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지인 모임 짧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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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00:20

연초부터 친한 후배가 끌고온 대학 신입생들을 데리고 보드게임 세계를 소개해줬습니다. ㅎㅎ 정신없이 놀다보니 사진을 못찍어서 아쉽지만, 짧막한 후기라도 남겨봅니다.

1. 라스베가스 (5인)

첫 플레이를 5인으로 했는데 남녀 불문하고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라운드 초반에 제한된 선택지를 가지고 나름의 전략을 고를 수 있어서 좋고, 후반으로 가면서 주사위가 줄어들수록 빵빵 터지는 환호성과 좌절이 정말 겜블하는 맛이더군요. ㅋㅋㅋ 마지막 라운드에서 다섯 명 전원이 한 카지노에 미어터지도록 들러붙으면서 웃겨 죽는줄 알았네요. ㅎㅎ 정말 좋은 게임인 것 같습니다.

게임이 끝날 때쯤 늦게온 한 명이 합류하면서 6인 게임을 찾게 되었습니다.

2. 데모크레이지 (6인)

영문판 게임을 구했었어서, 직접 스캔해서 모두 한글화해서 아얘 새로 카드를 만들기까지 한 데모크레이지입니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첫 플레이를 해보니 여러가지로 생각외로 재미를 느낄려면 필요한 조건들이 많더군요.

단순히 정책을 내고 곧장 투표하고 결과보고, 이런 반복으로 게임을 하게 되면 정말 재미가 잘 안느껴지더군요. 그나마 재밌게 진행되던 순간은 "이후 모든 법안은 투표 없이 결정된다"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한 바퀴동안 진행이 미친듯이 빨라져서 좀 웃었던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을 재밌게 하려면 일단, 법안을 낼 때 그냥 내고 곧장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을 낸 사람의 일정한 발언 및 협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백지 법안을 많이 넣는게 좀 더 자유도를 주면서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리고 지속되는 법안의 숫자가 6개였는데, 법안 내용들이 게임의 규칙 자체가 되기 때문에 고려하기에는 6가지 법안은 좀 많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4~5가지 정도로 줄여보면 어떨지 시험해보고 싶더군요. 그리고 와일드 카드를 1장씩 주는데, 가능하다면 2장씩 있으면 어떨까 싶더군요. 와일드 카드들 끼리 충돌하는 경우를 이번 플레이에서 보질 못했거든요.

아무튼 생각보다 게임 자체가 재미를 끌어내기에는 무리인 게임 같았습니다. 플레이하는 사람들로부터 재미를 끌어오기 위한 변형이 좀 필요해보였습니다. 위와 같은 변형 룰로 다시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3. 캐쉬 앤 건즈 2판 (6인)

이 게임 역시 첫 플레이였기에 룰을 충분히 미리 숙지하고 꺼냈습니다. 첫 플레이니 복잡해질 것 같아서 캐릭터 특징들은 빼고 플레이했습니다. 조금 불편했던 점은 캐릭터를 테이블에 세워서 해야하는데 테이블보가 좀 부드럽고 두껍다보니 캐릭을 세워서 하기가 어려웠습니다.ㅠㅜ 그냥 테이블보를 걷어버리고 해야하나 싶었습니다.

이 게임의 단점은 "누구를 노려야 하는지" 선택할 기준이 없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후반에 가서는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사람을 조금 노리게 되는 경향성이 생길 수는 있는데, 그 외에는 내가 누구를 노리지?라는 고민이 계속 머릿 속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를 위해 내 머리를 노릴까..싶기도.ㅋ)

누구를 노려야 나한테 이익이 되는지가 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익을 보는 결정이 아니라 남이 이익을 못보게 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잘 와닿지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게임도 갓파더가 누구를 노려야할지 카운트 하기 전에 서로 협상을 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도 조금 들더군요.ㅎㅎ (그러면 이거 협상 게임이 될텐데..ㅋㅋ)

