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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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 오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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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갤러리스트 개봉기를 썼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1회플을 하고 돌아왔죠. 좀 컸었던 에러플과 함께..

첫 플레이 후 제 평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왜 이제서야 이런 작품이..

엄밀히 말해서 저는 갤러리스트 같은 작품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룰북 공부하는데 한 나절, 설명하는데 1시간에 플레이하는데 3시간.. 이런 진 빠지는 게임은 돌리기 쉽지 않죠. 모임 같은데서 꺼내들었다간 설명했던 내용을 몇 번씩 되풀이해야하고, 당장 설명하는 사람조차도 이걸 설명했는지, 저건 설명 안 했는지 깜빡깜빡하게 됩니다. 거기다 끝나고나서 룰북을 확인하면 꼭 체크 못 했던 에러플이 튀어나오고, 돌리는 중간중간에 깜빡했던 것도 수두룩하며 게임 끝나고 나서는 전부 다 지쳐서 노곤노곤하게 되죠. 이쯤되면 나오는 질문이 있죠.

재밌으니까 하는거지!

게임 시간이 언제부터 문제가 되었나요? 플레이 시간이 긴 것은 단점이 아닙니다. 재미는 없으면서 플레이 시간만 긴게 단점이죠. 3시간을 하든, 5시간을 하든 그 시간 동안 쉴새없는 재미를 준다면, 오히려 장점이어야 마땅한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Vital Lacerda 는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칸반이든, 갤러리스트든 그의 장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묵직한 전략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럼 잡설은 이만하고, 게임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박스부터 느낌이 심상찮다.

컴포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평과 개봉기로 대체하겠습니다.

수많은 보드게임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규어를 제외하고 미플과 아트웍만으로 이렇게나 간결하고 아름다운 게임은 보지 못 했습니다.

인원은 1인플에서 4인플까지 가능하고, 플레이 시간은 약 2시간 입니다. 첫 플에 룰 설명 포함 3시간 걸렸으니,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듯하네요.

게임 룰에 대한 설명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간단히만 설명하겠습니다. 자세한 룰은 곰팡맨님의 번역 룰북을 참조해주세요.

2인플 세팅

4인플 세팅과 달라지는 것이 크게 있진 않으니, 위의 화면을 참고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플레이어는 세계 시장, 예술인 거리, 미디어 센터, 판매 사무소 4곳을 옮겨다니며 액션을 수행합니다. 각 장소마다 해당하는 2개의 액션이 있고, 액션의 전 후에 앞서 일종의 보조 액션에 해당하는 관리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관리 액션은 제일 나중에 설명하고, 메인 액션에 해당하는 장소 액션 8가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위의 화면 중 오른쪽이 예술인 거리인데, 이 쪽에서 무명의 예술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무명의 예술가 발굴 시, 뒷면인 작가를 하나 골라 서명 토큰을 개인 보드 의뢰 공간에 놓고 (이미 서명 토큰이 있거나 앞면인 작가일 시 발굴 불가능) 작가 보너스 타일을 회득 후 앞면으로 뒤집어 명성을 표시하면 됩니다.

작가의 작품 구매 시, 서명 토큰이 있다면 최초 명성치 가격으로, 없다면 현재 명성치 가격으로 구매하고, 작품 타일 위에 미플이 있다면 광장(가운데 원형 공간)으로 옮긴 후 해당 작품의 티켓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명성치 + 자신 갤러리의 수집가 수 만큼 작가의 명성치를 올립니다. 그리고 작가의 명성치 이하의 칸 중에서 별점이 가장 높은 칸의 별점만큼, 작품의 가치를 표시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오른쪽 처럼 표시하는 것입니다. 구매한 작품은 개인 보드의 전시 공간에 놓이게 되며, 한 번에 최대 3개까지만 전시 가능합니다. 마지막 공간은 대가의 작품들만 놓여질 수 있습니다. 서명 토큰이 없거나, 대가인 작가의 작품은 구매하지 못 하지만 이미 서명 토큰을 가지고 있다면 상관 없습니다. 부족한 금액은 영향력을 줄여 대체 가능합니다.

작품을 샀으면, 그냥 팔기에는 아깝죠. 작가를 홍보하여 가치를 올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해당하는 것이 아래 쪽에 위치한 미디어 센터입니다.

조수 고용, 작가 홍보 두 가지 행동이 가능합니다.

