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 기념 별별 BEST (1)

산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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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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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에 입문한지 어느덧 1년이 넘어갑니다

보드게임은 직장인 10년차에 접어든 제 삶에 새콤한 비타민 같은 취미로 자리 매김했습니다

출근-일-퇴근-취침 곱하기(*) 무한대...인생을 살다보면 매일 반복하게 되는 루틴을 맞이하게 되죠

작년의 저도 그랬어요

직장 생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한데 뭔가 열정적인 게 없어져버린 듯한 느낌이었죠

하루 하루가 정말 무료했고 기계처럼 일만 했습니다

이러한 지루한 삶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무료하게 웹서핑을 하다가 발견하게 된 보드라이프가 시작이었죠

'보드게임? 부루마불, 젠가 말고 재밌어보이는 게임들이 참 많구나!'

와이프와 함께 즐기기 위해 화이트홀, 팬데믹을 구입했죠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와이프는 보드게임에 열성 인자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당최 영업이 되지 않더라고요!

최측근이 보드게임에 흥미 없어 하니 자연히 직장 동료 분들이 영업 타겟이 되더군요

이후로 우여곡절 끝에 회사 직원분들과 소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일주일에 1회 이상은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는 안정적인 취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잠시 휴식기이긴 합니다만,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날 한꺼번에 풀어볼 작정으로 새로운 게임들을 야금야금 수집하고 있어요

보드라이프에는 보드게임 내공이 상당하신 분들이 참 많아요

그 분들이 평소에는 꽁꽁 숨어 계셨다가 연말이 되면 TOP100 을 들고 나타나십니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1년에 100개 넘는 게임들을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나도 내 리스트를 써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100개는 어림 없지만 그냥 재미삼아 올해 플레이한 게임들에 대한 감상을 기록 형태로 끄적거려 보면

먼 훗날 그 글들을 읽었을 때 되게 오묘한 감상을 갖게 될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써두었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요?

더 나아가서 단 한 분이라도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할 것 같기도 하네요

서두가 너무 길었죠?

1년 동안 플레이한 게임들이 50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순위를 매기기에는 재미의 정도가 비슷했던 것들이 많고, 평가 기준이 애매해서 어렵네요

순위 리스트는 포기하고, 그 대신 특정 조건에서 가장 인상깊었떤 게임을 하나씩만 꼽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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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텐토텐

와이프 영업에 성공한 게임 BEST

와이프는 보드게임 유전자가 없습니다

직장에서 일하고 오면 항상 녹초가 되어 있어요

'집에서만큼은 머리 쓰지 않고 쉬고 싶다!' 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냥 생각 자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기분 좋게 술 취해 계실 때 용돈 달라고 하면 얼마고 주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방법을 와이프한테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끔 와이프가 기분 좋을 때(ex.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본방 사수했을 때)

보드게임을 들이 밀면 흔쾌히 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성공한 게임이 플레잉 카드를 활용한 '빅투', 팬데믹, 코드네임 듀얼, 화이트홀 미스터리, 하나비입니다

그럼 저는 되게 재밌게 플레이하거든요? 근데 와이프는 그렇지 못해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억지로 해주는 티가 너무 납니다

그래서 위의 게임들은 딱 한 번씩만 하고 더 이상 권하진 않았습니다

그런 와이프의 입에서 '한판 더?'를 외친 놀라운 게임이 있었으니...그게 바로 쇼텐토텐입니다

쇼텐토텐은 2인 전용 카드 게임이예요

포커 규칙을 단순화시킨 세트 컬렉션 게임입니다

2인 전용 게임하면 으레 추천하시는 로스트 시티와 플레이 방식이 비슷한데 좀 더 쉽고 숫자 계산이 덜합니다 (작가가 크니지아인 것도 같네요)

최초에는 로스트 시티를 구매할까 했는데요, 머리 쓰기 싫어하는 와이프를 위해(?) 고심 끝에 쇼텐토텐으로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비석 모양이 그려진 타일 아홉개를 가운데 경계선에 쭈욱 늘어놓고요,

