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반인과 게임하기
앞 글
일반인과 게임하기
이 글에서는 보드게임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반인이라 하겠습니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며, 몇 번 했다고 일반인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한 게임은 하는데, 그 하나의 게임(바둑이라든지, 마작이라든지)만 하는 경우도 이 글에서는 일반인이라고 합니다.
그런 분들은 '내 취미는 바둑이야/마작이야'라고 하지, '내 취미는 보드게임이야'라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마 여러분들은 지인을 '보드게임 취미생활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할 때, 그렇게 그 지인이 원래 하던 하나의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같이 하고 싶어하는 여러 게임을 하고 싶어하시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보드게임 취미생활을 하시는 많은 분들은 같이 게임하자고 일반인을 꼬시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안 하는 사람들은 왜 안 하는가?’를 알자는 것이 되고
‘어떤 점이 극복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안 할 것이고, 되면 할 수도 있는가’, ‘어떤 점은 어쩔 수 없는가’로 구체화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인간은 보통 합리적으로 비용<편익일 때 그것을 하곤 합니다. 비합리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아마 정보 불완전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게임 플레이라는 활동은 일종의 여가에 해당합니다.
수고로움은 비용에 속하고, 즐거움이 편익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죠.
거칠게 얘기하면 ‘수고로움<즐거움’이어야 그 게임을 할 것이라 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은 게임 말고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그리고 수고도 많이 안 드는) 활동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보드게임 없이도 별 문제 없이 살아왔기에, 딱히 익힐 필요를 느끼지도 않습니다.
한다고 해도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여러 활동 중 하나’로, 상황에 따라 다른 활동에 밀릴 수도 있는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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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에게 보드게임 플레이가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 이해를 못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매일 걸어온 길(방향전환이 필요한) 1km를 가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입니다. 1km에 못 미치게 짧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본 적 없는 길(방향전환이 필요한) 1km를 가는 것은 주의 집중을 상당히 요하는 일입니다.
보드게임 취미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에게는 익숙한 길을 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일반인에게는 마치 낯 선 길을 가는 것처럼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이것을 ‘책 (읽기)’에 비유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책 읽기가 그다지 수고로운 일이 아닙니다. 평소에 많이 읽던 사람이 이러하겠죠.
어떤 사람에게는 책 읽기란 너무나도 수고로운 일입니다. 이런 분들은 아마 평소 영상만 많이 접한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재미있는 영상들이 많죠. 유튜브도 있고, 영화·드라마는 꽤 옛날부터 있어왔고요.
보드게임을 하는 것은, 능동적인 행동과 생각 집중을 요하는 일입니다.
영상은 자신이 가만히 있어도 영상이 움직여 정보를 발해주고, 소리도 가만히 있어도 들립니다. 편하게 관객처럼 수동적으로 있어도, 적은 주의 집중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비디오게임도 보통 영상, 소리로 자동적으로 매체가 정보를 발해주는 내용이 많고, 플레이어가 ‘언제 반응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드게임을 안 하던 사람에게 보드게임을 하자고 하는 건,
책을 안 읽던 사람에게 책을 읽자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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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일반인과 게임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고, 이제 게임을 고르는 상황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보드게임 취미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일반인분들이 게임을 안 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어려워서’라고들 보통 생각하시고, 그래서 ‘쉬운’ 게임을 고르려고만 하시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난이도보다 중요한 것들이 세 가지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외모입니다.
게임이 시시하게/칙칙하게/빡빡하게 생겼으면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보드게임이란 애초에 안 해도 되는 것이라, 외모부터 예쁘거나 재미있어 보여야, 합니다.
예쁘게 생긴 걸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재미있게’ 생긴 건 어차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보드게임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이 보기에 재미있어 보이는 거랑
일반인분들이 보기에 재미있어 보이는 거랑
너무 다릅니다.