조수 고용은 원하는만큼 돈을 내고, 왼쪽 대기열의 조수를 사무실 책상으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이 때 보너스가 그려져있다면 해당하는 보너스를 즉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 여유 책상이 없다면 조수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작가 홍보는, 해당 작가의 홍보 수치 (작가 타일의 오른쪽 엄지 아이콘) 보다 한 단계 높은 홍보로만 가능하며, 최대 5까지 가능합니다. 액션 한 번에 하나의 작가에만 할 수 있으며, 현재 발굴되어있는 작가에만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관련 없습니다.) 영향력을 해당 수치 (오른쪽 하단 카메라 작가를 예로 들면 1의 다음이므로 2)만큼 지불하고, 게임 보드의 프로모션 토큰 위에 적혀있는 보너스를 획득 후 작가의 기존 프로모션을 대체합니다. 1 + 자신의 갤러리에 있는 수집가 수 만큼 올라가게 되고, 영향력을 줄여서 더 올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대가가 되었다면 프로모션 토큰이 아니라 대가 토큰으로 표시합니다.

3번째로 위쪽 판매 사무소가 있습니다. 이제 작품을 팔 때가 된 것이죠. 작품을 팔 계약을 체결하는 액션이 있고, 계약을 바탕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액션이 있습니다. 계약 체결 액션은, 카드를 4장 뽑아 기존 카드 위에 덮은 후 그 중에서, 또는 기존 카드 4장 중에서 한 장을 골라 자신의 개인 보드에 위치시킵니다. 이 때 빈 칸이나, 완수된 계약 카드가 있는 칸에만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미완수된 계약 카드가 3장이라면 더 이상 계약을 받아올 수 없습니다. 처음 가져온 계약이라면 해당하는 티켓을 획득합니다. 그게 완수된 계약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위에 있던 조수는 사무실 책상으로 데려오고 밑에 있던 카드를 버리는 더미로 놓은 후 턴이 끝나게 됩니다.

작품 판매는 해당하는 계약 카드와 작품이 둘다 있어야합니다. 작품의 현재 가치만큼 돈을 획득하고, 작품을 뒤집어 개인 보드 옆에 둔 후 서명 토큰을 반납합니다. 그 후 자신의 갤러리 (로비가 아니라)에 손님이 있었다면 아무나 한 명 골라 광장으로 돌려보낸 후, 계약 카드를 해당하는 손님 면이 위로 가게 뒤집어놓습니다. 볼거리가 없어졌으모로 손님이 한 명 빠져나가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국제 시장이 있습니다.

국제 시장에서는 7행이 있는데, 1~4행은 평판에 관련된 것이고 5~7행은 경매에 관련된 것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조수 (조수가 없다면 액션 불가)를 위치시키는데, 1열은 로비에 아무나 손님 한명이, 2열은 VIP (분홍)와 투자자 (갈색), 3열은 수집가 + VIP or 투자자가 필요합니다. 해당하는 칸에 조수를 놓되, 아래쪽 3행은 돈을 지불하면 되고, 위쪽 3행은 해당하는 작품 형식을 판매한 적이 있거나 전시하고 있다면 놓을 수 있습니다. 해당하는 열의 영향력과 해당 칸의 보너스를 획득한 후 조수를 그 칸에 놓고, 로비에 있는 손님 중 아무나 한 명을 돌려보내면 됩니다.

평판 타일 획득은 1~4행에 해당하는 것이고, 경매 참여는 5~7행입니다. 거의 비슷한 액션이므로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게임 진행 중 티켓 한 종류가 떨어진다면 중간 점수 계산을 하고, 게임 종료 조건 3가지 (티켓이 다 떨어짐, 주머니에 미플이 없음, 대가 2명) 중 두 가지를 만족한다면, 그 라운드의 마지막 사람까지 돌아간 후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 라운드에는 킥 아웃 액션을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킥 아웃과 관리를 설명드리자면, 자신의 갤러리스트 말을 이동 시 원래 있던 곳에 조수를 남겨두고 올 수 있는데, 이 조수나 자신의 갤러리스트 말이 밀려날 때 (자신이 자신을 미는 경우 제외) 해당 사람의 턴이 끝난 후, 영향력을 줄여 장소 액션을 하거나, 영향력을 그대로 두고 관리 액션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리 액션은 두 가지 중 하나인데, 티켓을 원하는 종류를 원하는만큼 써서 자기 쪽으로 끌어오거나 (타 플레이어의 로비에서 광장으로 갈 때 한 장, 광장에서 자신의 로비로 한 장, 자신의 로비에서 갤러리로 1장) 조수를 계약 카드, 또는 완수된 계약 카드에 배치 후 보너스를 획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세한 룰 설명은 생략합니다. 룰은 룰북을, 평은 리뷰를 참고합시다.

