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028 내가 꿈꾸던 유로 게임의 표본, 키플라워 (Keyflower, 2012)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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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12 오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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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막에 가려진 도구들과 3가지 색상의 일꾼들]

12년이 지난 이 게임, 요즘 유행하는 말로 오늘 리뷰는 시작해 보려고 한다.

"키플라워 안 해본 뇌 삽니다"

[키플라워의 모티브가 된 게 아닌가 하는 메이플라워호, 영국 청교도 102명이 1620년 영국에서 신대륙을 향해 출발하다.]

키플라워는 '메이 플라워'처럼 희망을 싣고 신대륙으로 향해가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사진 출처: Boardgamegeek, 영지 입찰 방식도 독특하다. 집처럼 생긴 가림막에 숨겨진 3가지 색상의 일꾼을 이용해 여덟 영지 타일을 경매를 턴 순서대로 진행한다. 영지를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이전 색상과 같은 색상을 하나 이상 더 많게 배치해야 한다. 여기서도 헥스의 장점을 작가는 최대한 이용하는데 앉은 방향으로 자신의 놓은 미플을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2인에서 6인까지 되는 게임이다. 정말 독특한 부분은 입찰이 진행 중에도 같은 색상의 일꾼을 헥스에 두어서 이들을 받을 수 있다. 위에는 액션칸 아래 칸은 자신의 영지일 때 중간 자원을 내면 업그레이드되는 액션과 우측 상단에 점수가 적혀 있다. 그리고 올패스를 하면 경매입찰에 성공한 타일을 가지고 오는데 위에 올려진 미플은 가지고 오고 입찰에 쓰인 미플은 다시 돌리게 된다. 경매 입찰에 실패한 미플은 당연히 성공한게 아니므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된다. 그리고 자신의 영지에 놓여진 미플도 자신의 영지로 돌아온다. 그래서 유일하게 버려지는 미플은 타일과 선을 가지기 위한 경쟁에서 성공한 미플이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계절 처럼 순환된다. ]

신세계에 이제 막 도착한 일꾼들, 가림막에 가려진 일꾼들의 입찰을 통해 영지를 넓힌다. 영지에 배치된 일꾼들은 다양한 자원과 가축 생산, 그 밖에 영지의 명성을 위해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 영지는 길과 길로 이어져 있어 필요한 자원과 가축을 나를 수 있다. 그 영지는 자원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유토피아에서는 멀리 타국에서도 소식이 들려오며, 가장 이런 소식을 잘 전파한 사람(결국 선 플레이어)는 많은 일꾼들을 자신의 영지로 유치할 수 있다. 때론 다른 플레이어의 영지에도 일꾼을 보내 이익을 누리지만, 그 일꾼은 다른 플레이어의 사람이 된다. 결국 가장 영지의 번영을 가장 이룬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게임이다.

[사진 출처 Boardgamegeek, 배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이주민들, 도구도 함께 같이 들어오게 된다!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일러도 게임 분위기와 잘어울린다.]

테마적으로도 멀리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곳을 흘러 흘러 흘러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사실 그 배를 타고 온 곳은 생각 보다 척박하고 많은 일들을 해야 하고 참 경쟁이 심한 사회였다. 배를 타고 다시 물자를 수레로 날라야 했으며, 때론 나무도 벌목하고 양도 쳐야 하는 고된 노역이다. 하지만, 좁다 좁은 배속의 수개월간의 고된 항해의 기억을 잊고, 자신만의 자유의지에 의해 자신만의 땅을 가져서 행복하다는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길과 길은 연결되어 있고 그 끝을 우리가 어찌 알 수 있을까?

