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서머너 워즈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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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오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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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너워즈

발매일: 2009년

인원 : 2인 or 4인 (2인 최적)
시스템: LCG / 주사위굴림 / 전투

게임시간 : 30분

언어 의존도: 7/10 (모든 카드에 영어가 존재합니다)

룰 난이도: 3/10

보드게임이 취미라곤 하지만, 때때로 정말 부담스러운 게임 앞에 착석해야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올때면 "아... 이건 하기 싫은데... 꼭 이거 해야하나?" 싶으며 속이 쓰릴 정도입니다. 원나잇 웨어울프 시리즈 / 티칼 / 오를레앙을 비롯한 여러가지 게임이 거기에 속하는데요. 이 녀석들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해보기로 하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의 대표 주자 서머너 워즈입니다. 의외로 한국에선 잠잠한 게임이죠.

일단 아주 간단하게 게임을 알아본 뒤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게임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규칙::

서머너 워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간단합니다. 자신의 병사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서머너(소환술사)를 먼저 죽이면 게임에서 승리하죠.

두 플레이어는 각자의 종족 덱을 준비하고, 덱에 첨부된 초기 세팅법대로 보드 위에 초기 유닛을 배치합니다.

위의 카드가 바로 배치도인데요. 이 배치도는 종족마다 모두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드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이뤄져 있습니다. 유닛카드와 마법카드, 그리고 벽카드죠. 게임의 핵심인 소환 유닛만 알아볼까요?

위 유닛은 길드드워프 종족의 드워프 유닛입니다. 이름 밑에는 common 유닛이라고 써져있군요. 좌상단 방패에 써진 1은 공격력을 뜻하며, 공격시 주사위를 몇개나 굴리는지 나타냅니다. 방패 하단에 써진 숫자 2는 소환비용을 나타내며, 칼 모양은 근거리 공격 유닛임을 뜻합니다. 3개의 황색점은 체력을 뜻하며, 하단에 써진 텍스트는 이 유닛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나타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이런식으로 서로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피해 토큰을 올려놓다가, 체력을 소진한 유닛은 보드에서 제거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플레이어의 턴은 크게 6가지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1. 손에 5장이 될 때까지 자신의 덱에서 카드를 뽑습니다. (덱이 소진되었다면 더 이상 카드를 보충할 수 없습니다.)

2. 유닛을 소환 합니다. 비용은 마법 저장소에 저장된 카드뭉치에서 카드 꺼내 자신의 카드 버리기 공간으로 옮기는 것으로 비용을 지불합니다. 보드위에 설치된 자신의 벽 카드에 인접한 곳에만 유닛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3. 이벤트 카드를 사용합니다. 벽 카드를 사용할 경우 자신의 영역 내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마법카드를 사용할 경우 카드를 버리기 공간에 버리는 것으로 효과를 발동시킵니다.

4. 최대 3 개의 유닛을 각각 2칸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유닛의 특수 능력을 발동할 수 있다면 발동합니다.)

5. 최대 3 개의 유닛에게 공격명령을 내립니다. 각 유닛의 공격수치만큼 주사위를 굴리며, 3~6 사이의 숫자가 나온 수만큼 상대 유닛에게 타격을 줍니다. 특수 능력을 발동할 수 있다면 발동합니다. 제거된 상대방의 유닛은 *공격자의 마법 저장소에 들어갑니다*. (전투 중 특수 능력을 발동할 수 있다면 발동합니다.)

6. 마법을 저장합니다. 손에서 원하는 만큼 카드를 골라 자신의 마법 저장소에 넣어둡니다.

이렇게 서로 반복하다 상대방의 소환사를 먼저 제압하면 승리하지요. 보시다시피 진행은 상당히 단순합니다.

그러나 개성강한 종족 능력, 에이스급 유닛인 챔피언의 존재, 상황을 역전시키는 마법 등 게임 내에서 수많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어 게임 내내 긴박함을 가지게 되죠.

감상 :::

서머너 워즈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1. 마법의 관리

손에 아무리 강한 유닛이 있더라도 소환할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유닛을 뽑아낼 수 있도록 대비를 해놔야 하죠. 이렇게 중요한 마법을 보충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물론 종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방법일 뿐이니 제외합니다.)

A. 상대방 유닛을 죽여서 보충하기
B. 손에서 카드를 버려 보충하기

당연히 효율면에서 본다면 1번이 좋습니다. 상대방의 군세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음턴에 소환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죠. 하지만 열세인 상황에서 강한 챔피언 유닛을 뽑아내야 한다면 손에서 중요한 카드를 버려 다량의 마법 자원으로 전환, 다음 턴에 챔피언 유닛을 소환하는 것도 때론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유닛을 제거하여 마법을 보충하는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전투라는게 늘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지요. 지나치게 손에 들어오는 패를 아끼면 상대방의 과감한 플레이 및 고급 유닛의 소환으로 게임에서 패배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마법으로 전환을 자주하게 되면 중요한 마법과 유닛이 빠르게 소진되어 결국 힘의 열세로 게임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위기가 엄습하는 순간에 / 공격의 흐름이 찾아오는 순간에 얼마나 과감하게 핸드를 버려가며 다음턴을 노릴 것인가- 게임 내내 이 결단을 요구하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2. 종족의 다양성

서머너워즈의 종족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체력과 공격력은 종잇장 같지만 궁수에 한해 판정 주사위를 굴릴 필요가 없는 피닉스 엘프,

정교한 피닉스 엘프와는 반대로 파괴적인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툰드라 오크,

훌륭한 탱킹 능력을 베이스로 소환의 기점이 되는 상대의 벽을 부수는데 특화된 길드 드워프,

힐링이 가능한 소환사를 필두로 밀어붙이는 뱅가드,

정신없이 빠르게 몰아치는 공격에 특화된 정글엘프,

천천히 상대방의 필드를 잠식해가며 숨통을 조여가는 늪오크 등...