일반인분들은 보통 피규어 있는 것, 뭔가 작동하는 기물이 있는 것(기즈모 에너지 분배기, 촐킨 기어 등)을 그나마 재미있어 보인다고 합니다. 평평하기만 한 것은 통 재미있어보인다고 하질 않습니다.
약간 예외가 있는데, 일반인분들 중에도 원카드 같은, 플레잉 카드로 하는 게임들 즐겨 하시던 분들에게는 들이밀 수 있는, 그림 간단한 카드게임이 꽤 있습니다.
외모는 그래도 이미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계셨을 겁니다.
둘째는 플레이타임입니다. 게임 A, B가 있을 때
난이도는 A > B 이고
플탐은 A < B 인 경우, 플탐 짧은 A를 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플탐이 짧은 게 중요하다는 말만 읽으셔도 이 글은 소기의 목적을 80% 이상 다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30분 넘는 걸 못견뎌하는 일반인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초플은 숙련자들이 하는 것보다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친구들과 시타델 초플 한 판을 하는 데에 2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다들 힘들어했습니다.
후일 보드게임 모임에서는 30분 만에 끝냈습니다. 속도감이 있으니 훨씬 재미있더군요.
보드라이프에 종종 게임 추천해달라는 글이 올라오죠. 너무 길지 않은 게임 추천해달라는 글에 ‘푸코, 1시간 정도면 됩니다’라는 식으로 추천이 되는 걸 몇 번 봤습니다.
제 생각에 게임 (구체적이지 않은) 추천 문의 글은 거의 둘 중 하나입니다.
1) 게임을 많이 안 해본 경우
2) 게임을 너무 많이 해본 경우(새로운 게 생각나는 게 없는데, 혹시 자기한테 맞는 게 뭔가 또 있을까 싶어서)
게임을 적당히 해본 분들을 스스로들 찾으십니다. 추천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시거나요.
추천을 해서 그분이 그 게임을 하면, 보통 초플일 겁니다.
그러니 추천할 때 초플 기준으로 플탐을 넉넉히 예상해서 추천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푸코는 초플 2시간짜리입니다. 경험상도 그랬네요.
자꾸 숙련자 기준으로 플탐을 짧게 이야기하면 게이머와 일반인의 사이는 더 멀어질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게이머 사이에서도 보통 실제 기댓값보다 플탐을 짧게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할 게임 고를 때 길게 얘기하면 다른 거 하자고 할까 봐...가 작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 경험상 푸코가 60분 걸렸던 적도 있고, 90분 걸렸던 적도 있고, 120분 걸렸던 적도 있으면 60분~90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으나 플탐은 넉넉히 얘기하는 게 좋습니다. 예상한 시간보다 빨리 끝나면 쉬든가, 빨리 다음 게임을 하든가 할 수 있는데
예상한 시간보다 오래 걸리면 다음 게임 하기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용 시간이 180분 정도 있어서 A게임 60분, B게임 120분 하려고 했는데 A게임에 120분을 소모해버리면 B를 못하게 됩니다.
모임 성격에 따라서 늦게 오는 사람이 오면 기존에 하던 플레이를 접는 모임도 있는데, 이런 모임에서 실제보다 짧게 얘기하면 접는 상황이 많이 일어납니다.
시간은 좀 사실적으로, 넉넉히 예상해서 얘기해줍시다.
셋째 배치.
배치, 그러니까 세팅된 모습이 간단하지 않으면 못견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석기시대만 되도 ‘와... 이거 너무 복잡해 보여,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책을 안 읽는 사람한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아니 석기시대, 그게 얼마나 간단한 게임인데!
나무, 돌... 이것저것 놓았다고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단 말입니다ㅜ.
가급적 이것저것 늘어놓지 않는 게임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외모, 플탐, 배치, 그 다음에 고려할 것이 드디어 ‘익히기 수고로움’, ‘플레이하기 수고로움’입니다.
