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나는 왜 최근의 트렌디한 중급 유로게임에 흥미를 잃었는가. 부제 : 멀티솔리테어게임의 시대

wnsdudq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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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2 오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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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wnsdudqkr입니다.

제가 아주 결정적으로 최근에 출시되는 중급 유로 게임에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 상황이 있는데,

대중적인 전략 게임 레벨의 유로 게임을, 국내 발매 직후 1주일만에 두번째로 플레이 하면서 생겼던 상황이었는데,

아주 궁금하신 분을 위해 제목은 가려서 적어둡니다. 바로 '뉴턴'

게임의 마지막 라운드 즈음에 한 플레이어가 선언한 아래의 상황이었는데,

'앞으로 5턴 뒤까지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이 없어서' 게임 끝날때까지 내 액션은 이거야, 난 담배피고 올께....라는 상황이었습니다.

본인턴에 카드를 내리면서 플레이하는 구조라서, 액션 예약...을 해두고 떠난셈이지요.

그리고 놀랍지 않게도 이 친구가 1등이고, 이 친구의 예고된 독주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일을 겪고나서, 나는 어떤 부분에서 (다인플) 보드게임이라는 취미를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반추하며

그렇게 좋아라 하던 중급 전략 유로 게임이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에 대해서 혼자서만 곰곰히 생각하다가

오히려 인터액션이 강한 호불호로 인해 보라에서 유저 평가가 이 게임과 완전 엇갈린 어떤 한글판 게임이 실은 훨씬 더 나은 게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자금성..., 적고보니 병주고 줬지만 감사합니다. 별빛바다!

이렇게 점점 더 흥미를 잃어가던 유로게임 보드라이프...인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밍엄이나 가이아 정도는 꾸준히 한달에 한판씩은 돌리는 수준입니다.)

최근에 우연히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과거 강보동쪽에서 활동하시던 포이포이님의 블로그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찾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무려 2012년에 작성된 글...

[컬럼/번역] 유로게임을 망친 게임

요약하면, (저의 입문 전략게임이기도 한) '피렌체의 제후'가 흥해서, 이후 출시된 수많은 유로게임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이는 기존 독일 게임의 장점이던 자연스러운 플레이어 간 상호 작용이라는 좋은 특성을 날려버리는 영향이었다...라는 것이 컬럼의 주 내용입니다.

제가 이 글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치게 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요.

과거에도 “멀티플레이어 솔리테어” 게임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게임(피렌체의 제후)만큼 이런 아이디어를 주류에 퍼트리고 더 나아가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사실상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게임 개념을 확고하게 취미 게임 플레이어의
머리에 박은 게임도 없다고 본다. 플레이어들의 모든 상호작용이 매 턴 행해지는 단순한 경매
하나로 일축된 것은 피렌체의 제후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게임 중에 첫 번째이다. 어쨌든
이 게임은 당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순수하게 실력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호작용 따윈 상관없지 않을까 싶긴 하다.

...중략

최근 9년간의 유로게임을 돌아보면서 1990년대의 독일 게임들이 선사하던
아이디어를 굉장히 그리워하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유로게임”이라는 단어가 3명에서 5명의
플레이어가 조용히 각자의 플레이어 보드를 뚫어져라 보고 가끔 경매에 입찰하고 특정행동으로
1,2점의 추가 승점을 쥐어짠 것에 대해서 잘난 듯한 미소를 날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말이다.

나는 유럽의 게임들이 조금 더 덜 갈색이고 실제로 재미있고 흥분되던 시절이 그립다.

[출처] [컬럼/번역] 유로게임을 망친 게임 |작성자 포이포이

저도 이제는 꽤 오랜 시간 유로 게임을 아주 좋아했던 플레이어로서,

내 전략이 누군가에 의해 트롤링 당하는게 가장 싫긴 했지만,

반면에 다인플에서 모두가 합심해도 누군가의 독주를 막을 수 없는 구조도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몇 몇 00~10년대 초중반 전략 게임들도 사실은... 경험자인 누군가가 빠르게 엔진을 구축해서 저 멀리 독주하면

아무도 그걸 막을 수 없었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는 부분이 점점 더 크게 보이더군요.

덕분에 인지 - 작년 연말에 가장 재밌게 한 게임들을 다시 놓고 생각해보면, 다른 플레이어와의 인터액션이 강한 게임들이 점점 제 만족도가 더 높게 평가되기 시작한 것 같고,

그냥 저냥 좋아했었던 몇 몇 영향력 기반 테마 게임들을 더 좋아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게 보이고

요 근래는 좋은 테마틱 협력 게임/워게임도 안가리고 두루 즐기는 쪽으로 취향이 더 많이 변해서 그간의 보드게임 취향과는 좀 다른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게 된 듯 합니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의, 한때 유로게임만 즐겼던 어떤 보드게임 플레이어의 소소한 잡설이었습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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