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노플 탈출 프로젝트!
저는 주로 아내와 보드게임을 즐깁니다.
보드게임이라고는 루미큐브와 라비린스 정도만 알고 있던 저에게 "룰 익혀서 가르쳐줘"라며 미개봉된 엘드리치 호러를 건네준 아내..
그것이 계기가 되어 보드게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동생을 보드게임에 푹 빠지게 만든 게임도 엘드리치 호러였군요. (참고 여동생에게 영업하기!)
여하튼 아내가 저보다 보드게임에 대해 많이 알고 보는 눈도 있다보니 보통,
아내가 구입할 보드게임 선정 -> 제가 구매 -> 제가 룰을 익혀서 가르쳐줌 -> 아내가 이김
순으로 진행 됩니다.
제가 룰을 먼저 익히고 가르쳐줘도 대부분 아내가 이기죠..
아내에게 지지 않는 게임은 협력게임 정도입니다..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루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회사가 멀어 대중교통으로 왕복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보니 전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을 활용해서 룰영상을 보거나 룰북을 보며 게임을 습득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며 룰을 익힐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죠..ㅠㅠ
덕분에 게임은 계속 사는데 컴포 정리만 해놓고 플레이 하지 못한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었죠..
물론 기존의 게임을 해도 되는데 아내도 재택 근무를 하게 되어 야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설상가상으로 주로 아이들이 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하던 저희의 게임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된 것이죠..
몇 개월 동안 플레이한 보드게임은 10살 6살 아들들과 함께 한 돌팔이 약장수, 카르카손 시리즈, 티켓 투 라이드 시리즈 정도 였는데..
다 좋은 게임이지만 뭔가 욕구불만(?)이 쌓여있었죠..
그러던 중 문득 '긱 순위 순으로 안해본 게임들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긱 순위를 살펴보았습니다.
1. 글룸헤이븐 : 보유, 플레이 해봄
2. 팬데믹 레거시 시즌 1 : 보유, 플레이 해봄
3. 브라스 버밍엄 : 보유, 개봉노플
마침 지난 주 금토일 쉬게 되어 애들과 놀아주며 짬짬이 룰을 익혔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금요일 밤 10시부터 시작해서 룰 설명하고 플레이까지 마치니 2시가 되어있더군요..
플레이를 마친 감상은 운하 시대와 철도 시대의 온도차가 확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운하 시대에 2단계 이상의 건물 타일의 배치와 추가 자원에 따른 네트워크 연결의 변화가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아내와 뭔가 속이 뻥 뚤린 듯한 기분을 공유했고, 첫 게임이라 오류플이 살짝 있었지만 너무 즐거웠습니다.
역시 아내가 127:116으로 이겼구요..^^ㅋ
다음날 다시 긱 순위를 살펴보았죠..
4. 테라포밍 마스 : 보유, 플레이 해봄
5. 여명의 제국 : 사도 안 할 것 같아 구입하지 않음
6. 글룸헤이븐 사자 턱 : 한글판 없어 구입하지 않음
7. 가이아 프로젝트 : 보유, 개봉노플
개봉노플인 상태가 년 단위인 게임들 중 하나인 가이아 프로젝트..
아이들은 키즈카페에 풀어놓고 룰 익히기에 들어갔죠..
신나게 뛰느라 일찍 잠든 토요일 9시 경부터 시작해서 룰 설명하고 플레이까지 1시..
그 오랜 시간 동안 이걸 안하고 있었다니!! 게임이 세팅 된 이후로 랜덤 요소가 1도 없는 전략 게임!
브라스가 카드에 따라 할 수 있는 액션이 제한 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면..
가이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서만 진행 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희 부부 둘 다 자원 하나, 액션 하나 때문에 하고 싶은 행동을 못해서 그걸 해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쥐어짜는 스타일을 좋아하다보니 완전 빠져 들었죠..
그리고 일요일 저녁에 아이들에게 극장판 애니메이션 하나 틀어주고 가이아를 한번 더 돌렸습니다.
종족에 따른 변주도 매우 만족이었죠.
이제 여름 휴가를 앞두고 있어 다음 게임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는데..
8. 스타워즈 리벨리온 : 스타워즈 광팬인 저에게 구입 순위 1위이지만 한글판이 없어 구입 안 함
9. 쓰루 디 에이지스 : 보유, 승률 0%
10.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 보유, 플레이 해봄
11. 정령섬 : 보유, 플레이 해봄
12. 황혼의 투쟁 : 보유, 플레이 해봄
13. 반지 전쟁 2판 : 보유, 개봉노플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한글판이 나오기 전부터 직접 한글화한 영문판으로 가지고 있었고, 한글판 출시 때 영문판 처분하고 한글판을 구입했지만 역시나 년 단위의 개봉노플..
보드게임을 모르던 시절에도 영상 없이 룰북만으로 엘드리치 호러를 익혔고, 메이지 나이트도 영상 안보고 룰북만 보고 익혀 플레이했는데 무수히 룰북을 펼쳤으나 결국 익히지 못했던 그 게임..
반지 전쟁 2판!
이번에는 꼭 모르도르 산을 넘어보렵니다.^^
과연 이것으로 프로젝트가 좌절 될지.. 계속 될지..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이 글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은..
그런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끄적여봤습니다.
두서 없이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과연 계실지 의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