어디 하나 "비슷한데?" 하는 느낌을 주는 종족은 없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종족을 선택하면 되죠.

전 체스 스타일이 서머너워즈에도 적용되는지, 처음부터 몰아치는 극공 스타일의 종족들이나... 상대방이 공격하기 껄끄러운 종족을 골랐다면 상대 유닛을 조금씩 말라죽여가는 늪오크를 선호합니다. 이렇게 성향에 맞는 종족을 고르면 "게임이 내 마음대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지만, 반대되는 성향(섬세한 운영을 요구하는)의 종족을 고르면 "아... 이 종족은 나랑 안맞는데...." 하며 게임 내내 괴로워하죠. 이렇게 선택된 종족에 따라 이질감을 느낀다니... 개성을 아주 잘 살렸다는 반증입니다.

3. 빠른 세팅

LCG 게임의 특징이기도 하죠. 자기만의 덱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덱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세팅이 상당히 빠릅니다. 시작 전에 종족을 고르고 초기 배치만 하면 됩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상대방 유닛이 제 마법 저장소에 들어가는 일이 자주 있지만, 카드 뒷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쉽게 구별됩니다. 정리할 때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실 테이블만 있다면 카드와 주사위만 들고 다녀도 할 수 있습니다. 보드의 경계선이 없긴 하지만, 여러차례 해보면 카드의 위치만 보고도 몇 칸 떨어진 위치인지 분간할 수 있거든요.

여담이지만... 서머너워즈도 LCG 게임인 만큼 종족덱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두 종족을 완전히 섞는게 아니라, 커스터마이징 하는 방법이 따로 있어요. 자주 해본 결과... 커스터마이징을 안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게임입니다. 그냥 마음에 드는 종족 덱 하나만 사서 곧바로 게임에 투입해도 괜찮아요.

자, 그런데 제가 위에서 "이 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었죠?

바로 이녀석이 이유입니다.

서머너 워즈는 주사위를 기반으로 전투를 하기 때문에, 철옹성 같은 군대들이 허약한 녀석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약해빠진 잡졸이 제 챔피언 유닛의 영혼을 털어버리는 비극도 벌어지죠. 게임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다, 군대의 몰락 = 소환사의 위험으로 직결 되기 때문에 한참 이기는 상황에서 생각치도 않은 망한 주사위가 뜨면 게임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물론 한 사람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가 중요한 순간을 망치는 횟수만큼 상대방도 중요한 순간을 망치죠. 이렇게 누군가 주사위 굴림을 망할 때마다 게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게 30분 내내 여러차례 반복되다보니 극한의 몰입과 동시에 속이 쓰릴 정도로 긴장을 하게 됩니다 -_-;;

주사위가 잘 뜨면

똥꼬발랄하게 웃고

주사위가 망하면

"잡졸은 그렇다고 쳐. 챔피언인 니가 그러면 안돼지-!"

하며 오열하게 되는데...

제게 있어 서머너 워즈는 애증의 게임입니다. 종잇장 같은 체력의 피닉스 엘프를 처음 해보았을 땐 "이게 뭐야..." 싶었지만, 손에 착 감기는 듯한 종족을 찾아낸 뒤론 정말 재밌게 즐기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순식간에 몰입하며 상대방 소환사를 죽이려고 필사적으로 집중하게 되죠. 다만 저렇게 30분 동안 정신나간 사람처럼 왁왁거리다 게임이 끝나면 정말 정신적으로 피곤합니다. 아주 재밌는데도 두 판 이상은 못하겠어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분명 중요한 순간에 주사위가 망하겠지? 전에도 그랬잖아... 이번엔 안그러면 좋겠는데...." 하며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분명히 찾아올 스트레스를 미리 예상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그 시간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ㅠㅠ 그 부담감 때문에 게임을 하고 싶진 않으면서도 게임 내내 가득한 긴장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 박스 커버를 가끔 머뭇머뭇 어루만지는 이상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머너 워즈를 하는건 언제나 부담스럽지만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하고 싶습니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이게 가장 솔직한 제 의견이예요.

상대방의 왕을 잡기 위해 개성 강한 유닛들이 맞부딪치는 공격적인 게임을 좋아하고, 거기에 주사위의 선택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분들이라면 서머너 워즈는 한턴 한턴이 쫄깃쫄깃한 아주 멋진 게임으로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서머너 워즈였습니다.

+ 종족을 모두 구입하실 필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즐길거라면 자신에게 잘 맞는 종족 1~2개만 사서 그것만 들고다녀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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