[4라운드 동안 진행이 되며,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영지는 기능이 더 좋아지며, 배들의 칸들은 점점 줄어드는 점도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웠다, 마지막 겨울에는 이주민을 배에 채우는 대신 승점을 주는 배타 일을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계절 타일 중에 인원에 따라 일부만 사용하기 때문에 매번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리플레이성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

수많은 신작의 홍수와 워게임에 빠져 생각 보다 정말 해볼 기회가 드문 게임 키플라워를 해보고 필자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메커니즘의 그 유기적인 면모가 다른 여타 어떤 게임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메커니즘적이 주는 상상력과 은유 그리고 파스텔톤의 일러와 함께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필자는 필경사 겨울 타일을 받아서 노렸다. 마지막 라운드는, 다들 자신이 원하던 겨울 타일을 하나 이상은 놓기 때문에, 필경사 타일 경매를 빨간색 일꾼으로 우선적으로 들어가자 다들 놀랬다. 이렇게 세트를 많이 모았는지 다들 몰랐던 것 같다. ㅎㅎ 만약 정말 내가 가진 미플이 적은 파란색 미플을 견제를 위해 누군가 처음에 들어갔다면 정말 망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일꾼 미플의 색상은 비공개이다. 근데 재미있는 점은 자기 거 하기에 다들 여념이 없다는 점! 그래도 혹시 몰라 내 경매 입찰 보다 높을 경우를 대비해 끝까지 다량의 빨간색 일꾼을 비축해두었다. 결국 필경사로 승리를!]

정말 재미있는 점은 처음에 '키플라워'를 접하면 어떻게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감이 안잡힌다. 하지만 강력한 목표 지향적인 지침을 준다. 시작 시 각자 목표 승점이 담겨 있는 겨울 타일 4개를 가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겨울 시즌이 다가오면 4개 중 1개에서 4개를 각자 동시에 공개에 영지 경매 시장을 만든다(4인 기준). 자신이 잘 달성한 것은 고르고 남들에게 유리한 건 버리는 식으로 고른다는 점도 백미이다. 그 밖에 선 경쟁의 재미와 그리고 업그레이드 동물의 사육 등등 확장성이 너무 좋은 게임이었다. 또 다른 표본인 '오를레앙'과 같이 여러가지 확장는 가히 환영받을만 하다.

[룰마 리뉴얼님의 영지, 배타일도 시작 영지의 바다 부분을 통해 연속적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소, 양, 돼지도 쳐서 목동 처럼 이동을 시키면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 게임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헥스의 수학적인 아름다움과 그 자유로운 확장성을 보여준다. 마치 캐스캐디아와 같이 어디로든지 길을 이어 연결하는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수많은 일꾼 칸이 생기며 다양한 액션이 생긴다. 경매 와중에도 그 일꾼 칸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영지의 일꾼 칸마저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영지나 가지고 영지에 있는 일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 속에 다음 시즌을 나기 위한 일꾼으로 다시 힘을 보태게 된다. 난 고정된 일꾼칸에 대한 답답함을 요즘 느끼는 편이였는데, 서로가 만들어간 일꾼 칸을 공유하는 점은 자유도는 즐겁지만 꽤 즐거운 선택의 고민을 준다. 난 헥스 게임이 주는 미학과 자유도를 추앙한다. '키플라워'에서도 여실히 보여준다.

[정말 여러 가지로 꿈꾸던 유로의 표본: 빅박스를 기대해 본다]

4인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 게임은 아 벌써 내턴이야 할 정도로 아주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인터액션을 보여준다. 혹자는, 이러한 앞을 알 수 없는 일꾼을 이용한 경매와 일꾼 놓기의 조합이 불호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딱 기분 좋은 인터액션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꾼과 액션칸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고 공유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너무 호감이었다.

누구에게든 '키플라워'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략게임에 막 입문한 사람이든 게임 구력이 꽤 되는 사람이든 ~ 12년이 지난 게임이지만 이제야 이 게임의 진가를 만나 볼 수 있어 작지만 만족스러운 행복감을 느낀다.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의 재미를 지금 알았냐고 타박하실지 모르지만, 그 타박도 즐거울 것 같다. 새로운 신작 게임도 좋지만 지나친 명작을 만난다는 건 오히려 더 즐거운 일이다.

p.s) 지속적으로 소개해 주고 싶어서 룰마를 해준 Renual 님에게도 감사드린다. 룰마 리뉴얼님의 블로그 리뷰도 '키플라워'를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입부의 경매 게임의 역사에 대한 글은 예술이다. https://blog.naver.com/renual/22275270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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