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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21

1,317 조회

2022.02.21 23:33

안녕하세요. 다가올 개학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 남자, 개굴입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학교나가서 애들하고 놀기도 하고 수업도 하고싶단 생각도 막 들어요. 물론 나가면 일주일만에 방학날짜 세는 기계가 됩니다.

방학하면 매일같이 보드게임 하러 놀러다닐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못하고 있네요.

연수도 있고, 코로나도 기승이고, 여러모로 정신도 없고... 잘해야 한달에 세 번쯤 나가는듯. 그렇게 아득바득 나가서도 대충 여섯시간쯤 놀고 들어오고... 체력적인 문제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예전엔 점심먹고 나가서 열시에 들어오고 막 그랬는데 어찌 그러고 놀았나 몰라요. 40을 향해가는 유부남들, 우리존재 화이팅.

암튼 그럼 가뭄같은 취미생활에서도 모아두었던 작고 소중한 썰 갑니다잉.

아, 댓글로 종종 당황하고 측은지심을 가져주시는 따뜻한 분들이 많은데, 퇴근하고 쓰는거 아닙니다. 모아놨다가 그냥 시간날때 올린거에요 :D

1.
작년 10월이던가요? 갑자기 구매의욕에 불이붙으면서 직구까지 해가며 PACG를 사모으더니, 다시 한 번 지갑이 얼어붙은 시기가 왔습니다.

당장 나오는 게임중에 딱히 기대가 되는 게임도 없기도 하고...아니, 그 전에 신작에 신경을 쏟을만큼 삶의 여유가 있지도 않거니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책장이 꽉 찼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그 책장이 보드게임으로 미어터지던 책장을 보다못해 아내가 새로 맞춰준지 1년도 되지 않은 책장이라는 것(...)

대체 왜죠? 나름 섹션별로 규칙이 있었는데 이제 완전 뒤죽박죽 혼돈의 도가니탕이에요.

그냥 되는대로 넣고 있습니다. 중고로 팔만한 게임도 이제 없어요... 왠지 언젠가 한 번은 할 것만 같은(이라며 3년째 노플중인)게임들 뿐입니다.

물론 컬렉션이 방 한칸 가득인 고렙분들이 보시면 피식도 안나오겠지만... 일단 저한테는 큰 고민이에요. 보드게임을 넣는다고 책을 버렸다간 아내가 저까지 같이 분리수거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책하고 다른 것들을 좀 오밀조밀하게 모아서 두칸정도 더 책장을 확보하고서 생각해보던가,

아니면 코너장을 하나 사가 끼워넣어서 책장의 작은 보드게임들은 그리로 옮긴다거나 뭐 이런 방법을 강구중입니다.

2.
지지난주에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을 첫 플레이 해 보았습니다.

그 옛날에 파랜드택틱스(정확히는 파랜드 사가 시리즈지만) 아시죠? 그리고 택틱스 오우거도요. 그리고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나 삼국지 영걸전요.

이런 게임들을 보드게임으로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서로 동전을 갖고싶어하는 그 감정의 줄다리기도 재미있었고(...)

다만 몬스터들의 행동 알고리즘이 조금 직관적이지 않다고 해야하나? 익숙하지 않아서 좀 어렵더라고요. 누구를 주목하고 어느 루트로 움직이고 이런것들이요.

이런 부분은 차츰 적응이 되겠죠 뭐. 헬퍼에서 이런것도 지원해주나? 싶었는데 그런건 아니더라고요?

아, 헬퍼가 굉장히 편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 헬퍼를 안쓰고 있습니다.

딱히 "으어디 신성한 보드게임 테이블에 어플 따위가 올라와" 같은 쇄국맨은 아니고, 이제 튜토리얼 2시나리오만 클리어 한 지라 아직은 할만 합니다.

한 다음달 쯤에 이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올라오지 않을까요?ㅋㅋㅋㅋ

일레븐...이라는 축구구단 운영하는 보드게임이 현재 텀블벅에서 펀딩중인데 아직도 룰북이 안올라왔네요.