‘플레이하기 수고로움’에는 아콜 화살표 칸 자원 채우기, 파워그리드 연료 시장 채우기 같은 것이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해도 계속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하는 것’을 해당시킬 수 있겠습니다. 세트, 리코셰로봇, 그리고 카운팅하는 게임들이 해당되겠습니다.
익히기 수고로운 것은, 다시 말해 게임이 어려운 것은, 설명자가 설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극복이 될 수 있는 부분이죠.
설명을 잘하는 것은 게이머끼리 할 때에도 중요하지만 일반인과 할 때에는 더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고려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재미’입니다.
A게임 B게임이 있을 때 ‘스스로 봐도 A는 재미가 있긴 있지만 재미가 좀 적은 게임이다. 그러나 B게임보다 쉬우니까 A게임 들이밀어야지’ 이러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A는 쉬워도 재미가 별로 없을 것 같고, 반면 B는 확실히 이해하기만 하면 확실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B도 일반인에게 소화시킬 수 있을 게임인지 생각해보고
‘B를 소화시킬 수 있게 하려면, 일반인도 B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려면 어떻게 설명을 (잘)하면 될까?’를 고민해 보는 게 낫습니다.
보드게임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은 보통 어떤 게임을 하게 될지 모르는 채 참석해서, 다른 사람이 하자는 게임(재미있을지 확신 없는 게임)을 하시게 되는 경우가 많으실 것입니다.
즉석에서 고르기에 모두의 뜻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본인은 별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지 않아도 그냥 플레이하시는 경우가 많고,
주변 지인들은 보드게임 안 해주는데 보드게임 모임에서는 아무튼 플레이 할 기회가 있으니, 재미가 별로 없어도 그냥 플레이하곤 해서
일반인보다 보드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관대하게 보는 편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그래도 할 만하지’ 하고요.
그러나 일반인은 눈 앞의 게임을, ‘보드게임 중에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 중에서 비교합니다.
별로 재미없는 건, 그냥 하지 마세요.
더 재미있는 다른 게임을 하시거나,
같은 게임이라도 어떻게 설명하면 더 재미있게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낫습니다.
설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플레이 태도에 따라 재미를 상당히 높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고민을 하는 것은 노력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보상을 받을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만 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보상을, 게임 다 끝나서 한번 땡 받고 끝나는 게임보다
그 전에 일찍 받을 수 있는 게임을 고르는 게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보상 비교적 일찍 받아보기’의 예를 들면 ‘자원 얻는 행동으로 자원 얻기’, ‘계약 완수해서 계약 완수 보상 받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즐거움을 ‘일찍’ 느낄 수 있는 게임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설명 얘기 때에도 ‘흥미’를 말씀드렸는데, 흥미를 계속 끌 수 있으면 설명 시간이 체감상 길게 느껴지지 않아, 시간이 실제 길어도 문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임 다 끝난 결과로 높은 성적을 얻는 것이 보통 재미 비중이 크긴 한데, 재미, 즐거움을 느끼는 다른 경로들도 있습니다.
(‘재미란,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본 바가 있는데
그건 또 별도로 글을 쓸 만한 주제라고 생각하고,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인 최소한만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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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별 게임들에 대해서, 겁이 나지만(혹평에 대해 팬분들과의 갈등) 몇 가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줄/스플렌더/간츠숀클레버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게임들이나
어렵습니다.
진행방식을 익히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도,
제 생각에 이들 게임은 특히 ‘최고 성적을 내고 싶어지게 하는 성격이 강한, 최고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재미를 못 느낄 수 있는’ 부류에 해당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고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체감상 게임이 매우 어렵다고 느낄 수 있고, 재미를 못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루
재미가 전혀 없다고 생각진 않습니다만 재미가 적다고 생각하고, 그에 비해 ‘플레이하기 수고로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카르카손
안 예쁩니다.
