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없음, 긴글주의] 에이언즈엔드와 ALG, 기다림과 환불의 기로에 서다.

초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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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7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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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에이언즈엔드를 기다리며 느낀 일들을 적은 저의 회고록으로, 모든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때는 2018년 12월, 나는 갈수록 추워지는 바람에 언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보드게임을 원했다.

상당히 신중한 성격을 가진 아내와 부유하진 않은 가계상황덕에 나에게 있어 보드게임을 선택하고, 구매하는일은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당시 나는 협력게임에 심취해 있었고, -물론 지금도 협력게임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 평소 판타지라는 테마를 선호했으며, 컴퓨터 게임으로 익숙해진 RPG역시 보드게임으로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 무렵 ALG의 메이지나이트가 한창 펀딩이 성공해 배송이 시작되기 시작했었고, 그때 나는 RPG를 접목한 덱빌딩 게임에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메이지 나이트는 이미 펀딩이 끝난 제품이기에 나는 아쉬운대로 영문판을 중고로 구매했다.

하지만 메이지 나이트는 협력보다는 개개인의 경쟁느낌이 강해보였고, 설상가상으로 룰의 복잡도로 인해 아내에게 룰을 설명하다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왔던 게임은 '에이언즈 엔드' 였다.

완벽한 협력, 덱빌딩, 맵이 없어 메이지 나이트보다는 단순한 메커니즘, 거기다 알맞은 시기에 한글판 펀딩까지.

그랬다. 당시의 내가 에이언즈 엔드의 마수를 뿌리치기에는 그 게임의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해서 나는 고민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과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는가에는 의문이 들 뿐이지만 말이다.

사실 ALG에 대해서는 아는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펀딩에 참여했다.

몇몇 아는사람들의 보드게임을 펀딩한걸 제외한다면, 사실상 첫 보드게임 펀딩이었다.

그렇기에 기대감이 컸고, 첫 배송 지연 공지에는 그만큼 실망감이 컸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는 공지였지만, 참았다.

회사일이라는게 순간적인 실수가 일어날 수 있는것이고, 그러한 부분이 뒤늦게 발견될 수 있는 것이기에 이해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나는 더이상 에이언즈엔드를 생각하는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다른 보드게임들을 구매하고 즐기며, 에이언즈엔드에 대한 생각이 잊혀질 즈음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임에 분명했다.

몇몇 게임들을 동시에 펀딩하고 있던 ALG에서는 배송지연과 소통부재 문재로 계속해 질타를 받아왔고, 결국 일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할거라 생각했었는데

사상초유의 보드라이프 블라인드 사태라는 방식으로 터질것 이라고는 생각하진 못했었다.

그렇다. 모두가 지친것이 분명했다.

ALG는 소통에 부재에 대해 매번 소통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소통의 부재를 보여주는 모습이 다분한데 지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늘 평온을 유지했던 나였지만 그날 만큼은 나도 약간은 분개해버렸다.

고객과 판매자의 신의를 져버렸으며, 약속을 어기고, 회사의 입장으로써도 이해가 가지 않는 ALG의 행보에 대한 따끔한 매였으리라.

그리고 또다시 하염없는 기다림, 끝이없는 무지의 지옥으로 빠져들었다.

ALG의 답변은 늘 같았고, 나는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펀딩이 시작되고 1년이 채 안된즈음, ALG로부터 드디어 에이언즈 엔드의 샘플 사진이 올라왔다.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기대하고 기대하던 게임을 곧 받아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그간의 마음고생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덕에 일주일동안은 제법 행복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낸것 같다.

하지만 바빳던 일이 조금씩 진행이되고, 그에따라 여유가 생겨나면서 다시한번 에이언즈엔드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몰려온 후회와 실망감.

사진으로는 확인 할 수 없는 제품의 질은 둘째였다.

조악한 번역과 단어선택.

왜 저렇게 번역을 했을까?

그간의 질타와 이슈로는 ALG의 각성을 촉진하기 부족했던겄일까?

조잡한 단어선택과 어설픈 번역.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1년의 기다림과 환불...

P.S.

킥스 기다림에 비하면 이정도는 약과라고, 펀딩인데 이정도 기다림은 해줄 수 있지 않냐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건 그분들이 여유가되서 보드게임을 많이 사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하나 고를때마다 일주일을 고민해야하고, 그렇기에 보드게임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그렇게 고른 보드게임이 이런식이라 너무 힘이듭니다.

그저 징징댄다고 치부해 버리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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