얼핏 길어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게임 흐름은 굉장히 간결합니다. 칸반과 다르게 중간중간에 놓칠 일은 드뭅니다. 게임이 결코 짧은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 이유는 킥 아웃 액션입니다. 다른 게임과 다르게, "거기다 놓아서 쫓겨날 경우" 까지 고려해서 플레이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쫓겨나기를 바랄 수도 있고, 한 턴만 더 있다 쫓겨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때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자기 조수를 쫓아낼 수도 있죠. 게임을 하다보면 A -> B -> A (킥아웃 당함) -> C -> B (킥아웃 당함) -> A 이런 순이 매우 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쉴 틈이 없고, 끊임없이 머리를 혹사해야합니다. 이를 계산하고 하는 사람과 계산하지 않는 사람은, 액션의 수가 두 배 가까이 차이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한 점수가 날까 싶은 초반의 빡빡함을 지나고 나면, 어느 새 작품 한 번 팔 때마다 거금을 벌어들이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쯤 되면 갓 등단한 작가의 작품은 키울 턴이 아깝기 때문에, 기성 작가의 작품을 사려하고 그러면 또 거금이 나가게 되죠. 초반 동네 작가의 작품을 사고 팔던 화방에서, 점점 세계 시장에 통할만한 작품을 취급하는 갤러리스트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국제 시장의 경매에 참여하기도 하고, 조수도 고용해서 평판도 획득합니다. 비싼 물건을 사서 더 비싸게 팔기도 하죠.

작가의 주요 장점인 테마와 룰의 연관성도 여전합니다. 작품을 팔게 되면 볼거리가 없어져 손님이 갤러리에서 나간다던가, 수집가와 VIP가 있으면 영향력이 올라가고, 수집가와 투자자가 있으면 돈이 올라가고.. 세계 시장에 참여할만한 손님과 조수가 없다면 액션을 할 수 없다던가, 미리 계약을 맺어둔 작가와는 싼 값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던가 하는 등, 플레이 곳곳에 갤러리 운영의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승점 루트도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소수의 작품을 산 후 정성들여 홍보한 후 대박을 노려보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아트 딜러 목표를 노리고 사고 팔면서 게임 종반의 목표 카드 달성을 노릴 수도 있겠죠. 국제 시장 위주로 참여하면서 보너스 점수 획득을 노리는 자도 있을 것이고, 조수와 영향력을 앞세워 수많은 액션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매 플레이에서 세팅하는 요소가 달라지니만큼, 리플레이성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어제 테스트 플레이를 하면서도 긴가민가한 느낌이 있었고.. 오늘 모임에서 꺼내들기 전까지만 해도 좀 걱정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평은 좋지만,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닐지, 칸반에 비해서 별로는 아닐지, 내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은 아닐지.. 전부 기우였습니다. 올해 에센에서 이 작품이 순위에 못 들었다면, 대체 순위에 든 게임들은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될 정도로요.

간단한 룰, 짧은 플레이 시간, 빵빵 터지는 웃음.. 그런 게임을 찾으시나요?

아쉽게도 갤러리스트는 아닌 것 같네요.

하지만, 정말 2시간 내내 원없이 머리 쓰면서 진지한 수싸움을 겨뤄보고 싶다면, 한번 패스하면 자신 턴까지 할게 없어 가만히 있는 게임이 질린다면, 자신이 발굴한 작가가 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제 시장의 큰 손이 되어보고 싶다면, 단언컨대 최고의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시류인 가벼움을 거스르면서, 이렇게도 완고하게 자신만의 방향성을 고집하는 작가는 드뭅니다. 갤러리스트는, 그런 작가가 칸반 이후 자신의 게임 중에서 "가장 쉬운 게임" 이라면서 내놓은 게임. 첫 플레이의 나름 심각한 에러플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 속의 10점 게임 중 하나입니다.

걸작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갤러리스트를 플레이해보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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