매치 시스템이 어떤 방식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그냥 자체적으로 룰북 번역해서 봤더니, 경기장을 9섹션으로 나눈 후 각 섹션별로 상대와의 공격 수비 수치를 비교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예를들어 이런 경우 왼쪽(상대)의 오른쪽 저지에 축구공 1 이라고 써있는게 공격력 1.

이거는 우리팀의 방패 1, 즉 수비 1에게 막히고 우리의 공격 2는 상대 수비 1보다 강하니까 해당 섹션에서 1골.

뭐 이런식으로... 아마 각종 플레이어카드들이나 이런저런것들로 보정이 들어가고 뭐 그렇겠죠?

뭐 상대의 경향을 예측한다거나 해서 적재적소에 공격/수비수를 배치하고 택틱카드나 그런것들로 이득보고 그렇게 진행하나봅니다.

맨 처음 해외에서 소식 접했을때에는 솔직히 좀 혹했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구매하지 않을 듯 합니다. 한 번쯤 해보고는 싶네요.

4.
올해 9살이 되는 초등학생 조카가 있는데, 제 동생이 "오빠 게임좀 가져와봐 얘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좀 해보고 수준 맞는거 우리도 좀 구매해주게" 라길래

뭘 가져갈까 한 시간정도 고민하다가 패치워크를 가져가봤습니다.

근데 이게 규칙서를 다시 차근히 읽는데 생각보다 좀 어려운거에요. 9살짜리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도 애들한테 수학가르치는거보다 쉽겠지...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룰북 탐독 후 조카 앉혀놓고 규칙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게임 시작.

결론, 28 : -14로 졌습니다. 엥?

중간에 아내가 살짝살짝 두어번쯤 힌트를 주고 저도 초반에 몇 수 정도는 비효율적인 수를 두긴 했지만 중반부터는 전력을 다했는데요...!!

어느틈엔가 보니 저는 할 수 있는게 없고, 심지어 가죽패치는 한 개도 못먹었습니다. 으앙.

▲두고보자. 삼촌이 다음번엔 최선을 다 할거야!

어영부영 하다보니 진행하던 판델버 TRPG 파티는 와해(...) 되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진행해봤는데, 코로나로 세 달 정도 강제로 쉬고 났더니 그 동안에 각자들의 이유로 모임을 지속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조금 많이 아쉽네요. 끝까지 진행하고, 조금 더 긴 시나리오도 해보고싶고 그랬었는데,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모임 갖는게 가장 큰 벽이지 싶습니다.

아 물론 저의 즈질 마스터링 실력도 그렇고요.

ORPG로 다른 마스터 분들 세션에 참가해보기도 하고 좀 여러 방면으로 즐기고 싶은데,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로 불가능.

음. 아쉬워요. 조금 더 어렸을 때 이것 저것 해보고 놀았으면 좋았으련만 왜 그리 술만 먹고 으잉? 방탕하게 젊음을 허비하고 으잉?

얼마전에 문득 생각한건데, 올해 동아리를 TRPG 동아리로 꾸리면.........적어도 보장된 시수만큼의 플레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중딩 애들하고 던전월드 했을때 마을 들어가자마자 지나가던 노인의 목에 칼을 들이밀던 똘갱이놈들의 플레이가 머릿속에서 막 스쳐지나가고.....

코로나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거리두기는 슬슬 완화되고 있네요.

모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리저리 고민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취미모임이다 보니까 주변에 "보드게임 하러 갔다가 감염되었어요 데헷" 하기가 좀 그래서요.

어젠가 집 주변 쇼핑몰 갔더니 QR체크인 폐지되었다고 사람들이 드글드글하던데... 솔직히 아직은 조금 많이 불안한 마음이 큽니다.

빨리 뭐라도 좀 진행되어서 좋은 시절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다들 좋은 밤 되십쇼. 굿나잇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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