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두부왕국 -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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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4 오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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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왕국

출시일 : 2015년

인원 : 3인 - 8인 (8인최적)

플레이시간 : 20분

난이도 : 0 / 10

언어 의존도 : 0 / 10

소개

저만의 편견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일본"하면 전반적으로 소박하고 아담한 느낌의 식문화와 물건들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특징은 보드게임에도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러브레터로 유명해진 세이지 카나이를 필두로 인도로의 항해나 동물장기 같은 마이크로 게임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런 작디작은 마이크로 게임들은 보드게임이 비싸고 어렵고 공간이 많이 차지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크게 깨뜨리며, 작은 게임도 충분히 리플레이성이 높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죠.

2015년에 대만에서 출시된 두부왕국 또한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최대 8인까지 지원하며 부담없는 블러핑 & 흥미진진한 팀 구도를 그리고 있는 두부왕국. 도통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어 명함을 이용하여 수차례 즐겼는데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역시 일본의 마이크로 게임은 믿고 지를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엣헴, 간단하게 규칙을 알아본 뒤 감상으로 넘어갑시다!

게임진행

게임의 진행은 아주 쉽습니다.

왕자 & 공주 & 요리사는 진실만을 말하는 팀이 되며 여왕 & 대신 & 경기병은 거짓말을 말하는 팀 그리고 나머지 스파이 두 명이 한팀이 되어 진실 또는 거짓말을 하는 한 팀이 됩니다.

왕자가 된 플레이어는 눈을 감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공주와 여왕이 누군지 확인합니다. 확인이 끝나면 왕자는 눈을 뜬 뒤, 공주를 찾기 위해 왼쪽 사람부터 질문을 시작하죠. 이때, 질문을 받는 플레이어는 다른 사람의 정체 또는 중앙에 남은 카드의 정체 확인합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왕자는 3가지 중 하나의 질문을 하게 됩니다.

1. 너 누구야?

2. 방금 본거 누구야?

3. 공주는 어딨어?

대답하는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체에 따라 진실만을 말하거나 거짓말만을 말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바퀴 돌고나면 왕자는 한 명의 플레이어를 지목하여 추가 질문을 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정체 하나를 확인 한 뒤 왕자의 질문에 대답하면 되죠.

모든 추궁(?) 단계가 끝나면 왕자는 공주를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공주를 선택하면 공주 팀 3명의 공동 승리, 여왕을 선택하면 여왕팀 3명의 공동 승리, 그 외 나머지를 선택하면 스파이들이 승리하게 되죠. 카드 우하단에 있는 포인트(콩)을 받은 뒤 다음 게임으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반복하여 누군가 7개의 콩(또는 그 이상)을 받으면 승리하게 됩니다.

감상

두부왕국은 전형적인 "누가 이기든 무슨 상관이야" 류의 게임입니다. 비슷한 게임으론 컨셉트가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과정의 너무나 재밌기 때문에, 승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한판만 더 해"하며 계속 하게 되는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죠. 돌아가며 질문을 하는데 너도나도 공주라 우기는 상황도 정말 재밌지만, 거기에 속아 자꾸 엉뚱한 사람에게 청혼을 하는 왕자를 보면 웃음이 빵빵 터지지요. 캐릭터 8개와 "너 누구야" / "방금 본 거 누구야" / "공주는 어딨어?" 라는 세가지 질문만으로 이렇게 재밌는 상황이 나올거라곤 예상도 못했어요.

두부왕국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장점이 존재합니다.

1. 정해진 형태의 블러핑

각 캐릭터는 진실만을 말한다 / 거짓말만 한다 / 둘 중 하나를 택한다는 제약이 걸려있습니다. 그러니 블러핑을 시도할지 솔직하게 말할지 복잡한 계산따윈 집어치우고 캐릭터의 행동을 따르면 됩니다. 설령 왕자를 속여야 한다해도 그마저도 우리 팀을 밀어주는 아주 간단한 블러핑입니다. 남을 잘 속이지 못하는 사람 또는 보드게임 초심자에게 아주 큰 배려가 되죠. 개인적으로 원나잇 웨어울프와 레지스탕스의 블러핑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고 여깁니다. 제대로 된 논리 & 추리가 효과를 보는 게임인데... 경험이 부족한 초심자들 패닉에 빠지기 딱 좋아요. 두부왕국이 가진 "쉬운 블러핑" 이라는 배려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게임을 쉽게 & 자주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2. 단 한번의 블러핑

