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2015년 연말정산 (2)

sk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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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오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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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eil입니다.

어제 그리고 지금 이 시간도 너무나 춥네요.

~~아... 알고 있다고...;;;~~

아무튼, 어제부터 저의 한해 취미생활을 되돌아보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게임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이머로서가 아닌,

글을 쓰는 리뷰어 입장에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글 위주입니다. ㅎ

"리뷰를 왜 써요?"

누군가 이렇게 질문하면 지금은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보드게임 후기를 쓴 것은 10여 년 전에 (이게 언제야;;;) D모 사이트에 올렸던 Axis & Allies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후기를 남기면 추첨을 해서 상품을 준다고 해서 "진짜" 어린 마음 (;;;)에 혹해서 장문의 글을 올렸죠.

그 후로는 오랜 기간 모임 활동을 하면서 모임 후기 (긱에서는 이런 성격의 글을 session report라고 하던 것 같습니다)를 주로 올렸고,

2009년 말 즈음부터 에센 슈필 박람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 나올 게임들에 대한 프리뷰나 리뷰를 집중적으로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요...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2011년 4월 어느 날 제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리뷰를 "꾸준히" 쓰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양식을 갖추고요.

이미 리뷰를 쓰고 있는 남들과는 다른 리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제 성격은 뭐에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 들다가 좀 지나면 제 풀에 지쳐서 때려치곤 하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한 길고 오래가도록 하기 위해서 (적절한 타짜 대사 드립: 예림이, 우리 오래 가자~),

일부러 타이틀에 "Weekly Game Reviews 주간 게임 리뷰"라고 거창하게 적어 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의무적으로 써서 올리자!"는 각오로 말이죠.

일년이 52주니까, 10편 연속으로 작성하고 한 주 쉬는 걸 5번 반복하자는 거였습니다.

(노오오오력 했으니 한 주 정도 쉬어주자!)

그리고 차이점으로서 평점이나 별점을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가 살면서 잘못하는 것들 중 하나가

"남의 주관적인 견해를 자꾸 객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뭐, 예를 들어서...

음식점에 들어가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묻는다든지,

친구한테, "요즘 제일 재미있는 영화가 뭐냐?라고 물어본다든지요.

맛있다, 재미있다, 예쁘다...

이런 것들은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몇몇 소수 (타인)의 의견을 객관화시켜서 받아들이면

나한테 실패할 가능성도 꽤 높고 그러면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답을 해준 상대 탓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너 댓글 알바지?!라며;;;)

질문을 받는 "너한테" 기준을 맞추겠다는 건지,

아니면 "질문을 하는 "내" 기준을 네가 추측해서 알아맞춰달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불특정 다수 (= 대중)의 기준으로서 골라달라는 건지

너무 어렵죠.

당시의 제 딴에는 "우리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개개인의 취향과 기준이 다름을 깨달아야 해!"라는 각오로

제 리뷰에 평점을 과감히 안 썼습니다;;; (나는 평점 모름! 긱에만 씀!)

가급적이면 "게임의 이러이러한 요소가 재미있을 것이다"고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고요. (노오오오력!)

또, "이 게임 무조건 사세요!" 등의 표현도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너네가 읽고 판단해. 나는 파는 사람이 아니니께~)

그렇게 첫 시즌 (2011년 4월 - 2012년 4월) 동안에 쏟아지는 신작들을 주로 소개하려니 너무나 힘들어서

(새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를 쓰려면 당연히 그보다 먼저 룰북을 번역해야 합니다)

두 번째 시즌 (2012년 7월 - 2013년 7월)에는 가면삼부작이라든지, alea 게임들이라든지 지나간 고전 게임들도 비중있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요. (이때에 게이머스러운 기질이 발동해서 독자들에게 보드게임 메카닉들도 함께 소개했는데 좀 어렵게 보였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세 번째 시즌 (2013년 9월 - 2014년 9월)에는 거꾸로 테마에 집중에서 독자들에게 쉽게 와닿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역사나 소설 등을 함께 다루다 보니 자료 준비하는 시간이 엄청 길어졌지만 리뷰를 쓰고 나서 가장 보람있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끝낸 네 번째 시즌 (2014년 11월 - 2015년 11월)도 있고요.

올해 1월부터 alea 빅 박스 게임들과 상트 페테르부르크, 언덕 위 집에서의 배신뿐만 아니라 신작 게임들을 소개했습니다.

8월부터는 도미니언 시리즈 얘기를 했는데, 장안의 화제! 마이 리틀 도미니언 연재와 일부러 맞춰서 리뷰를 했습니다.

(몇 달 전부터 미리 설계가 되어 있던 거죠. ㅡㅅㅡ)

며칠 전에 보드게임 모임 끝나고 한 모임 회원과 같이 차 타고 오면서

"보드게임 10년 주기설"에 대해 맞장구를 치며 얘기했습니다.

그분도 경력이 10년 이상 되어서 저처럼 옛날 (?) 게임들을 잘 알고 또 좋아합니다.

모임에서 닳고 닳을 정도로 많이 했던 게임들을 잠깐 예를 들어볼까요?

플로렌스의 제후, 푸에르토 리코, 상트 페테르부르크, 아그리콜라 등등...

제가 가는 모임에 보드게임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분들의 유입이 늘고 있어서 일부러 예전 게임들을 가져가면 반응이 좋습니다.

그런 게임을 좋아하는 올드 보이 (?) 입장에서 저도 기분 좋은 일이죠.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 해 동안에 출시되는 게임들의 수가 게이머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져 버렸습니다.

얼리 어답터처럼, 따끈따끈한 신작을 익히고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데에 들일 시간이 부족해져 버린 것이죠.

매년 에쎈 슈필 박람회를 기다리고 게임 홍수 속에 어떤 건 꼭 사야 할 것 같았지만 서너 달 지나면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게임들도 많습니다.

넘치는 신작들 속에서, 오래 전에 사랑받았던 구작들이 새로운 패키징으로, 때때로 새로운 확장을 담고 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카탄은 10주년과 15주년 판이 있었고,

푸에르토 리코 기념판은 이미 절판,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2판으로 재판,

엘 그란데는 10주년 판에 이어 20주년 판인 빅 박스까지,

엘픈랜드도 10여 년만에 엘픈로즈로 재판,

뭐 카르카손 빅 박... (콱! 너는 입 다물고 있어라.)

제 예상으로는 다음은 아그리콜라나 스톤 에이지가 될 듯한... (안 나오면 어떡하지? ㅎ)

그 보드게임 10년 주기설은 10년 정도 지나면 신입들은 10년 전 게임들을 잊게 되고,

세상을 씹어 먹었던 그 구작들이 부활하여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오오! 구작 재림!)

(한편으로, 지금 열심히 구하려는 게임들이 10년 후에도 기억될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나 좋자고 적기 시작한 리뷰가 해를 거듭하며 쌓이고 쌓이니

본의 아니게 보드게임 역사를 기록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뭐, 그런 기분이 듭니다.

2015년 정산하려 했는데, 지난 4년 정산한 듯;;;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리뷰를 왜 써요?"라는 질문에

"음... 지금은 왜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모인 리뷰가 무얼할지는 조금은 알 것 같다."라고 답을 하고 싶습니다.

딱히 의미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닌데, 의미가 되어 버렸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리뷰 10년은 채울 수 있겠죠...? "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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