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06 - 아동센터 후기 (불호령 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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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7 오후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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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시작!!!

성인들은 안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좋아하는 기프트 트랩입니다. 온갖 괴상한 물건/상품들이 가운데 깔리게 되고, 상대방이 좋아할 것 같은 선물을 잘 주고 상대방도 내가 원하는걸 잘 줘야 하는 게임이죠. 블러핑 요소는 싹 빠진 약간 딕싯류의 게임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되어 참 좋은 것 같아요. 최근 운동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어서인지 "식스팩" 선물이 바닥에 깔렸을 때 모든 아이가 제게 "식스팩"을 선물로 주는 기쁜 일도 있었답니다. ...근데 정작 작업실을 Most Wanted로 뽑은건 함정.

클래식은 영원하지요~ 루미큐브입니다. 누군가 기증했는데 아이들이 할 줄 몰라 그냥 묵히고 있더라구요. 기본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잠깐 진행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알려주다보면 총명한 아이와 조금 덜 총명한 아이를 단번에 구분할 수 있는데... 루미큐브는 그게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아요. 좌/우의 아이는 충분한 나이임에도 숫자를 붙였다/찢었다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반면, 맞은 편에 앉은 "정예부대" 일원인 초2 는 숫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잘도 붙여대더군요. 취향이 강하게 적용되는 게임인데도 모두가 흥미를 보여서 조금 놀랐습니다.

오래동안 잠들어 있던 게임이라 모든 타일에서 먼지 같은게 만져지더군요.

열심히 달그락달그락.

비닐봉투에 타일을 넣고 덜그럭덜그럭.

아동센터 현관 문 앞에 쪼그려 앉아 타일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닦아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많이 즐기면 좋겠네요.

말나온김에 제가 기부한 게임들의 목록 공개~

다양한 미니게임들이 가득 쌓여있네요. 컵쌓기는 다른 친구가 기증했나봐요. 보이진 않지만 헤질대로 헤져서 카드마다 테이핑을 해둔 달무티도 뒤에 숨어있답니다.

코코너츠는 코코넛을 잃어버렸을까봐 리필까지 해주었습니다.

핫이슈인 킹오브도쿄와 교구가 되어버린 라온도 있구요... :"(

아직 돌려보지 못한 아브라카왓과 폭풍인기 컨셉트. 그리고 트랜스아메리카와 박스가 다 쪼개져버린 스플렌더도 있군요.

여기엔 안보이는 타임라인 / 스위시 + 제가 이번에 가져온 게임까지.... 그야말로 보드게임방 수준으로 게임이 다양하죠? ㅎㅎㅎ

"내가 다니는 센터만큼은 다른 센터에게 밀리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불호령 이야기.

아주 오랜만에 쓰는 짤이네요.

센터 아이들과 놀아줄 때 언제나 세가지 규칙을 확실하게 언급합니다.

1. 나는 이곳에서 너희들을 가르치고 놀아줘야하는 의무가 있으며 언제나 지키고 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공부를 하고 센터 규칙을 따르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2.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너희들에게 험한 말과 거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들 또한 어떠한 경우에서도 험한 말과 폭력을 보여선 안된다.

3. 너희들이 1 & 2번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 또한 내게 주어진 의무를 지킬 이유가 없다.

간단히 말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라. 그렇지 않으면 얄짤없다." 인 것이죠.

오늘은 제가 가장 아끼는 초2 여자아이와 그의 친구들이 저녁 청소시간에 사고를 쳤습니다. 제대로 청소 할 것을 6차례나 요구했지만, "괜찮아요~" 하며 뺀질대거나, 쓰레기가 떨어진 부분만 샥샥! 청소해놓고 "다해쪄요~" 하며 제게 쪼르르 달려와서는 놀아달라고 칭얼대기 시작했어요. 제가 늘 웃었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였나봅니다. 처음엔 제대로 하라고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부처가 웃는 것도 세번까지. 4번째부터 말없이 조용히 내려다보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쭈뼛쭈뼛 눈치를 보더군요.

제가 가장 아끼는 아이도 제 마음을 풀어보려고, "쌤~ 우리 같이 운동해요(제가 런지와 스쿼트를 알려줬습니다)" 하거나 "쌔애애앰~ <3 이잉~ 여기 앉아요~" 하며 바닥을 팡팡! 치더군요.

물론 싸늘하게 내려다보니 곧 그만두고 괜스레 딴청부리기 시전.

이윽고 청소가 다 끝나고 큰소리로,

"오늘 저학년은 아주 실망스러웠어. 너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지? 나 또한 내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 모든 저학년은 오늘 나와 게임 못 해. 조금 뒤 나와 고학년 오빠/언니들은 함께 게임 할텐데 들어와서 구경도 하지 못해. 심심해서 게임을 하고 싶다면 직접 꺼내서 하도록 해라. 규칙을 잘 모르겠다면 규칙서를 참고해. 내겐 규칙을 알려주고 옆에서 봐줄 책임이 있지만, 너희가 그랬듯 나 또한 내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 내가 다시 너희와 놀아주는 건 너희가 책임을 다 했을 때다."

하고 확실하게 알려준 뒤 고학년들과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첫 게임은 판데믹. 물론 이 때도 저학년들이 슬금슬금 와서 "쌤... 구경만 하면 안돼요?" 하고 머뭇머뭇 물어왔지만, 아주 냉랭하게 거부하며 퇴실을 요구했습니다 >:(

확실히 고학년들이라 그런지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빠르게 계획을 세우더군요~ 쉬움 모드로 해서인지 의외로 수월하게 깰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라 너무 쉽게 해줬나봐요. 다음엔 중간 난이도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다른 게임으로!

원랜 고&저학년들 모두 함께 너도?나도!를 하려 했으나 저학년들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테마틱으로 급선회.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대박을 쳤습니다. 룰북만 봤을 땐 "겁나 쉬운 게임이구나...." 했는데 우와... 주제어에 맞는 단어를 떠올리는게 이렇게 힘든건 줄 몰랐어요. 정답을 외쳤을 때 애매한 것 (예를 들면 노란색인 것을 말할 때 자동차를 외침)은 정답으로 인정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답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 것도 아주 재밌더군요. 이건 영문판으로 나와도 잘 먹힐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말 좋은 게임을 만들었네요. 훌륭합니다.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센터는 문을 닫고 모두 귀가!

물론 이 게임이 끝날때 까지 저학년은 단 한명도 입실하지 못 했습니다. (고학년들은 땡 잡은 날이네요 ㅋㅋ) 아이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있었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요.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 하는 분들도 계시겠네요. 실제로 고학년 아이 중 한명도 "너무 엄하신거 아니예요?" 하며 웃으며 말했구요. 하지만 평소에 공부를 못해도 꾸지람을 하지 않고, 작은 착한 일에도 크게 칭찬해주고, 놀 땐 바보&악당 역할 가리지 않고 맡아가며 즐겁게 놀아주는만큼 아이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아이를 대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규칙 속에서 행동하고 있어요.

그래도 어찌보면 지나칠 정도로 엄한것 같지요?

이렇게 크게 잘못한 날은 아주 무섭고 단호한, 그야말로 "얄짤없는" 엄격함으로 아이들을 대하지만..... 사실 다음 날 센터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