저는 카르카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성이라고 하면 보통 회색 벽돌, 직선이 연상되는데
카르카손의 성은 누렇고, 구불구불하고, 내부 그림도 지저분하게 생겼습니다.
저는 그게 성이라고 해서 처음 봤을 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길도 꼭 국수가락, 종이 오리 잘라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권하기는 게이머분들과 아마조나스로 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도망자(Fugitive)
어떤 분은 도망자를 매우 혹평하시더군요. 바로 게임 파악 다 돼서 시작하자마자 끝이 결정돼버린다고.
그분은 이벤트 카드를 넣어서 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벤트 카드 없이만 해봤어도
연인분들게 추천할 만한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다 파악이 될 수 있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다 파악이 되기 전인 사람들한테는 ‘다 파악된 게임’이 아닌 것입니다.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에서 ‘다 파악되면 재미없게 된다’의 예시로 나온 틱택토 게임도, ‘아이들이 게임들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게 느끼고 안 한다...’고 쓰여있는데, 그 어느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재미있을 수 있던 것입니다.
일반인 연인분들은 보통 하나의 보드게임을 주야장천 잡아두고 파고들기 하지 않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보드게임이 있어도 하루종일 보드게임만 하고 있지 않습니다.
'완벽한 해법을 찾으려고 하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자기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때때로 한 번씩 꺼내서 하기에 괜찮은 게임입니다.
이벤트카드로 조정까지 할 수 있으니 더욱 문제될 여지가 줄어듧니다.
하나미코지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임이죠.
어떤 분들은 ‘이겨도 내가 왜 이겼는지 모르겠는 게임’, ‘순전히 운빨’이라시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한 번만 해보면,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게 다 파악이 돼서 더 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자는 게임 파악을 못 하신 경우 같고 후자는 너무 파악을 하신 경우 같습니다.
하나미코지를 같은 사람이랑 반복하면 플레이 양상이 고착화되곤 한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런데 가끔 한번씩 꺼내서 새로운 상대랑 하면 또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이건 ‘일반인과..’라는 이번 주제에서는 벗어난 이야기인데,
디아블로3가 미국에서는 출시되기도 전에 한국에서는 금방 클리어가 됐다고 하죠.
게임이 너무 일찍 다 파악이 된다면, ‘내가 너무 한국인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시나리오, 읽을 스토리가 있는,
흔히 ‘그건 본판 것은 금방 다 읽고 외울 수도 있기 때문에 확장 없으면 안 됨’ 하는 게임들을 할 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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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전도)에 대해서
(보통...) 게이머는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입니다.
‘게임을 안 좋아하는 사람’을 →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원래 이런 걸 좋아할 성향을 지니고 있던 사람'(될성부른 떡잎)을 발견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지인들이랑 (간단한 게임)A게임, B게임 C게임 해봤습니다.. 언젠가 (복잡한 게임)D, E, F도 할 수 있겠죠..?’
아뇨, 보장할 수 없습니다. A도 보드게임이고 D도 보드게임이니까 A 계속하면 언젠가 D도 좋아하겠지? 보드게임은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서로 너무 다른 것을, 그저 같은 보드게임이라고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당치 않습니다.
아주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비유하자면 “디즈니 어린이 영화 세 개 보았습니다... 언젠가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도 좋아해주겠죠?”라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 “음식 A 계속 먹으면 음식 D도 좋아하겠죠? 둘 다 음식이니까요”가 보다 깔끔한 비유가 되겠네요.
내가 원하는 어떤 게임을 지인도 좋아할지는, 그 게임을 해보거나 비슷한 게임을 해봐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일반인도 재미를 느끼기 쉬울 것 같은 게임들을 좀 생각해본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게임들은 거의... 그 게임들을 하고 난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구조가 전혀 다른 다른 게임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기대되지 않는 게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일반인과 게임하고 싶은 것이라면 ‘대 일반인용 게임’을 하고,
다른 게임도 좋아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생각한 ‘대 일반인용 게임’으로 다음 게임들을 들 수 있습니다.
