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5 & Wor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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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3 07:03

1. 처음

안녕하세요, 유신입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봅니다. 누워서 3시간을 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수면을 포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옛 자료들을 하나씩 열어봅니다. 이전 회사와 재직 중인 회사에서 해왔던 보드 게임들에 대한 기록이 조악하게 정리되어 있군요. 이를 토대로 회사 버전의 Best 5와 Worst 5를 꼽아볼까 합니다.

2. 중간

워낙 널리 알려진 게임들이 많아 룰 설명은 가볍게 건너뛰고 간단한 코멘트만 남기겠습니다. 우선 Best 5로 시작합니다.

Best 5의 주인공은 스컬킹입니다. 대개 처음 겪는 이들은 숙달된 조교의 시범(요→호↗호↗)에 기겁하며, 열이면 아홉이 마치 ‘회사에서 무슨 짓이냐’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나 후유증은 엄청납니다. 자신도 모르게 일하는 도중에 요→호↗호↗를 내뱉고 맙니다. 그리고 재빨리 자신의 입을 막지요. 이 게임이 가진 중독성의 3할은 이 마법의 주문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포커칩을 구비하여 미리 200점(100점 포커칩 1개, 50점 포커칩 1개, 10점 포커칩 5개)을 지급하니 손맛도 살고, 재미도 더해진 것 같았습니다.

Best 4는 셀레스티아의 몫이네요. 선장인 나를 믿어라, 솔직히 말한다면 갈 수가 없다, 여러분들이 도와준다면 갈 수 있다 등 다양한 술수가 난무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표정과 말투에 집중해야 합니다. 별개로 풀확장은 매번 헷갈리기 때문에 본판만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시타델이 Best 3입니다. 시타델을 회사에서 처음으로 플레이했을 때에 에러플을 했었습니다. 1번 암살자가 특정 직업을 죽였는데, 2번 도둑이 방금 사망한 직업의 돈을 훔쳤기 때문입니다. 당시 죽은 상태에서 가진 금화를 모두 빼앗겼던 사원 A씨는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토로했었죠. ~~미안해요.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Best 2는 한밤의 늑대인간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습니다.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데, 이미 저쪽에서는 어색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사원 B씨가 보입니다. 저 친구가 늑대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을 모두가 동시에 하게 되고, 무두장이 토근을 쥔 제 손이 부들부들 떨리게 됩니다. 코인 캡슐이 부셔지지 않을까 걱정도 하기 전에 저는 오늘도 단 하나의 승점도 얻지 못합니다.

대망의 Best 1입니다. 드문 경험이지만 타부서의 부장님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밑바닥에서 어찌어찌 올라와 왕으로 즉위하셨을 때, 눈치 없는 사원 C씨는 나긋나긋한 손놀림으로 테이블 위에 카드 두 장을 던져 놓았습니다. 어릿광대가 둘이라니. 부장님의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이 위대한 달무티를 함께한 이후로 그 부장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보드 게임을 하지 않게 되셨습니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제부터는 Worst입니다. 하나하나 꺼내놓으려니 끔찍하네요.

Worst 5는 뱅! 주사위 게임입니다. 애매한 게임입니다. 대개 6~7인 파티가 꾸려졌을 때 시도했습니다만, 처음으로 죽은 이는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봐야 합니다. 세상에서 홀로된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회사에서 뱅! 주사위 게임을 하자고 하시고 잔뜩 화살을 가져가시면 됩니다.

Worst 4의 자리는 수목원이 차지했습니다. 일러스트만 봐도 힐링이 되네요, 라는 말은 퍽 위험합니다. 손아귀에 쥔 패를 어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스스로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우린 조금 전까지 일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또 머리를 쓰라고요? 이 보드 게임을 점심 시간에 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티키 토플이 Worst 3입니다.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건조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웃음기가 사라지고, 중간중간마다 섞던 농담도 증발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티키 토플 개봉 2회플 판매합니다.~~

Worst 2에 디크립토가 선정된 까닭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단 1회플에 별점이 1개인데요. 이 정도라면 이미 진작에 방출되었어야 할 게임인데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보드 게임 보관 사물함의 제일 구석 자리에 놓여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플레이해볼 기회가 있겠죠?

롤앤라이트의 걸작, 지도 제작자들이 Worst 1에 올랐습니다. 이건 확실히 기억합니다. 6인플로 진행했었고, 룰마가 저였습니다. 네, 그냥 완전히 말려버렸습니다. 왜 색연필을 들고 종이 위를 색칠해야하느냐, 라는 물음에요. 기록상으로 별점이 무려 0.5점으로 되어 있네요. 하하하. 그저 저만 재밌으면 된 거죠 뭐. 하하하.

3. 끝

본래 2021년 Top 10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쓰다가 날렸네요. 잠이 오진 않지만 멀쩡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