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
1. '재미없다'는 말의 뜻들
2. 왜 '재미 없는 게임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3. 저는 왜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를 지적하고 싶어 하는가
1. '재미없다'는 말의 뜻들
'재미없다'는 말의 뜻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나에게 (주관적으로) 재미없다.
2) 다수의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재미없을 것이다.
3)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재미없을 것이다.
일상에서나 추억 기록 리뷰에서는 보통 1)의 뜻으로 쓸 것입니다.
재미는 느끼는 것이고, 느끼는 것은 주관적이라는 것을 보통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반드시 똑같이 느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을 것입니다.
인간은 미성숙한 아동기에 이렇게 생각하나, 성숙해가면서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느낄 수 있구나, 다르게 볼 수 있구나'를 깨우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한 실험 연구가 있죠, 어린 아이에게 마주보는 사람과 그 사이에 인형을 두고 '저 사람이 볼 때에는 인형이 어떻게 보일지' 그려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보이는 면이, 상대방 시각에서도 똑같이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그린다고 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인형의 반댓면 모습이 보일 거라는 사실은, 몇 세 이상이었는지 어느 정도 성숙한 뒤에 이해한다고 합니다.
'어떤 개인에게는 재미있으나 어떤 개인에게는 재미없는 게임'은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2)의 뜻으로는 주로 분석 리뷰에서 쓰일 것이고,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고 할 때 이 의미와 관련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3)의 뜻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반례가 단 하나만 있어도 부정되니까요.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는 말은, 1)이나 2)는 부정하지 못하고 단지 3)을 부정할 때에만 옳을 뿐인데(이 또한 반례가 단 하나도 없을 것을 보장할 수 없고)
애초에 3)의 의미로 쓰는 경우가 없어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2. 왜 '재미 없는 게임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왜 '재미 없는 게임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요.
저는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i) 주관적으로 재미없다고 느낀 바 있었던 게임이, 다른 플레이 때에는 재미있게 느껴진 경험을 겪어서, 그 경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ii) 재미없다고 하면 그 게임 관련자(팬, 작가 등)들이 기분 나쁠까 봐, 재미없다고 나쁘게 말하면 안 된다는 PC적 사상을 가져서.
i)의 경우
'주관적인 한에서도 다른 요인(어떤 사람들과 같이 하느냐∋태도, 성적∋승패, 게임 이해도, 속도감, 인원 수 및 선택 규칙)이 달라진 채 하면 재미있게 플레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극복이 된 게임들 사례를 보고 '다른 것들도 다 극복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도 위 '재미없다'의 3)만을 확실하게 부정할 수 있을 뿐, 2)도 확실하게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게임을 재미없다고 한 다른 다수 사람들도, 이렇게 다른 요건(주로 인원)이 달라지면 재미있어 할 수도 있겠다' 하고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이지요.
그래도 이 경우이신 분들은 보통 좋은 뜻에서(재미없게 플레이 된 적 있던 게임도, 극복될 희망이 있다는 뜻) 말씀하시 것이지, 어떤 게임 재미없더라고 하는 분과 싸우려고 하시지는 않습니다.
ii)의 경우
위 3)의 뜻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사람이 '그러니까 이렇게,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고 말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점점 강하게 갖게 되고,
이런 경우에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는 말 뒤에 '취향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말이 붙곤 합니다.
다음과 비슷합니다. '맛없는 음식은 없다, 취향 차이가 있을 뿐.', '아름답고 추하다는 것은 없다. 취향 차이가 있을 뿐.'
아닙니다, 다 있습니다. 취향 차이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다수에게 재미없다'고 하여도 그것이 어느 개인에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원천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취향 차이가 아무리 있어도, 다수에게 재미없는 게임 또한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게임 랭킹'이란 게 있고, 어떻게 '아타리 쇼크'가 있었겠습니까?
예를 들어 긱랭킹을 보면 '3384명이 평균 3.17점(10점 만점)으로 투표한 □□□□'는 2)의 뜻으로도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타리 쇼크는 과잉 생산이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재미없는 게임들이 안일하게 많이 나온 것'이 원인이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비디오게임이란 보통 별볼일없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 저는 왜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를 지적하고 싶어 하는가
저는 왜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를 지적하고 싶어 하는가 하면
“재미없는 게임은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보통 2)를 부정하려고 하고
1), 2)의 의미로 '어떤 게임 재미없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겜알못 내지 나쁜놈,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는 그 게임 재미없더라’ 하고 개인 느낌을 말했을 때 마치 그런 개인 느낌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인 양, 가르치는 투로 “재미없는 게임은 없습니다(엄격, 근엄, 진지)”라고 하시며 논쟁을 여시는 경우를 좀 봤습니다.
그리고 ‘재미없는 게임이 없다’고 하면... 게임을 어떻게 만들든 재미가 있긴 있다는 건데,
'내 건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개선할 수 있을지 연구해봐야겠다' 하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의 생산적인 노고를 그만 무의미한 것으로 매도해버리고 마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은 어떨 때 재미를 느끼는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하는 일입니다.
비단 게임 작가나 코미디언분들뿐 아니라 온갖 방송 관계자, 교원 및 강사, 문예 작가, 완구 개발자분들 등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것을 찾으려 애쓰고 계십니다.
또한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소위 재미없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게 합니다.
'믿거텀'이라는 말들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먹튀 위험이나 품질 문제 때문도 있지만
지금도 많은 분들이 '텀블벅 게임은 재미없다', '국내 작가 게임은 재미없다', '사회적목적·교육적목적을 표방한 게임은 재미없다'고 이야기들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재미없는 보드게임'은, 그것을 접한 일반인들로 하여금 '보드게임이라는 것은 다 이런 거로구나, 별로 재미가 없는 것들이네' 하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타리 쇼크는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단기간에 충격적으로 터졌지, 보드게임 업계에서는 그냥 천천히 꾸준히 별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신 발언 합니다.
게임은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가진 한계도 있고, 개별 플레이마다에 작용하는 요인에 의해 재미없게 플레이 될 수 있습니다.
후자에 해당되는 요인들이 ‘어떤 사람과 하는냐’에 연관이 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런 요인들이 있다고 해서 전자(개별 게임 자체가 가진 한계)가 저절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재미없었던 플레이는 '보드게임이란 보통 별볼일없는 것'이라는 나쁜 인식을 확산시키는, 사회악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게임은 어떨 때 재미없게 플레이될 수 있는가’, 게임 플레이를 재미없/있게 하는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일부 미리보기
‘보드게임 플레이가 재미없게 될 수 있는 경우’를 세 경우로 다음과 같이 묶어 보았습니다.
1. 대상이 안 맞는 경우
2. 설명이 잘못 된 경우
3. 비매너 태도/언행이 있는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