레지스탕스는 마피아 게임류의 명작으로 꼽히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게임을 하려면 훌륭한 연기력이 필요합니다. 5번의 라운드 동안 지속적으로 말을 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고 속이는 작업을 해야하죠. 이게 제법 부담스러운 일인데, 자칫 실수하면 초반에 정체가 드러나고 게임에서 제외되는(정확히 말하면 게임은 함께 하지만 아무도 미션에 보내주지 않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두부왕국엔 그런게 없습니다. 블러핑을 아무리 많이 해도 2번 까지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런 가벼움은 자연스럽게 "한판 더"로 이어지죠.

3. 쉬운 세팅

두부왕국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세팅이 정말 쉽다는 것입니다. 카드를 나눠주고 바로 시작하면 되니까요. 원나잇도 세팅이 쉬운편에 속하긴 하지만... 캐릭터를 골라내고 해당 캐릭터의 토큰을 따로 모아두고 앱을 준비하는 과정은 제법 귀찮습니다. 레지스탕스는 두말 할 것 없죠. 두부왕국만큼 빠르고 쉽게 다음 게임을 준비할 수 있는 마피아 게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세가지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1. 치명적인 인원문제

두부왕국은 모든 캐릭터가 게임에 있어야 가장 큰 재미가 나옵니다. 즉 8인이 있을때가 가장 이상적이라는건데... 웬만한 분들은 이 많은 인원을 구하는게 힘들죠. 한보 물러나면 6~7명까지도 괜찮다고 보지만, 5인이하라면 차라리 다른 게임을 하는게 훨씬 재밌을 듯 합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주 들리시거나, 많은 아이들 &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다면 두부왕국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장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년에 몇번이나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2. 무의미한 추리

블러핑 자체의 깊이가 낮은데다 플레이어마다 딱 한번의 발언권을 얻기 때문에, 왕자 입장에선 큰 정보를 얻어내기가 힘듭니다. 물론 사람들의 대답을 듣고 누가 누군지 얼추 맞출 순 있긴 하지만... 다들 아리송한 대답만 하니 거의 대부분 공주로 보이는 사람을 찍는걸로 게임이 마무리 되죠. 만약 레지스탕스에서의 치밀한 블러핑 & 꼬리잡기의 긴장감을 즐기시거나, 원나잇 웨어울프에서의 밤새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추리하는 논리적인 측면을 좋아한다면 두부왕국은 깃털만큼이나 가볍게 느끼실겁니다.

3. 왜 생콩을?

솔직히 아직 정품 게임을 구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콤포넌트에 태클을 거는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왜 생콩을 넣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몰라서 물어요? 두부는 콩으로 만들잖아요 !!" 하시겠죠. 그런데 그런 재미난 발상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토큰이 동글동글한 원형이면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않나요? 파워그리드에서도 검은색 원통형 석유 토큰이 이리저리 굴러다녀서 매우 귀찮아 했거든요. 하얀색 흰큐브를 이용하면 "두부"로 보이면서도 큐브모양이니 집기도 쉽고 데굴데굴 굴러다니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흰큐브는 다양한 보드게임에서 쓰이는 만큼, 신선한(?) 생콩보다 더 구하기 쉽지 않을까 싶은데... 두부왕국에 두부 큐브를 쓰지 않고 생콩을 넣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요?

나름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단점 세가지를 지목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두부왕국은 제 맘에 쏙 드는 아주 잘 만들어진 파티게임입니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재밌는데 왜 생각을 못했을까 싶네요. 예전엔 8인이 있으면 레지스탕스나 웟나잇 웨어울프 또는 잭스님트 같은 게임만을 떠올렸지만 이젠 두부왕국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치열한 심리전 / 복잡한 논리 / 경우의 수를 제거해가는 추리 같은건 두부왕국엔 거의 없어 블러핑&마피아 팬덤에선 "너무 가볍다"는 평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보드게임의 세계로 이끄는 선봉장으로서 큰 활약을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재미난 캐릭터들도 추가 되겠지요? 확장은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두부왕국 만큼은 아주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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