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을 하느냐"와 "어떤 사람과 하느냐"
앞 붙임 말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중에 독립적인 블로그에나 쓸까 했습니다.
커뮤니티에 올리면 많은 분들이 보실 것이고,
댓글이 안 달릴 수도, 부정적인 댓글이 달릴 수도, 긍정적인 댓글이 달릴 수도 있겠지요.
저는 부정적인 반응을 너무도 두려워 하여, 소통을 가급적 안 하고 싶어하는 쫄보입니다.
그냥 제 글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와서 읽고 가고,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지나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댓글 기능도 없는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블로그를 만들 준비는 안 돼있고, 저번 글(예정 규칙)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긍정적이기에 다른 글들도 올려볼까 합니다.
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은
‘보드게임 취미생활을 시작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조언들’이었습니다.
게임 알아보기(순위 등), 게임·게임 관련 용품 구매 관련 글(얼마나 살 것인가, 특별한 할인 기회들, 해외구매 방법 등) 모임 관련 글(찾는 법, 매너) 등요.
그런데 이건 당장 안 써도 될 것 같고
최근에 쓰고 싶어진 글은
'어떤 게임을 하느냐와 어떤 사람과 하느냐', 그리고
‘보드게임 취미생활은 하기에 알아야 할 점, 어려운 점들이 많다. 그래서 널리 퍼지기 어렵다. 널리 퍼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글입니다.
게이머와 일반인, 게이머와 게이머가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기를 바라며
이 최근 관심과 관련하여, 반응이 계속 괜찮다면 써 올리고 싶은 글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
. 보드게임은 어떨 때 재미없게 플레이될 수 있는가
. 일반인과 게임하기(왜 안 하려고 할까? 포지션별 몇 가지 추천 게임, 주의할 사항, 될성부른 떡잎친구 발견 등)
먼저 저는 ‘게임이’ 재미있다/없다기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조건이 정해진,
매 각 ‘플레이가’ 재미있을 수/없을 수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고 일단 간단히 게임이 재미있다/없다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어떤 게임을 하느냐 / 어떤 사람과 하느냐
“게임이 더 중요하냐, 사람이 더 중요하냐”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때때로 다음과 같은 글들이 보입니다.
“저희(모임)는 게임을 사람보다 중시하는 분은 받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이 (게임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말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느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기분 나쁘게 만드는 사람’을, 일컬어 ‘사람보다 게임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건 위 질문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무례한 사람’이지, ‘게임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말 뜻이 그런 뜻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하면 자기는 나쁜 말은 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태도’, ‘좋게좋게 넘어가자며 핵심을 짚지 않고 넘어가려는 태도’가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게임이 중요 vs 사람이 중요’ 이 물음을 조금 구체적으로 풀어쓰면
‘어떤 게임을 하느냐 vs 어떤 사람들과 하느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문제는 개인 성향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문제이지, 정답이 하나인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여기까지 구체화해도 통상 ‘사람이 더 중요’로 입장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최근 설문글에도 역시 ‘사람이 먼저다’가 압승을 했는데요.
댓글에 ‘적당히 괜찮은 사람 + 좋아하는 게임 vs 적당히 괜찮은 게임 + 좋아하는 사람' 중 고르는 것이라면, 입장을 바꾸어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이 결과에 사람들이 많이들 ‘최악의 게임 vs 최악의 사람’을 비교한 것이라고 봅니다.
더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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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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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웬만한 어떤 게임을 같이 해도 즐겁게 되는 사람 |
A: 최고로 좋아하는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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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보통의 게이머 |
B: 보통의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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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웬만한 어떤 게임을 같이 해도 즐겁지 않게 되는 사람 |
C: 하나도 재미없는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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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 같이 무엇을 해도 끔찍한 사람 |
X: 같이 누구와 해도 끔찍한 게임 |
이렇게 써보겠습니다.
ㄷ은 대략 게임 중 내내 무표정하고, 다른 말은 한 마디도 없이 플레이 중간에 한번씩 “...이 게임 재미없네요...”라는 말만 하는 사람이나 악령퇴치단 만화의 주인공 같은 사람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다른 문제는 일으키지 않습니다.