각 타일을 하나의 열로 두고 핸드에 있는 카드를 한장 씩 내려놓습니다

각 열마다 내려놓을 수 있는 카드 장 수는 최대 3장이예요

양 플레이어가 하나의 열에 카드 3장씩 모두 내려놨다, 그러면 전쟁이 일어납니다

승리 조건은 3장의 카드를 누가 더 잘 구성했는가에 따르게 되요

같은 색상의 카드를 연속된 숫자로 나열한 조합이 제일 강하고요, 아무 색상, 숫자 3장 조합이 제일 약합니다

승리한 플레이어는 타일을 자기 앞으로 옮기게 되는데,

붙어있는 타일 3개를 가져오거나, 떨어져 있는 타일 5개를 가져오면 이깁니다

규칙은 방금 말씀드린 게 전부예요

정말 쉬울 것 같죠? 실제로도 쉽긴 합니다

근데 이기려면 꽤나 머리를...그리고 눈알을 굴려야 합니다

상대 패가 무엇인지, 덱에 남아있는 패가 무엇일지를 잘 살피고 계획을 세워야 하거든요

무조건 강한 조합만 보고 카드를 내려 놓으면 게임 후반부에 망하기 딱 좋아요

적절하게 눈치 보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플레이 타임도 딱 좋은 것 같아요

빠르면 10분 안에 끝날 수도 있고요, 저희는 충분히 고민하면서 플레이했는데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즐거운 고민이 슬슬 골치 아파지는 걸로 바뀌려고 할 때 끝이 나는 절묘한 타이밍을 가진 게임이예요

2인 전용 게임, 특히 보드게임 유전자 없는 와이프 영업용으로 강추합니다!

(긱에서 퍼왔습니다)

온마스

규칙 설명이 어려웠던 게임 BEST

비딸 라세르다는 제가 정말 애증하는 게임 작가입니다

일단 그의 게임은 정말 재밌습니다

재밌는데, 어렵고 생각할 것들이 통상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것 같아요

영화로 치면 제3국가에서 만든 웰메이트 작품 같달까요?

에밀 쿠스트리차라던가, 조드로프스키 감독 영화 처럼

재미는 있지만 자기 세계가 너무 확고한 나머지 일반적인 맛이 나지 않는 느낌이예요

그래서 보드게임 모임에도 함부로 들이밀기가 어려운 게임들이 많습니다

비딸 게임의 특징은...컨텐츠가 참 드넓습니다

규칙이 참 복잡하고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규칙서를 잘 읽다가도 앞쪽 내용을 잊어 버려서 페이지를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겼다 하기 일쑤예요

우여곡절 끝에 플레이하려고 세팅해놓으면 어떤 액션부터 해야할지 몰라 망망대해에 혼자 놓여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보통 규칙서는 한번 정독을 하고 나면 플레이 흐름이 대강 머리 속에 그려지기 마련인데

비딸의 게임은 단 한번도 쉽게 넘어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온마스는 규칙 이해가 어려워서 공책에 메모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이 복잡한 규칙을 저만 이해하면 끝나나요? 아니죠

당연히 함께 플레이할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제게 온마스는 규칙 설명하면서 엄청나게 큰 좌절을 맛보게 한 최초의 게임이예요

'자! 이제 룰 설명이 끝났습니다! ...아 참 이거 설명 안 드렸네...이제 진짜 끝!...오잉? 이걸 빼먹었네...'

액션 간의 연계, 그러니까 특정 액션이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준다 라는 걸 설명하는 데 있어

챙겨야할 것들이 많다 보니 규칙 설명에 놓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이로 인해 규칙설명만 1시간 넘게 걸렸고, 게임 플레이는 너무 더디었습니다

선생님 직업 가지신 분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하루에도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이 수십개일 것이고 그때마다 바로 바로 답변해주실 텐데,

저는 플레이어분들의 질문에 제때 대답 못해 규칙서를 수십번이나 들여봐야 했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은 재밌어요! 애는 착해요!

(긱에서 퍼왔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꽤나 길어지네요

여기서 잠시 일단락하고 다음 기회에 마저 적어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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