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클론 배경이야기-01. 끝으로 향하는 시작(2/2)

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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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2 오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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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작가 세하입니다.

보드게임 클론의 배경이야기 01. 끝으로 향하는 시작의 이어지는 두 번째 글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프롤로그-01. 끝으로 향하는 시작(2/2)

[2039년 4월 21일 22시 38분-NBSA 본부 내 작전 간부회의실]

"정예요원 11명 사망, 아니, 10명 사망에 적 1명 폭사, 부상자 없음.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폭파 직전의 대기실을 비추는 CCTV의 영상을 배경으로 등지고 선 스티븐 상사의 말이 끝을 맺었다.

"추가로 도리안 드미트리는 4월 19일 20시에 시작된 클로즈 작전 중에 부상을 입고 기절한 상태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시점에서 클론으로 대체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자폭장치를 내재한 이런 유형은 처음이라 피해가 더 컸습니다."

얼굴에 붕대를 반쯤 감은 스티븐 상사는 목발에 기댄 채, 조금 힘겨운 한숨을 내쉬었다.

왼쪽 다리에도 화기로 인한 중상으로 과하리만치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어두운 회의실의 조명 아래서, 보고를 받은 펠츠 중령과 홀트슈타인 수장의 얼굴엔 심각성을 대변하듯 무표정 속에 일그러짐이 녹아있었다.

"그게 사실로 확인되었단 말이지... 혼선을 주기 위한 위장용 따위가 아니라... 확실한 정보다... 이 말이지..."

검은 구레나룻이 인상적인 얼굴의 펠츠 중령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특유의 말끝을 흐리며 읊조렸다.

"어디서 나온 정보라고 했지?"

NBSA의 수장을 맡고 있는 홀트슈타인의 손가락이 책상을 규칙적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탄력 있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힘줄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있으며 거칠고 갈라진 손등의 피부가 요 몇 년간 험한 상황을 그대로 담은 듯 했다.

게다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수차례의 실전을 치르며 걸었던 목숨값인 양 팔뚝 곳곳에 박혀있는 흉터가 그만의 훈장처럼 반짝거렸다.

자신에게 한정지어 묻지는 않았지만, 스티븐 상사는 자신이 대답할 차례라 생각하고 말했다.

"오늘 01시 10분경에 나이트 파티 작전을 끝낸 프레스턴 요원의 전송문을 해독한 결과로 얻은 정보입니다. 클로즈 작전 당시 프레스턴 요원은 드미트리와 같이 합동 작전을 나갔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회복이 빨라 프레스턴 요원만 나이트 파티 작전에 먼저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현장에서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연락두절 상태로 말입니다."

스티븐 상사는 얼굴에 고통이 느껴지는 듯 잠시 찡그렸다가 말을 이었다.

"전송문에는 -나를 모르겠다. 코드네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포션도?- 의 짧은 내용입니다만, 패닉상태에서 보낸듯 어순이나 문법이 안 맞았습니다."

펠츠 중령도 말을 보태었다.

"에... 전송문을 해석하자마자 나이트 파티 작전 현장에 확인을...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머리가 날아간 시신 한 구를 수습했는데...

몸 전체에... 그 뭐냐... 분석할 수 없는 금속구조물이 가슴뼈를 대체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스티븐 상사는 동의의 뜻으로 힘겹게 머릴 끄덕였다.

"혹시나 하여 방사선을 금속구조물의 가슴에 조사했는데 정상적인 신체기관을 가진 것처럼 위장되어 촬영이 되었습니다."

다리를 절면서 화면 끝으로 이동한 스티븐 상사는 화면을 전환하며 설명을 이었다.

"금속 구조물을 해체할 수가 없어서 안쪽에 그런 폭탄이 내재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눈물 따윈 보이지 않았지만, 스티븐 상사는 충분히 울 자격이 있다고 홀트슈타인은 생각했다.

피부처럼 붙어 다니며 수많은 훈련장과 전장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한 순간에 모조리 폭사한 것이다.

“요원 명단이 노출되었다는 건 저항할 수 없는 치명타인데...”

홀트슈타인의 혼잣말을 끝으로 죽은 이에게 보내는 묵념 같은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

이윽고 언제까지고 책상을 두드릴 것 같은 움직임을 멈추고, 홀트슈타인은 힘차게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을 했다.

