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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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22:01

필자는 소싯적에 그 흔한 짤짤이조차 거부했을 정도로, 도박과 거리를 두었다. 고스톱은 그림 외우기 싫다는 핑계로 피했고, 포커는 대항해시대 게임의 진행을 위해 카드 서열은 익혔지만, 단돈 10원이라도 현금을 사용하는 곳에는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도박의 위험성을 일찍 알았다기 보다는 그렇게 사라지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그런 필자가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서 단 1분만에 20파운드의 거액(!!)을 도박으로 날린 적이 있다. 필자는, 지금이야 같이 여행하는 사람 때문이라도, 여행 시 적당한 지출은 감당하고 있지만, 혼자서는 샌드위치 쿠폰으로 몇 푼 아끼기 위해 수 정거장 거리를 걷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절약형 여행자이다. 그런 필자가 야바위꾼의 농간에 순식간에 3일치 식대를 날려버렸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3일치 식대를 날린 댓가로, 3일동안 속으로 끙끙거리며 여행을 해야만 했다.

만약 필자가 소싯적에 짤짤이라도 한번 해보았다면, 도박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알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런 어수룩한 속임수에 빠져들지도 않았을테고, 설령 돈을 잃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가슴앓이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겐 백신이 필요하다. 완전 청정 무균지대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면역력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성화된 병균에 노출이 되면, 꼼짝없이 질병에 걸리게 된다.

보통은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테지만, 현재의 우리네 교육현실이 그러한가 자문한다면 여러가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학교 뒷골목에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욕설 배틀을 하던 불우한 친구들이,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와 악플러가 되고, 수사기관의 호출을 받고 나서야 인생은 실전이라는 교훈을 깨닫는다. 악플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걸 미리 배우지 못했기에, 자신의 악플로 미쳐 꽃피우지 못한 청춘들이 스러져간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점차 악의 숙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무균 청정 지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적당한 백신조차 없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백신의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으니…

(5부-마지막(링크)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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