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파이어 델브 : 억까가 두려운 자들을 위한 미니 아딱

소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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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20 오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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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파이어 델브는 1~2인(또는 1~4인) 협력 던전크롤러 카드게임입니다.

별조차 집어삼키는 밤이 도래하여, 대지는 뒤틀리고 도시들은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삼켜졌습니다. 이 어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킨파이어 랜턴의 불빛뿐입니다. 깊은 우물(던전) 속에서 서서히 힘을 기르고 있는 마스터들을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그들이 세상에 풀려나 어떤 위협을 초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구도자(seeker)를 1명씩 맡아, 마스터가 지키고 있는 우물을 탐험해 나가며 최종적으로는 보스와 마지막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킨파이어 델브 시리즈엔 총 3개의 게임박스(Vainglory's Grotto, Callous' Lab, Scorn’s Stockade)가 있으며 각 게임박스에는 하나의 던전과 두명의 구도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1~2인용 게임이지만 만약 두 종류 이상의 게임이 있다면 다른 박스의 구도자를 가져와 4인까지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각각의 구도자들은 고유한 특수능력과 스킬카드 덱, 그리고 킨파이어 랜턴을 가지고 우물에 입장합니다. 킨파이어 랜턴은 아주 강력한 능력의 카드로, 처음에는 잠긴 상태지만 게임 진행 중에 해금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물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마스터에게 도달하려면 구도자들은 많은 수의 도전에 직면해야 합니다. 각각의 도전은 세가지 중 하나의 속성(힘-빨강/지혜-파랑/기교-초록)를 가지고 있으며, 속성에 일치하는 플레이어 카드를 내서 도전의 진척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때 활성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 역시 2장까지 카드를 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부스팅)

도전자가 낸 카드의 메인파워 + 다른 사람이 낸 카드의 부스팅파워 + 주사위를 4개 굴려 나온 아이콘의 수만큼 진척도를 올린 후, 도전의 난이도와 비교하여 성공/실패를 판정합니다. 도전마다 고유의 보상이나 패널티가 있으며 대부분의 보상은 우물의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가는(Delve) 것입니다.

우물의 충분히 깊은 곳까지 파고들면 마스터와의 최종전이 시작됩니다. 마스터는 고유한 4개의 장비를 들고 시작하여 처음에는 피해를 줄 수 없지만, 장비를 하나씩 깨다 보면 약점이 생겨 공략 가능해집니다. 힘을 모아 마스터를 무찌른다면 승리, 그전에 공유체력이 모두 깎여 0이 된다면 플레이어들의 패배입니다.

오늘은 2개의 던전을 플레이했는데, 둘 다 아주 재미있었으며 제 최애게임중 하나인 아컴호러 카드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능력과 덱구성, 카드연계, 그리고 카드 기반+약간의 운요소가 있는 체크, 독특한 기믹을 가진 던전 등이 유사한 요소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체크시의 운적인 요소가 적거나 예상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아딱 같은 경우는 토큰의 수치가 -8에서 +2까지, 게다가 자동실패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있어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잊을만하면 겹치는 불합리한 상황에 분통이 터지곤 하지요. (그게 아딱의 맛이긴 하지만) 그러나 킨파이어 델브의 보정치는 0~4정도로 작고 그나마도 정규분포에 가까우며, 보정치가 음수가 아닌 양수라는 점도 좀더 심적인 안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패시의 패널티도 미리 예상 가능하기 때문에 쫄리는 맛은 훨씬 덜하고, 단기적인 계획을 좀더 적극적으로 짤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빌드업, 콤보, 뽕맛 측면에서는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드마다 특정 상황에 유리하거나 연계할 수 있는 효과는 일부 존재하지만, 캐릭터의 고유능력 외에는 상시발동형 카드가 없고, 한번 쓰고 나면 버려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핸드에 따라 상황에 대처하는 것 이상의 장기적인 플랜을 가져가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특징적인 면으로는 기본 드로우가 없다는 것입니다. 각 캐릭터는 인원수에 따라 정해진 고정 숫자의 손패를 들고 시작하며(2인게임에서는 7장) 보상이나 별도 효과 외에는 새로 카드를 뽑지 않습니다. 손패가 부족해져 게임 진행이 어려워지면 소진을 선언, 남은 손패를 모두 버리고 다시 7장을 뽑을 수 있지만 이때 소진 카드도 한 장 뽑아야 합니다. 소진 카드는 던전에 따라 다른 구성이며 플레이어들에게 추가적인 페널티를 줍니다. 앞으로 모든 도전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특정 소진 카드가 모이면 게임에서 자동 패배하거나 하는 등의 보기만 해도 압박으로 다가오는 효과이기 때문에 소진선언은 매우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고려해야 할 요소는 던전마다 고유한 기믹과 마스터의 효과입니다. 공개된 도전은 언제나 4개로 고정인데, 캐릭터들이 콤보를 쓰듯 도전들도 서로 영향을 주어 난이도를 올리기도 하고, 이들을 영리하게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돌파하는 방법이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오늘 진행한 게임에서는 도전의 특성과 캐릭터의 고유능력을 오남용(?)하여 마스터를 쉽게 끝장 내버렸습니다.

게임 진행중 특정 카드의 효과로부터 킨파이어 델브는 이 3박스가 한 세트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잘 짜인 게임에 던전이 3개뿐이라니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킨파이어 크로니클, 킨파이어 카운슬 등 자매게임들도 존재하니 앞으로 추가적인 발매도 있을거라 기대됩니다.

수려한 일러스트의 카드, 던전마다 1시간가량의 컴팩트한 플레이시간, 캐릭터마다 개성 넘치는 능력이 매력적인 킨파이어 델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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