"DNA검사가 그들을 판별하는데 여전히 유용한가?"

"앞서... 테러단체로 위장한 클론의 경우로 판단해 본다면...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이번엔 기억까지 복제되었다고 판단되지만... 음.. 이번 클론에게도 인공적인 염색체 배열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펠츠 중령의 답변은 추측 투성이라 그다지 확신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건 확실했다.

그럼에도 홀트슈타인 수장은 펠츠 중령의 답변을 적잖이 신뢰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즉시 특급 보안으로 요원들의 유전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단, 은밀하게 접촉하여 표본을 입수하도록!"

펠츠 중령도 덩달아 일어서며 차후의 지시에 대한 구두허가를 요구하듯 답을 했다.

"넵,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현장 요원들을 테러현장에 적극적으로 투입시키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지. 요원들의 의심을 피하려면 많이 바쁘게 만들어야 할 거야. 의심이 시작되면 조직이 내부에서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테니."

흘트슈타인은 회의실을 나서며 스티븐 상사의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

아마도 예기치 못한 부상에 대한 미안함이 배어있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리라.

스티븐 상사는 그런 홀트슈타인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불편한 몸이지만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경례하듯 몸을 꼿꼿이 세웠다.

홀트슈타인은 문을 나서기 직전 뒤들 돌아보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리셋은 여전히 잘 진행 중인가?"

"넵, 시간은 걸리지만... 제로모늄 제조시설 복구는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펠츠 중령은 목소리를 최대한 작게 하면서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최대 3곳까지 가능한 상태며... 장소에 대해서는... 1급 요원들에게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끌었다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펠츠 중령이 무언가 기억을 끄집어낼 때면 으레 이런 진행의 패턴이었다.

"신형 제로모늄 방사포도 오늘... 02시 25분쯤에 설계가 끝난 걸로 보고 받았습니다... 다만..."

펠츠 중령도 문 쪽으로 다가서며 마치 두 사람에게 밀어를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딜레이 작전을 위한 보급이... 조금 우려가... 되는데... 음... 조금 부족합니다..."

홀트슈타인은 짐작은 했다는 듯 고개를 표 나지 않게 끄덕거리다가, 오른쪽 눈썹의 끝을 올리며, 정확한 수치를 요구하는 눈짓을 보냈다.

긍정적인 사고가 장점인 펠츠 중령이 말하는 '조금'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심각한'으로 이해되기 마련이었다.

"통상적인 제로모늄 소모량...으로 볼 때... 대여섯 개의 작전을 수행할 양입니다만..."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펠츠의 표정으로 보건대, 틀림없이 어려운 상황임을 다른 두 사람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스티븐 상사가 문 옆으로 비켜서 살짝 벽에 기대어 있다가 CCTV 전송 화면장치를 끄면서 실내조명을 환하게 켰다.

"클론 파악도 그렇지만, 요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딜레이 작전을 수행해주느냐의 문제도 있군. 피날레까지 갈 수나 있으려나?"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흘리는 홀트슈타인의 말에 스티븐 상사도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듯 주저하다가 입을 떼었다.

"전 믿고 있습니다. 특히 제 팀 요원들 말입니다."

홀트슈타인은 믿음직하다는 눈웃음을 지으며, 오른손바닥을 들어 스티븐 상사의 발언을 인정한다는 의사를 대신했다.

"대신 그들이 클론, 뭐, 뉴-클론라고 말하면 되려나? 하여간 클론이 아니라는 전제가 필요하지."

다들 좀 전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머릿속에만 머물던 걱정거리를 떠올렸다.

'복제된 클론의 누군가가 만약 우리의 최종 목표 정보를 입수한다면…….'

끔찍한 결과가 당연시 되는 상황이 홀트슈타인의 말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되자 회의실에 있던 모두에게 한순간 조명이 더욱 어두워진 듯 느껴졌다.

<세하의 첨언>

요원이 보내온 한 전송문을 기점으로 희생을 동반하며, 새로운 유형의 클론이 확인되었고, 이 때문에 본부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 사건과 관련되어 보드게임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비록 소설 형식이지만, 앞으로의 글에도 보드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진행할 규칙이나 목표 또는 플레이하는 카드들에 보이는 요소가 녹아있습니다.

나중에 실제 출판될 보드게임에서 구현된 것과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작은 재미가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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