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4/05/06 - 똑같은 게임만 계속하면...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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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7 오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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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후기는 인간이 똑같은 게임을 계속 반복하면 어떤 후유증이 생기는지 요약한 보고서입니다.

1월 4일.

신년에 처음으로 한 게임이 픽어피그 군요. 저렇게 늘어놓고 각자 카드 한장을 받습니다. 그 카드를 기준으로 중앙에서 카드를 마구 가져와야 하는 간단한 게임이예요.

조건은 두 가지.

1. 그림이 완전히 똑같거나

2. 그림이 딱 하나만 달라야 합니다.

크기/안경/색깔/팔/팝콘 등 다양한 조건이 있어서 의외로 정신없는 게임이예요. 다양한 확장이 있기 때문에 서로 섞어 쓸 수도 있지만... 딱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게임입니다. 자주 꺼내는건 아니지만, 한번 시작하면 아이들은 상당히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예요.

모두 수업을 받는 동안 우리 귀요미 쪼꼬미랑 함께 타케노코! 이 아이는 제가 여러차례 언급했었죠. 머리가 아주 총명하기 때문에 웬만한 게임은 아주 빠르게 흡수하고 저와 대등하게 싸웁니다.

이 날도 제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빠르게 추격을 해와 35대 35 동점이 났습니다. 물론 무승부시 승부를 가르는 규칙이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까지 승자/패자를 가르는 것보단 따라온걸 칭찬하고 싶었기에 그냥 하이파이브로 함께 마무리 했어요 ㅋㅋ 게임이 이쁘다고 참 좋아하더군요.

쪼꼬미에겐 다빈치코드 정도는 아주 쉬운 게임에 속합니다. 이 날도 몇 번이나 패배했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전 여동생이 없습니다. 대신 아주 사이가 좋은 남동생이 있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총명한 여동생이 있으면 참 좋겠어요. 매일 오구오구~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것, 배워온 것을 모두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실제로 쪼꼬미와 쪼꼬미 언니가 저와 놀다가 "캐쌤이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약간 마음이 아팠지요. 그때 대화가 대략...

(함께 게임 중)

"(갑자기) 캐쌤이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왜?"

"늘 함께 놀아주고 공부 가르쳐주잖아요"

"너희 부모님도 그러지 않니?"

"안그래요. 엄마 아빠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게임하거나 TV 드라마 봐요."

"너희들이랑 안놀아주고?"

"네."

"그럼 너희끼린 뭘하니?"

"뭘 해야할지 몰라서 핸드폰만 가지고 놀아요"

"...음 그렇구나. 그러게. 내 딸이었다면 매일 이렇게 같이 놀았겠지. 내 딸이 아니라서 아쉽구나. 하지만 센터에선 항상 내 딸인 것처럼 생각할게."

이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 실수로 저를 "아빠!" 라고 불렀다가, 자기도 놀라며 "...가 아니라 캐쌤!" 하며 얼굴이 빨개지길래, 천연덕스럽게 "응? 우리 딸! 나 왜 불렀어?" 하며 대꾸하며 웃기도 했네요 ㅋㅋ.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떤 부모상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 간접적으로 알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 하시는 많은 분들. 이미 아이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는 것만으로도 좋은 부모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저도 훗날 좋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1월 5일.

최근 기존에 있던 낡은 닭무티는 버리고 새로운 달무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달무티 유행... 이 날 달무티만 2시간 30분~ 3시간 정도 했어요. 으아... 1시간 반쯤 되면 머리가 아닌 손이 달무티를 하게 됩니다...

사보티어도 잠시 함께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아이들 사이에선 사보티어가 인기가 없어요. 저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스파이게임이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뭐... 설렁설렁 하다가 다 치우고 또 다시 달무티를 했습니다. 1시간 반동안요 ㅡㅡ

제가 예뻐라~ 했던 한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길래 다다에서 시타델을 주문했습니다. 소포가 도착했길래 확인해보니 이런 달력이 있네요.

아담하고 예쁘길래 이것도 함께 선물로 줬습니다. 우리 애기들 내공도 빵빵해져서인지, 달력에 있는 모든 게임을 알아보네요 ㅎㅎ

아이들이 다 집에가고 가뿅(별명)이만 덩그러니 있길래 둘이 함께 맥블라스트를 했습니다. 제가 약 2년전에 선물로 준 게임이예요. 규칙을 까먹었다길래 다시 알려줬는데... 두어번 해보더니 완전히 기억이 났는지 아주 잘하네요.

아이들과 게임을 할 땐 텍스트가 가능한 없는게 좋습니다. 아이들은 글을 잘 읽으려 하지 않으며, 게임 흐름이 중간중간 끊기는걸 꽤 싫어하거든요.

제 개구리(?) 종족 주변에 비행선이 하나도 없네요... 알몸으로 벗겨진채로 최강급 항공모함들에게 두들겨 맞았습니다. 여러명이 하면 정치 플레이가 가능한데 1:1로 하니 그게 없어서 힘들군요 ㅋㅋ 아, 여담이지만... 제발 게임 규칙 안에 "공격할 때 삐융삐융 소리를 내야한다" 이런 것 좀 안넣어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 규칙이니 안따를 수도 없고 참 ㅋㅋㅋ 어차피 게임이 재밌으면 애들은 삐융삐융!!! 하며 신나게 논다구요!!!

1월 6일

센터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세번 놀라시더군요.

1. 아이들이 가진 수 많은 보드게임 수를 보고.

2.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은 몇 개 없는 것을 보고.

3. 아이들이 루미큐브로 자신을 쉽게 꺾어버리는걸 보고.

후후후. 암요. 누가 키운 아이들인데요.

좌상단에 있는 아이가 선생님 패를 보고 훈수까지 둬가며 압승을 거뒀다고 합니다. 엣헴 누가 키웠는데요. 엣헴엣헴.

그리고 또 시작된 달무티!! 제발!! 그만 좀!!!

아... 달무티...

2시간째 달무티....

밥 먹기 직전까지 달무티... 이 날만 3시간 반을 달무티에 투자했습니다아아아... 인간이란 똑같은 행동을 계속하며 그 자체에 너무 익숙해져 흥미를 잃는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겐 그 팩트가 먹히지 않는가봅니다... 아이들과 달무티를 하루 3시간씩 하면 보드게임에 대한 흥미가 싹 사라집니다. 그리고 "아... 일을 하고 싶다... 전공서적 읽고 싶어... 친구들과 정세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싶다..." 같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어른의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져요.

애들 밥 먹이고 집에 보낸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