-텀블링다이스
-피치카
-펭귄파티
-뒤죽박죽서커스
-좀비다이스 호드에디션
-할리갈리
-라스베가스
-셀레스티아
-Don't mess with Cthulhu/타임밤/노다지 크라켄
-모던아트
-우봉고
될성부른 떡잎(의 게이머 성향)이 발견된 경우 검증용(게이머로서 발견용), 말하자면 지시약, 리트머스 종이 같은 역할을 할 게임으로 다음을 들어봅니다.
-데드오브윈터
-마폴
-테포마* 기업 3중택1, 노 드랲, 처음 살 카드 고르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경험자가 골라주기
-아콜* 직업, 보조설비 3장씩만, 노 드랲
-어콰이어
-이스탄불주사위
지인이랑 마폴을 하고 싶다? 마폴을 해보세요.(안 해주면 어쩔 수 없고요.)
러브레터 백날 해봐야 러브레터 좋아하는 사람이 마폴 좋아할 거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아콜...
사용할 카드 드래프트는 성적차를 심화시키니 초심자에게 가르쳐줄 때에는 노드랲을 권장하고,
카드를 안 쓰는 건 비추합니다. 카드를 아예 안 쓰기로 하면 재미 중 ‘이것도 써볼까’, ‘이것도 써봐야지’에서 느끼는 재미가 없게 돼서 재미가 너무 확 줄어들어요.
쉬운 게 좋지만 재미도 중요합니다.
푸코는 건물만 예뻤으면 ‘검증용(게이머로서 발견용)’ 그룹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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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매너 관련
시각 약속 관련
시작 시각 약속에 늦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 친구끼리 술 먹자, 어디 놀러 가자고 할 때 흔히 좀 늦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경우와 별다를 것 없다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반인과 게임을 하려고 할 때에는 ‘이건 다 같이 모여서 설명을 듣고 시작해야 되는 거라, 시각을 잘 지켜야 돼’라고 미리 얘기하거나, 아니면 아예 마음을 놓고 늦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손상 관련
일반인분들은 카드 휘어잡기, 손톱으로 찍기, 펜 끄적거리기, 음식 양념 묻히기 등 구성물에 손상주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 행동들도 사전에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새 차/휴대폰 샀을 때 흠집 나면 마음 상하지 않느냐고, 마찬가지라고 해주는 게 좋습니다.
생각보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통 남 기분 크게 상하게 남 물건 함부로 해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게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인지 몰라서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반인분들도 보드게임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보드게임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도 일반인분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아는 사람이 알려줘야죠.
'취급하는 방법이 특별한' 물건을 손대게 하면서, 취급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저도 어렸을 적 원카드 했던 때를 생각하면, 플레잉카드에 슬리브를 씌운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카드에 슬리브 하나하나 씌워진 것만 봐도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박스 비닐포장까지 하는 건 어쩌면 일반인이 보기에 아주 변태적인 짓일 수 있습니다.
“양념 묻은 손으로 집더라고요..ㅜ 언젠가는 알아주겠죠?(말은 안 했음)” 이런 글들을 제발 그만 보고 싶습니다. 계속 말을 안 해주면 계속 모릅니다.
미리 한 번 얘길 해주세요. 말 안 하고 끙끙거리지만 말고, 사후적으로 화내거나 뒷담화하지 말고요.
일반인용 게임을 별도로 두고 마음을 놓는다는 차선책은 많이들 쓰고 계시죠.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뭔가 글쓰기...를 평소에 안 하다가 해서 만족스럽게 잘 써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적는 내용 각각에 뒷받침 내용을 넣으려다 생략한 것도 많고, 쓰기 전에 검색해보니 ‘사실 아니더라’ 해서 안 쓴 것들도 있고요(마시멜로 실험이나 스탠퍼드감옥실험 등).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
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고르기 위해 고민하시는 분들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