(유명한 만화인데 보시는 분에 따라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악령퇴치단 만화 주소 https://m.blog.naver.com/dong0375/221229029190)
ㅆ은 무례한 사람,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느라 남 기분 나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조우하기도 싫은 사람입니다.
X는 그냥 심심한 게임이 아니라 아주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게임입니다. 제 경우엔 크레이지타임, 티츄가 해당됩니다.
ㅆ, X는 이 대결에서 밸런스 파괴자입니다.
최악인 게임X는 최고인 사람ㄱ과 해도 기분이 나쁘고,
최악인 사람ㅆ과는 최고인 게임A를 해도 기분이 나쁩니다.
만약 밸런스 파괴자 ㅆ, X를 사전에 배제할 수 있다면, ㄱㄴㄷ과 ABC만 고려하여 비교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즐거우려고 하는 것인데 ㅆ이나 X가 끼면 즐거움이 적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겪게 되고, 그러면 안 하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사람도(ㅆ) 게임도(X), 최악의 경우를 사전에 배제할 단순한 방법이 있습니다.
미리 정하고 모이면 배제 가능합니다.
그런데 보통 모든 것을 미리 정하고 모이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죠.
미리 정하고 하지 않아도 게임은,
‘○○게임 하기’를 통해 ‘□□게임 하지 않기’를 우회적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함께 플레이하는 여러 사람이 같은 게임을 돌려야 하고, 동시에 여러 게임을 돌릴 수는 없죠.
X뿐 아니라 C도 어느 정도 배제가 가능합니다.
존재하는 게임은 정말 많은데 위와 같은 이유로, 실제 돌릴 수 있는 게임은 적어서, 재미없는 게임은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게임을 좀 해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안목이 생겨 선택적으로 C를 상당히 배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최악인 사람 ㅆ은 보통 사전 배제가 불가능합니다. 보통 ‘누구나 올 수 있는, 즉 개방적인’ 모임을 하시기에, ㅆ도 올 수 있는 것이지요.
게임과 달리 ‘갑이랑 하기’를 통해 ‘을이랑 안 하기’를 우회적으로 이룰 수가 없기도 합니다. 3인플 하려던 거 4인플 할 수 있고, 4인플 하려던 거 5인플 할 수 있으니까요. 먼저 갑을병정이 4인플까지만 되는 게임을 생각해두었더라도 무가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 사람들이 으레 보통 5인이 되는 다른 게임을 생각해보려고 하곤 합니다. 2인/3인으로 나누거나요.
결국 사람들이 실제로 직면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과 하느냐와 어떤 게임을 하느냐'를 생각해보자고 할 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보통
‘ㄱㄴㄷ vs ABC’로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ㄱㄴㄷㅆ vs ABCX’로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ㄱㄴㄷㅆ vs ABC’로 비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ABC vs ㄱㄴㄷ’으로 비교하면 ‘어떤 게임을 하느냐’가 보다 많이 선호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래도 ‘사람이 더 중요하다’시는 분들은 저와 개인 상황이나 성향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지, 그런 분들을 제가 틀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쫄보입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다시 질문을 써보겠습니다.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는 분명히 ‘게임이 중요하다’는 쪽입니다.
사람이 중요 vs 게임이 중요
1. 사람ㄴ과 게임C를 하기 vs 사람ㄷ과 게임B를 하기
2. 사람ㄱ과 게임B를 하기 vs 사람ㄴ과 게임A를 하기
3. 사람ㄱ과 게임C를 하기 vs 사람ㄷ과 게임A를 하기
비대칭적인 경우는 이렇게 세 가지 질문이 나옵니다.
(ㄱ과 A를 하는 것은 당연히 좋고, ㄷ과 C를 하는 것은 당연히 싫습니다).
