거지요. 이게 꽤 신선하고, 라운드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 그때그때 최선의 수를 찾아야 하는 색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이 색다른 맛이 제겐 부담감을 주는 주범 중 하나가 됩니다. 도미니언과 다이스마스터에 숨겨진 재미 중 하나는 "내 덱/주머니에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 "다음 차례 내 손에 쥐어지는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지금의 전략을 짜는 것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하며 "으앙 이딴게 나왔어"하고 그때 그때 절망하는게 아니라, "지금까지 좋은 것만 나왔으니까 이제 나쁜 것만 나오겠다. 그때를 생각해서 지금 대비를 하자" 고 계획할 수 있는게 아주 매력적이지요. 하물며 30분짜리 카드게임 도미니언도, 15~20분짜리 다이스마스터도 이런 고민거리를 주는데 비해 90분이나 해야하는 오를레앙에선 방금 사용한 일꾼들이 다시 등장하며 절망감을 주는 일이 상당히 잦습니다.

실제로 조커토큰을 3개나 넣어둔적이 있습니다. 확률적으로 1개는 뽑힐만 한데도 굉장히 오랫동안 뽑히질 않아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 적이 두 세번 있었죠. 간단한 게임이라면 상관없는데 90분이나 하는 "전략"게임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건 개인적으로 불쾌함에 가깝습니다.

또한 오를레앙엔 일꾼을 하나 영구대체 할 수 있는 톱니바퀴의 존재가 있습니다. 이것을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그 부분에 특화된 전략을 짜게 되지요. 여행 위주로 달리고 싶은 사람은 여행 루트에 톱니바퀴를 대량 설치하여 적은 수의 일꾼으로 굉장한 기동력을 보여줄 수 있기도 하고... 특정 일꾼을 뽑아내는 곳에 톱니바퀴를 설치하여 그 부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압도하는 생산력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제 보드에 설치된 톱니바퀴가 일꾼 서너명에 버금가는 생산력을 보여주는걸 보면 꽤나 뿌듯하죠.

다만 전 이 톱니바퀴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꾼 하나를 덜 쓰게 해주는 이 톱니바퀴 싸움에서 밀리면 상대방과 제 일꾼 효율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골고루 잘하길 요구하는 오를레앙이긴 하지만 이 톱니바퀴 싸움에서만큼은 밀리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많아봐야 10여차례 쯤 해보았지만,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톱니바퀴만큼은 몇개 차지해놓고 전략을 꾸려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제법 보았습니다. 일부러 그 전략을 깨뜨려보고자 다른 방향의 전략을 시도해봤지만, 썩 좋지 않은 일꾼뽑기 운에다 효율에서까지 밀리니 참패를 면치 못하더군요.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톱니바퀴 러쉬에 끌려가는게 썩 달갑진 않았습니다.

친구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일꾼 뽑는 양을 늘리는 전략 루트도 언급이 되었는데, 그건 톱니바퀴처럼 100% 성공을 보장해주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껄끄러움은 안느껴집니다.

오를레앙엔 다양한 건축물들이 존재합니다. 개인보드 옆에 설치하여 하고자 하는 전략을 극대화 할 수 있지요. 종류도 제법 다양할 뿐만 아니라, 독특하게도 남아있는 건물 중 하나를 자유롭게 골라가는 방식이라 "짜증나! 내가 원하는 빌딩이 나오지 않았어!" 같은 말은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선점만 하지 않으면 되거든요. 이렇게 자유롭게 골라가게 함으로써 오를레앙의 전략적 면모가 크게 향상됩니다. 특정 전략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이 점을 상당히 좋아해요. 건물에 전략을 맞춰가는게 아니라 내 전략에 건물을 맞춰가는 개념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양날의 검이 되어 자신이 익숙한 전략/빌딩만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나오게 됩니다. 또는 다른 빌딩보다 효율이 좋은 것만 먼저 골라가는 상황도 나오죠. 즉, 전략의 고착화가 일어납니다. 물론 주머니에서 일꾼을 뽑아 사용하기 때문에 매 게임이 똑같진 않지만, 사람의 취향이라는건 무시하기 힘들어서... 매 게임 같은 건물만 계속 사용하는 친구도 보았습니다. 새로운 전략을 시도해보지 않는 것을 비난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제겐 게임에 대한 흥미를 뚝! 떨어뜨리는데 충분합니다. 차라리 오부족이나 여타 게임처럼 건물 카드 3개를 시장에 깔아놓고 그 중에 하나를 골라가는 방식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해요.

또 하나의 사소한 문제점으론 건물의 종류를 꿰뚫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실력차도 있겠네요. 다만 전략의 고착화 같은 치명적인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그래도 게임 내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스코어링 루트가 있는건 참 좋아요. 여러 루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쟁을 벌이며 특정 루트를 파고 들어가는게 꽤 재밌습니다.

아, 이건 좀 황당한 상황이라 단점으로 보긴 어렵습니다만... 한번은 초반부터 일꾼생산 + 여행러쉬를 가본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초반부터 소지한 상품에 대한 페널티를 먹이는 조건들이 나오는 연속으로 나오는 바람에 저 혼자 감점이란 감점은 다 받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반사이익을 본 적이 있어요. 웃어버리긴 했지만 "초반부터 여행하지 말라는거야 뭐야? 이런식으로 페널티를 먹이는 조건은 좀 심하지 않아?"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_-;; 그때부터 여행러쉬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더불어 여행루트를 파고들어서 제대로 성공한 사람을 아직 못봤습니다. 여행루트가 득점력이 약한걸까요? 이건 그냥 특수 케이스로 인한 나쁜 인상인거겠죠.

이래저래 불만사항을 지적하긴 했지만, 오를레앙 자체에 꽤 재밌는 면모가 많다는건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꾼을 은퇴(?) 시켜서 자원과 교환함과 동시에 일꾼 뽑기 효율을 늘리는 점도 재밌구요. 단순히 점수만 뽑아내는게 아니라, 다양한 루트에서 남들을 압도하여 시민(?) 확보를 통해 점수 두배, 세배로 뻥튀기 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 잘해도 이 시민(?)이 부족해서 뒷심이 모자라 지는 일도 허다해요. 오를레앙을 너무 진지하게 보지 않고, 일꾼뽑기의 가벼움과 전략의 무거움이 절묘하게 섞인 중급 게임이라 본다면 꽤 만족할만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고나면 "아~ 이 게임은 이런 사람이 좋아하겠구나" 하고 대충은 그려지는 편인데 오를레앙은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의 큰 장점이 큰 단점으로 느껴지다보니 저도 혼란스럽네요. 대체적으로 중~고급 게이머들에게 어울릴 듯 하며, 확률(운)이 자신의 전략에 영향을 줘도 괜찮은 사람, 단순한 외길파기보단 두루두루 골고루 신경쓰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대화가 좀 적어도 괜찮은 사람, 최소 인원인 2인보단 4인플이 압박감이 더 심하기 때문에 3~4인이 꾸준하게 모일 수 있는 사람 정도겠네요.

꾸준히 돌아갈만큼 재미는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매력포인트도 꽤 보이구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껄끄러운 점 3~4가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확장을 넣어도 / 디럭스를 해보아도 위의 문제점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 오를레앙 경험은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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