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했던 게임들 간단후기
1. 블루프린트 - 3인플 2회
주사위를 이용하여 건물을 쌓는다는 개념이 굉장히 독특하였습니다. 한 라운드가 딱 "아 뭔가 주사위 한 개만 더 쌓으면 대박 터질 것 같은데"할 때 끝나서 한 판 더 하고싶어지는 그런 마음도 충분히 들었구요.
또한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청사진 카드대로 꼭 쌓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실제로 매 라운드별 특별상을 획득하기 위해선 청사진을 무시하고 건설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최종 승점은 각 라운드별 건물 점수가 아니라 총 획득한 승점 카드 점수들로 정해지는 거니까요.
주사위 운이 작용하지 않는다곤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주어진 주사위들을 가지고 플레이어들이 공평하게 가져가면서 전략을 짤 수 있는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도 내 바로 전차례의 사람이 내가 가지고가고싶었던 주사위를 가져가고 뜬금없는 주사위 눈을 굴려서 줬을 때의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ㅜㅜ
건물 모양은 청사진대로 이쁘게 잘 지었지만 건설은 망했던 라운드였네요. 가림판 뒤에 점수 계산법이 그림으로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첫플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서 뒤적거릴 일 없이 잘 점수계산 했습니다.
2. 블랙스토리 - 5인플 3회
개인적으로 추리소설과 추리게임들을 굉장히 좋아하는지라, 이 게임을 처음 알게되고선 정말 너무나도 하고싶었었습니다. 마침 카드캐슬에서 블랙스토리 영문판을 자체 제작한 한글 번역카드와 같이 팔길래 바로 구매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정말 취향 직격이더군요! 처음엔 그냥 브릿지 게임 정도 느낌으로 한두문제 하고 넘어가려했는데, 이 게임만 주구장창 1시간 넘게 해버렸습니다. 취향 맞는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와 이게 뭐야" "아 진짜 말도 안돼" "야 빨리 다음 문제" 하는 재미가 있네요ㅋㅋ 심지어 보드게임 모임 끝나고 밥 먹으러 가서도 다른 문제 꺼내서 풀면서 밥 먹고 그랬네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전부 스포일러가 되서 쓸 수 없는게 정말 아쉽네요...진짜 정말 아끼고 아껴서 한 문제씩 풀고 싶은 그런 소중한 보드게임입니다.
3. 노스 윈드 - 3인플 1회
그 유명한 카탄의 아버지가 만든 게임이라는 정보에 1차 솔깃, 그리고 너무나도 멋진 배 컴포넌트에 2차 솔깃하여 충동구매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바다를 항해하는 무역상이 되어 작물을 사고 팔고 가끔은(사실은 생각보다 자주) 해적을 만나 싸우며 거친 바다를 항해해 나갑니다. 뜻 밖의 보물을 만나기도 하고 선원들을 고용하거나 대포를 장착하며 내 배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나가죠.
다른건 다 제쳐두더라도, 정말 자기의 배를 꾸며나가는 맛 하나만큼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자신의 운을 믿고 계속 항해할지, 아니면 적정선에서 액션을 멈추고 다음 항해를 기약할지 선택하는 것도 재미있었구요. 자신의 턴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액션 하나를 따라서 선택할 수 있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덜 지루한 점도 좋았습니다. 게임 자체도 굉장히 직관적인 진행이 지속되구요.
단지 좀 아쉬웠던 것은 플레이어간의 인터액션이 정말 없다시피해서, 이게 정말 "그" 카탄을 만든 분의 작품인가 싶을 정도였던 점입니다. 인터액션이라곤 내가 노리고 있던 승점칸을 다른 사람이 먼저 획득해서 다른 걸 노려야하게 되는 정도네요. 배에 장착하는 대포가 단순히 해적과의 싸움에만 쓰이지 않고 각 플레이어끼리 전투를 해서 상대방의 무역품을 뺏어오거나 하면 더 역동적인 게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진짜 싸움이 나려나요...ㅋㅋ)
단점을 좀 쓰긴 했는데, 그래도 정말 이 배 만큼은 이쁘고 마음에 들어요!
4. 원숭이 길 - 3회플 6회
한 판 한 판이 굉장히 금방 끝나서, 셋이서 계속 사람 역할을 돌아가면서 플레이했습니다. 크게 머리 안쓰고 할 수 있는 브릿지 게임이네요.
그런데 이 게임, 정말 사람을 많이 탈 것 같습니다. "원숭이 역을 맡은 플레이어는 무조건 원숭이 말로 이야기해야한다"는 규칙이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의 핵심인데, 이 날 같이 했던 두 명이 굉장히 부끄러워하더군요. 사실 게임 자체의 승패보다는 이 원숭이 말로 사람 역할 플레이어를 놀리는게 제일 큰 재미인 것 같은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원숭이끼리 대화 ("우끼, 우끼?" "우끼....우끼우끼 우끼!!!")하면서 이번 턴에 낼 카드를 어느정도 상의를 해서 내야 게임의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대화가 없으니 카드 찍기 게임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 혼자 열심히 우끼끼 하면서 사람 플레이어에게 손가락질도 하고 카드 틀렸을 때 이마에 붙이면서 놀리기도 하고, 혹성탈출에 나오는 침팬지 설정으로 성대모사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워보려했으나 실패했습니다...ㅜㅜ 다음에 꺼낼 땐 꼭 부끄럼 없는 친구들과 해야겠어요. 우끼낏-!!!
5. 해저탐험 - 5인플 2회
"야 우리 제발 보물은 올라갈 때 캐자. 일단 깊이 내려가야 좋은 보물 가져올 거 아냐 응?"
"싫은데!"
"아 제발 우리 진짜 욕심 안부리면 다같이 점수 먹을 수 있다니깐?"