1. 재미 하나도 없는 게임을, 보통의 사람과 하기 vs 보통의 게임을, 웬만한 어떤 게임도 같이 하면 즐겁지 않게 되는 사람과 하기
고통의 선택이군요.
그래도 저는 ‘재미 하나도 없는 게임’을 하기보다는,
무미건조하게 “...이 게임 재미없네요...”라며 분위기 침체시키는 분 또는 악령퇴치단 만화 주인공 같은 분이랑 게임하는 걸 선택하겠습니다.
2. 보통의 게임을, 웬만한 어떤 게임을 같이 해도 즐겁게 되는 사람과 하기 vs 최고로 좋아하는 게임을, 보통의 사람과 하기
둘 다 좋습니다. 너무 좋은 상황이군요. 전자도 나쁘지 않지만 선택을 한다면 저는 ‘최고로 좋아하는 게임 하기’를 선호합니다.
보통 모임에서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게임이 선택이 될 기회’가 흔치 않아서요.
3. 재미 하나도 없는 게임을, 웬만한 어떤 게임을 같이 해도 즐겁게 되는 사람과 하기 vs 최고로 좋아하는 게임을, 웬만한 어떤 게임을 같이 해도 즐겁지 않게 되는 사람과 하기
이게 셋 중 현실에서 가장 일어나지 않을 경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이 맞을 가능성이 높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재미없는 게임을 하자고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문제를 받아들이자면, 놀랍게도 나는 싫어하는데 ㄱ이 하고 싶다고 나보고 하자고 하는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전자를 택하겠습니다. 저처럼 ‘게임이 사람보다 중요’하다고 확고하게 말하는 사람도, ‘같이 하면 즐거운 사람’이 하자고 하면 응하고,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제가 ‘이 게임은 이 정도 재미있게 플레이 될 수 있는 게임이야’라고 기존에 생각하던 수준에 결코 못 미치는 재미로 플레이될 것이고, 그렇게 됐을 때 사람ㄷ이 게임 A에 대해 저평가할 것이 우려됩니다. 그건 참 싫은 일일 겁니다.
저번에 올린 ‘예정 규칙(방식)’글이 있는데 그 방식도 개별적으로 ㅆ과 같이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희망의사를 다음과 같이 표했을 때
갑: "3-5인. 푸코. / 갑"
을: "4인. 아콜. / 을"
병: "4인. 아콜. / 을병"
정: "3-5인. 푸코. / 갑정"
무: "3-5인. 푸코. / 갑정무"
을은 (푸코가 싫은 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이랑 하기 싫어서 아콜팟을 새로 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병도 갑이랑 안 하고 싶으면 갑과의 플레이에 멤버로 스스로 들어가지 않으면 됩니다.
이 예정 방식에서는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 뒤따라 멤버로 들어오는 건 막을 수 없긴 합니다.
다른, 같이 안 하고 싶은 사람과 같이 안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너무 복잡하지 않은 어떤 규칙도 생각해봤는데요, 아직 당장 적용하시라고 권하기에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안 쓰겠습니다. (뜻밖에 그걸 되게 기대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더군요)
단순 배제만이 아니라 ‘교화’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불량플레이어ㅆ이 ㄷ 또는 ㄴ이 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게임도 X가 C 또는 B가 될 수 있다면?
사람은, 변할 수 있습니다. (덧붙임: 성격은 안 변하나, 태도를 변하게 하르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례한 행동을 하시는 분들 중 ‘몰라서’ 그러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분들은 가르쳐주면 ㅆ이 ㄷ/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얘기해도 안 변할 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잘 안 변합니다. 하우스룰을 적용한다든지 할 수 있긴 한데, 그러지 않아도 그냥 할 게임을 고를 때 다른 게임들 중에서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게임은 많으니까요.
‘교화’에 대해서는,
다다음 글 ‘보드게임은 어떨 때 재미없게 플레이 될 수 있는가’에서 더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일부 미리보기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
- '재미없다'는 말의 뜻들
- 왜 '재미 없는 게임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 저는 왜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를 지적하고 싶어 하는가
소신 발언 합니다.
게임은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