결국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저 고민을 하지 않고 즐겁게 서로의 두개골을 향해 총을 들이밀 수 있으면 이 게임은 매우 즐거운 파티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캐릭터 카드를 사용하면 조금 더 전략성이 생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파티 게임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서 그 쪽은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게임내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이 게임을 어떤 그룹에서 어떻게 진행해야 그 재미가 빵빵 터질지 고민해봐야겠네요. (왠지 홍콩 느와르에 감정이입한 사나이들을 모아놓고 하면 성냥 씹으면서 해보면 어떨까 싶은...ㅋ)

4. 화이트 채플에서 온 편지 (5인)

제가 잠시 게임에서 빠졌다가 다시 돌아와보니 화채가 1:4로 돌아가고 있더군요. 악랄한 후배놈이 파릇파릇한 경찰 네 명을 농락하고 있더군요. (악랄한 놈ㅋ) 둘째 밤인데 마차 2번 연속으로 탄 잭의 흔적만 찾고 그 뒤로 잭이 7번이나 걸어댕겼는데 아무 단서도 못찾고 방황하고 있더군요. 그 와중에 경찰은 논리파와 직감파, 둘로 나뉘어서 논쟁이 벌어지다가 어차피 이번 밤은 글렀으니 맘대로 해봐라는 식으로 직감파에게 경찰 수사권이 넘어갔습니다. ㅋ 직관파 2명이 잭의 아지트를 한 군데로 찍고, 마음대로 직감 수사(?)를 하며 아무 계획없이 순경들을 움직이는데...

잭을 하던 후배가 이동을 못하고 지도를 계속 바라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GG를 선언합니다.; ㅋ 너무 빙 돌아오다가 아지트로 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경로를 직감 수사하던 순경에게 막혀버렸더군요. ㅋㅋㅋㅋㅋ 더 대박이었던 것은 찍었던 아지트 번호가 정확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헐. 나도 추리하는거 다 때려치웠어야 했던가...) 잭을 하던 후배가 말도안되게 져버렸다고 겁나 억울해하더군요. ㅋㅋㅋ

5.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6인)

잠깐 쉬어갈 겸 가볍게 시작한 가짜 예술가였는데... 한 아이가 블랙홀 같이 나머지 다섯명이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을 그려대서 빵빵 터졌습니다. ㅋㅋ 한 두판 하려고 했는데 한 바퀴를 다 돌았네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가짜 예술가 역할 너무 힘듭니다.ㅠㅜ 제가 가짜 예술가로 2번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하필 처음 그려야하는 순서가 왔을 때 눈앞에 하얗게 됩니다.ㅠㅜ 거기다 주제어까지 안도와주면.. 엉엉.

그래도 정신없이 빵빵 터졌습니다. 역시 이 게임은 완성된 그림에다가 제목을 붙일 때가 가장 재밌네요. ㅋㅋㅋㅋ

6. 아임더보스 (6인)

마지막으로 아임더보스를 꺼냈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모두 첫 플레이여서 제가 열심히 비열한 협잡 방법들을 먼저 보여주며 플레이하려고 했으나.... 제가 한 번도 아임더보스에서 보지 못했던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개인적으로 엄청 신선했습니다.

한 친구가 굉장히 "신뢰"와 "믿음"의 거래를 추구하며 일종의 동맹 관계를 형성하더군요. (헐.) 제가 아무리 1만 먹겠다고 해도, 쿨하게 거절하고 동맹과 거래.ㅠ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몇 턴을 꾹꾹 참고 카드만 먹으면서 칼을 갈다가 마지막 거래에서 모든 카드를 마구 쓰면서 막판 큰 거래를 어떻게든 먹으려고 했으나 3:3 싸움에서 카드 부족으로 결국 패배..ㅠㅜ

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동료는 가볍게 무시하는 친구들과만 플레이하다가 이런 장면을 겪으니 엄청 신선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서로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재미는 좀 덜했지만, 역시 게임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경험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쓴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집에 가던 아이들이 "이 게임 진짜 사고 싶다" "이 게임 정말 재밌다!"라고 말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아, 내가 이렇게 보드게이머를 늘렸어!) 다음엔 사진 찍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