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스토리즈와 셜록홈즈: 자문 탐정, 그리고 팬데믹 레거시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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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8 오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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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간만에 후기를 남겨보네요.

요새 간간히 보드게임을 할 시간이 생겨 꾸역 꾸역 해보고 있는데요,

검색해보니 타임 스토리즈, 팬데믹 레거시가 많이 회자가 되어 가장 먼저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기대를 했던 "타임 스토리즈"에 대해서 좀 써볼까 합니다.

타임 스토리즈는 스토리텔링, 몰입감, 추리 그리고 RPG 요소와 신선한 게임 방식으로 많이 극찬을 받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저는 반대로 단점 위주로 이 게임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

경고 차 말씀드리지만,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려고 플레이 하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분들은 이 글을 안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이 게임이 그렇게 재밌어? 정말 해봐야하나?" 라고 고민 중에 계신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절대 없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스템적인 면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있으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보고 싶지 않아! 하시는 분들은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1. 타임 스토리즈는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 그럼 스토리는?

일단 카드 몇 장을 늘어놓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주고, 그 뒷면에 해당 일러스트에 대한 상세 내용이 적혀 있는 방식이 참 신선합니다. 그로 인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몰입이 되었습니다. 파노라마의 일부분으로 그려진 저 사람(혹은 사물)이 어떤 말(혹은 묘사)을 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그 이야기가 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음 이야기가 저절로 궁금해지더군요.

하지만, 과정은 참 좋았으나 결과는 글쎄요...입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된 스토리는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웠습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텔링 게임인데, 그 뼈대가 되는 스토리가 허점 투성에 배경 설명의 부족, 그리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마시 케이스를 아직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부분이 보완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 타임 스토리즈, 추리 게임?!

저는 추리 게임 덕후라, 사실상 이 부분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후기에서 "마치 방탈출을 하는 듯 하다". "단서를 가지고 추리하는 맛이 쏠쏠하다". 등등. 추리적인 요소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기대를 살포시 낮추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추리의 요소가 그리 높지 않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RPG요소를 접합시킨 캐릭터와 "테스트"는 스토리 몰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번거롭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결국 주사위를 굴려 "테스트"를 성공하게끔 되는데 그게 주사위 운이 좀 있는데다가(캐릭터 특성이 있으나), 이곳 저곳 뿌려진 떡밥 중에 잘못된 떡밥을 물었을 때의 패널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운빨똥망겜...의 스멜이 좀 있네요.

결국 한 번의 Run을 실패하고 난 뒤에는, 다음 Run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최단 경로로 자신이 최종적으로 닿은 단서까지 도달하는가에 치중되어 있는데요(이 과정도 테스트는 진행해야 하기때문에 운이 존재하고요), 이러한 요소들이 저로 하여금 "운과 노가다의 요소가 더 큰 게임"으로 인지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3. 타임 스토리즈와 셜록홈즈: 자문 탐정

저는 타임 스토리즈를 하면서 계속 셜록홈즈와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상 이 두 게임은 장르가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하나의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풀어가느냐가 다를 뿐, 방식은 유사하다고 봐요. "결국 어떤 단서를 보고 공유하고 사건을 해결한다."를 뼈대로 진행하는 게임이니까요.

셜록 홈즈는 물론 "보드게임"의 요소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그냥 사건을 읽고 각종 정황을 파악하고 "나 이 장소에 가볼래." 하고 가서 읽고 공유하면 땡이거든요. 그러다가 플레이하는 사람들끼리 사건의 퍼즐이 맞춰지면 가서 문제를 풀면 끝입니다. 하지만 좀 더 사건 플롯에 집중되어 있고, 추리하는 맛이 일품입니다.

반면, 타임 스토리즈는 플롯이나 사건을 해결하는 연결고리가 아쉽고 운의 요소가 있지만, "보드게임"에 좀 더 가까운 플레이 방식과 사건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몰입감을 주는 게임입니다.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나은 게임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셜록 홈즈가 재미면에서 좀 더 나았습니다(시나리오도 10개나 된다고요 ㅇㅅㅇ).

신나게 타임 스토리즈를 까보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타임 스토리즈도 한 번쯤은 꼭 플레이 해보셔도 될만한 훌륭한 게임이라는 겁니다. 보드게임과 스토리텔링 게임(이 두 장르를 구분짓는 것도 이상하지만)을 정말 교묘하게 잘 접목을 시켰거든요. 어쩌면 새로운 장르?라고 불러도 될 만큼요. 몰입감도 상당한 편이기도 하고요.

+ 그리고, 팬데믹 레거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감명깊게 한 또 하나의 게임, 팬데믹 레거시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써봅니다.

저는 참고로 팬데믹 본판을 수도 없이 플레이하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알바...도 몇 번 진행하면서 정말 질리게 한 게임이라, 팬데믹 레거시에 대한 기대치가 사실 높지 않았는데요, 레거시 형식이 이 지루한 게임 방식에 이렇게 변주를 줄 지는 몰랐습니다. 기본 뼈대는 같은 게임인데(그것도 이미 질렸던 게임 방식인데) 한 자리에서 몇 번이고 수회플을 돌리는 거 자체가 정말 놀라워요.

올 해 한 게임 중 카베르나를 제일 재밌게 한 게임으로 꼽고 있었는데, 팬데믹: 레거시가...곧 저만의 GOTY "Game of the Year" 타이틀을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더군다나 시즌제라서 다음 시즌이 벌써 기대돼요.

꼭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만 줄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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