"난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캐고 볼래!"
이 게임을 하다보면 성악설을 믿게 되더라구요...그저 다 같이 꼬르륵꼬르륵 하다가 첫 플레이에는 전원 0점(!)으로 게임이 끝나버렸습니다. 심기일전해서 이번엔 좀 협력해서 해보자 해도 똑같이 꼬르륵...ㅋㅋㅋ
이 게임의 교훈: 적어도 산소탱크만큼은 공동구매하지말자.
6. 뱅! 주사위 게임 - 5인플 2회
확실히 뱅이 보드게임중에선 국민게임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초보자 분들 앞에서 상자를 딱 꺼내니 "어 이거 뱅이네? 나 이거 해봤어" 하는 반응이 나오더라구요. 덕분에 룰설명이 아주 쉬웠습니다.
주사위로 진행되다보니 정말 내 뜻대로 플레이가 안되서 혼돈이 가득한 게임이 되더군요. 부관이 보안관을 쏘게 되기도 하고, 보안관은 인디언화살 때문에 자폭하기도 하고ㅋㅋ 게임 플레이시간이 짧다보니 탈락자가 그렇게 오래 안기다려도 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탈락자가 발생하는 게임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일찍 떨어지면 심심하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최후의 2인이 되어도 괜히 눈치보이더군요. 그리고 뱅 본판과 달리 크게 블러핑을 할 필요가 없는 점도 초보들이 접근하기 좋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배신자는 여전히 어렵습니다...ㅜㅜ
7. 마이 스타 - 5인플 2회, 4인플 2회
마이스타는 제가 아직 보드게임에 깊게 빠져들기 전부터 참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소문을 들어왔던 게임이었습니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고 딱 하나 남아있던걸 발견하고 얼른 구입했네요. 한글화 자료 붙이면서도 얼마나 재밌을까 두근두근했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정말 재미있습니다! 내 캐릭터 스탯을 착실히 쌓아올라가며 점수를 얻는 것도 재미있고, 플레이어간의 정말 피튀기는 인터액션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드 능력들이 하나 같이 남 방해하는 것들이어서, 이런 부정적인 인터액션 싫어하는 친구도 그냥 열심히 서로 카드 뺏고 버리고 유쾌하게 플레이하였네요. 쉬운 룰과 더불어 의외로 고득점 하기에는 머리를 써야(+약간의 언변도 펼쳐야ㅋㅋ;;)하기에 전략성도 좋게 느껴졌습니다.
휴대성도 참 좋아서 앞으로도 자주 들고다닐듯 한데, 아직까진 한 번도 1등을 못해봐서 아쉽습니다.
"언니, 이 구역 최고의 게이샤는 바로 나, 나츠미가 될 것이에욧!"
8. 라이노 히어로 - 3인 3회, 5인 2회
(이게 무슨 히어로야, 그냥 민폐뚱땡이지 ㅜㅜ)
이 게임, 정말 유쾌합니다! 진짜 아슬아슬하게 건물을 쌓아가는 재미가 어마어마하네요 ㅋㅋ 후기를 쓰는 지금도 이 게임을 떠올려보면 웃음이 나오네요. 승패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 카드들을 쌓아가는 그 과정, 그 긴장감, 숨 죽이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그 순간을 즐기면 되요! 내 차례가 될 때마다 손이 덜덜 떨리는 그 경험은 참 값진 경험이었습니다ㅋㅋ
제가 보드게임을 갖는 모임이 대부분 초보자들과 함께하는 모임인지라 이런 훌륭한 파티게임은 정말 빛과 소금같은 존재입니다. 그 어떤 모임에서 꺼내도 절대 실패가 없을 게임인 것 같아요. 거기다 간편한 휴대성은 덤! 언어적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도 플러스!
3인플과 5인플을 해봤는데, 3인플이 더 괜찮았었습니다. 5인플을 최대 인원으로 잡아놓은 이유가 있더라구요. 사실 카드 여분이 꽤 많아서 6~8인플까지도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오래걸리고 한 바퀴 돌 때마다 너무 높이 층이 올라가서 재미 없을 것 같아요.
다이브다이스에서 한글판으로 출시한다는 소식이 있으니 한 번 꼭 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ㅎㅎ
9. 킹덤 빌더 - 4인플 2회
생일선물로 킹덤 빌더를 받아서 너무도 기쁜 마음으로 플레이하였습니다. SDJ상을 받은 게임들은 꼭 소장하리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기가막히게 맞춤 선물을 해주셔서 행복했어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다른 분들이 올려주시는 후기 사진들을 볼 때마다 넓은 보드판과 가득가득한 집들 때문에 어려운 게임인가보다 겁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룰북을 열심히 읽고 플레이해보니, 정말 쉬운 게임이더군요! 자기 턴에 할 행동이 딱 하나(카드 뽑아서 그거에 맞는 타일에 집 놓고 특수 타일을 가지고 있으면 추가로 집 하나 더 놓거나 이동할 수 있음)여서 정말 막힘없이 플레이했습니다. 매 게임마다 바꿔서 할 수 있는 보드판과 승점 조건들도 아주 마음에 들었구요. 배우는건 쉬운데, 1등하기엔 어려운 전형적인 게임인듯 합니다. (내 마음대로 뽑히지 않는 카드들ㅜㅜ) 내 할 일만 하면 승점 얻는 게임인데 이상하게 다른 플레이어가 내 앞 길을 막는 것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ㅋㅋ 제가 큰 그림을 못보고 플레이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빨리 끝나서 놀랐어요! 내리 앉아서 세네판 정도까진 연속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아주 만족했어요! 유목민 확장까지 선물로 받았는데, 이걸 끼고 플레이하면 또 어떤 재미가 있을지 벌써 궁금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신고
펄폴그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