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이클립스 후기라고 쓰고 주절주절이라 읽는다

야리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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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4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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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플레이했던 이클립스 후기를 이제 올립니다.

기타 주절주절도..

난 어릴적 그림그리는 것과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가 나에게 사준 장난감은 별로 없었지만 사촌한테 받은 나무 블럭들,레고..그리고 주변에 모든 것이 다

놀잇감이 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난 자라서 내가 어릴 적 가지고 놀지 못했던,그리고 내가 가진 장난감들보다

훨씬 멋지고 발달한 장난감들을 보게 되었지만 내 어릴적이 재미없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토이 스토리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장난감을

어른들이 지정한 방식대로 가지고 놀지 않는다.

토이 스토리 영화를 보면 장난감의 원래 설정과는 관계없이 아이들은

장난감에 독특한 자신만의 설정을 붙이며 논다.

최근 레고나 바이오니클 같은 장난감의 노선과는 많이 다르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장난감도 장난감이지만 나 같은 90년대 중후반 년생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공감하는 매체는

다름아닌 인터넷일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2003년에는 학교마다 당연한 듯이 컴퓨터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집에도 컴퓨터가 들어오게 되었다.

모두가 학교에서 컴퓨터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기기처럼 배웠지만

나에겐 그냥 게임기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플래시 게임, 나중에는 온라인 게임으로 나아가

시간만 나면 재밌는 게임을 찾아다녔다.

다만 문제는 우리집 컴퓨터의 성능이 그 당시에 마비노기를 실행하지도 못할 만큼

후졌다는 것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임은 제한적이었다.

당시에도 게임은 남자 아이들의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안 그래도 친구가 없었던 나는(사실 왕따에 가까웠다)

친구들이 하던 게임을 같이 할 수 없었다. 물론 피시방도 있었지만 그 땐 피시방이 흡연실에 가까웠기 때문에 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모으기 위해 난 내가 잘하는 것으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그때 내가 구상한 게임은 그냥 메이플스토리의 카피였다. 친구들에게 멋진 캐릭터를 그려주고 친구가 내가 만든 괴물과 싸우면

아이템을 얻고..새로운 지역으로 가고..뭐 그런 식이었다. 다만 디자인은 내가 새로 했었다.

웃긴 것은 이 게임이 친구들에게 상당히 히트를 쳤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난 jrpg식의 턴제 게임을 구성했고 친구들이 심심하지 않게

중간중간 이벤트를 넣는 식이었는데(ex:지금 괴물이 널 공격했는데 네가 팔을 다쳐서 무기를 쓸 수 없어..근데 마을로 가면 병원이 있거든..그러니까 누구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마을로 무사히 가면 괴물과 계속 싸울 수 있어)

이게 친구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서 반 친구 중 14명이 나랑 같이 게임을 할 때도 있었다(당시 국내에서 인기없던 온라인 게임 프리프의 동접자 수가 13명인걸 보고 혼자 뿌듯해 했었다.) 물론 날 싫어하던 친구들은 저게 뭐야 식으로 보고 있었지만..(사실 내가 뭘해도 싫어하던 애들이었다)

이러한 그림 게임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 이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난 모종의 trpg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마스터링을 하고 주사위없이 나의 적당한 판정으로 진행하는 그런 trpg게임.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그런 놀이들은 잊혀졌고 나도 내가 잘 하는 그림으로

대학에 갈 생각에 그림에만 열중하게 되어 게임과 나는 조금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다니던 미술학원의 엠티 당일에 친구가 보드게임을 샀다며 같이 하자며 꺼냈다.

그리고 그날 밤을 샜다.

친구가 들고 온 게임은 할리갈리,시타델,카탄,루미큐브였는데 시타델은 3판,카탄은 한판, 루미큐브와 할리가리는 한번도 못 돌렸다.(여자애들이 할리갈리를 여러번 했지만 나는 안 했다)

아무래도 시타델,카탄이 늘어지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는 게임이기에 오래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임했다는 것이었다.

친구와 잘 놀지 않는 내가 친구들과 모여 왁자지껄 했던 것도 분명한 재미겠지만

게임만의 재미가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그 친구와는 카탄,시타델,쿼리도,타불라,다빈치 코드,사무라이,클루..등등을 한번 씩 했었다.

지금은 일이 있어 만나지 못하지만 내가 지금 보드라이프에 글을 쓰고 하는 것도 다 친구의 전파 덕분이었다.

여튼 내 삶에서 게임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의 재미이자 추억이고 어린 시절 자체..인 것이다.

이클립스 후기

동생과 동생 친구,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진행했다.

지난번 같은 과 여자 선배에게 실패했던 기억때문에 걱정되었지만

역시 남자들은 게임 세포가 따로 있는 건지 너무 잘 이해해서 당황스러웠다(사실 여자 선배가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캐주얼 게임에는 익숙하지만 복잡한 게임류에 맞지 않는..?)

어쨌든 룰을 잘 이해한 덕분에 게임은 쾌속 진행..일줄 알았는데 내 동생이 계속 장고를 떄렸다.

심지어 유리한 상황에서도 자꾸 장고를 하니 옐로 카드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제한 시간을 두기로 했다.

첫판은 난 테란, 동생은 프로그레스, 친구는 플랜타를 골라 진행했다.

난 게임에 익숙해질 때까진 외계인을 쓰지 말지고 했으나 그렇다고 강제하면 게임의 흥미를 잃을까봐 그냥 진행.

하지만 내 걱정대로 외계인을 선택한 동생과 친구 모두 게임이 이상하게 흘러갔고 동생이

어디 갈 일이 생겨 7라운드에서 중단.

2판 째에는 난 에리다니 동생은 여전히 프로그레스 동생 친구는 메카네마를 골라 진행했다.

동생은 같은 종족을 고른 탓인지 운이 좋은지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동생 친구는 다시 다른 종족을 골라서 그런지 게임이 또 꼬였다.

난...초반 막대한 자본을 이용한 공격적인 탐사와 빠른 외께인 사냥으로 잘 나가나 싶었는데

내가 잘나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동생과 친구가 내가 반드시 먹어야 하는 adv.economy기술을 빼앗으면서(심지어 이 둘은 그 기술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ㅜ)

에리다니 제국은 다시 은하계의 변방으로 쫒겨나게 되었다.

아무에게도 견제받지 않고 제국을 키워나간 동생의 압도적 승리..동생 친구는 새벽 3시인데도 다시 하지며 부추겼었다.

이클립스 후기를 빙자한 주절주절을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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