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결과 보고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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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23:10

<노느라 사진을 못남겨서 캠핑 때 한 뤄양으로 대체>

중학교 친구&배우자 5인이 달에 한번씩 1박 2일로 모임을 갖습니다.

제가 모임을 주도하는 호스트인 동시에 게임 부장 역할인지라 늘 보드게임을 준비하는데 이번 모임은 새 게임을 5개나 소개했기에 기록차 글을 남겨봅니다:D

모임의 구성은 여자 셋, 남자 둘입니다.

본인 A(여자) - 보드게임 영업에 미친 자, 모임의 게임 부장, 항상 단톡방에 이 게임 어때? 라며 물어보는게 일상, 중급 이상의 전략게임 좋아함, 이번 모임은 본인 생일이었기 때문에 '1박 2일 동안 보드게임 같이 해주기'를 선물로 받았음(매우 만족), 평소에는 울고불고 떼써야 애들이 놀아줌, 근데 사실 다들 착해서 관심없는 게임이라도 징징거리면 같이 해줌, 게임 선택할 때 난이도는 크게 고려하지 않음(보드게임 처음 접하는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들이민 게임이 '뤄양'이었음)

* 좋아하는 게임 : 친구들한테 반응 좋은 게임 / 싫어하는 게임 : 친구들한테 반응 안좋은 게임

친구 B(여자) - 보드게임에 상당히 호의적, 게임 이해도 및 진행 센스가 우리 중 가장 뛰어남, 파티 게임부터 전략 게임까지 스펙트럼도 넓음, 테포마와 같은 무거운 게임도 곧 잘함, 직접 게임을 구입하진 않지만 사가면 흥미를 가짐, 테플 파트너, 아이 엄마라 게임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음ㅠㅠ

* 좋아하는 게임 : 테라포밍마스, 뤄양, 시타델 / 싫어하는 게임 : 바퀴벌레 포커 로얄, 테마틱

친구 C(여자) - 보드게임에 상당히 호의적, 떠들석한 파티류의 인터액션 강한 게임을 좋아함, 게임 중 서로 대화가 오가는 것을 재미로 여김, 초고학력자이나 게임뇌는 없는 게임바보, 근데 이상하게 순위는 늘 상위권, 시타델 중독자(이번에 시타델 안챙겨 갔더니 근처 마트에서 사오려고까지 했음)

* 좋아하는 게임 : 시타델, 태양신 라, 테마틱 / 싫어하는 게임 : 바퀴벌레 포커 로얄

배우자 A(남자) - 보드게임에 적당히 호의적, 인터액션이 있는 게임만 좋아함, 게임 보다 상대 방해하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끼는 프로 깽판러, 게임 분위기를 주도하는 무드 메이커, 인터액션 강한 게임은 높은 확률로 1등 반면에 인터액션이 없는 게임은 거의 꼴등, 창의력 대장, 본인 순위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함

* 좋아하는 게임 : 시타델, 태양신 라 / 싫어하는 게임 : 하나비

배우자 B(남자) - 보드게임에 중립적, 딱히 호불호가 없는 타입, 츤데레라 맨날 하기 싫다고 하는데 막상 시작하면 뭐든 집중해서 열심히 함, 1등은 못하지만 꼴지도 안하는 안전주의자, 인터액션 안좋아함

* 좋아하는 게임 : 테라포밍마스 / 싫어하는 게임 : 바퀴벌레 포커 로얄

1. 하나미코지

남편이랑 할 생각으로 구매한 2인 전용 게임인데 정작 같이 안놀아줘서 친구 B와 테플을 돌려봤습니다. 여자여자한 일러스트, 심플한 룰, 짧은 플레이 시간 안에 담겨있는 선택과 집중 문제까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캠핑장에서 설거지 몰아주기용으로 이용할 생각입니다ㅎㅎ

2. 펭귄파티 - 이번 모임 첫번째 문제작

파티 게임 중 늘 추천되는 게임이라고 해서 구매한건데 그야말로 갑분싸였습니다. 게임이 너무 쉬워서 전략성이라곤 1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놓친게 있나 해서 룰북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 5인, 4인, 3인, 2인 구성으로 다 돌려봤는데도 상당히 심심했습니다. 다들 영혼 없이 카드 색깔 맞추기 하다 끝. 이거 어떤 포인트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건지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보라님들 의견 본 다음에 남편이랑 몇번 더 해보고 방출 결정하렵니다.

3. 테마틱

별 기대 없었는데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게임입니다. 역시 이런 단순한 게임은 절대 실패하는 법이 없네요. 다들 치매 예방에 좋을거 같다며 적극 참여하더라구요ㅎ 다만 늙어서 그런지 <꾸불꾸불한 것> 같은 추상적인 제시어가 나오면 그저 정적. 필러 게임으로 사용하기 위해 킵합니다.

4. 하나비

협력 게임류는 한번도 한 적이 없어서 준비해 갔는데 완전 실패했습니다. 친구들이 원한 협력은 서로 상의하며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하는 거였는데 하나비는 색 혹은 숫자 힌트 말고는 줄 수 없으니 너무 정적이라 싫다네요. 결국 후반에 가서는 이거를 힌트로 줘라, 저거는 빼라 하면서 룰을 무시하는 상황까지 가게 됐습니다. 게임이 문제라기 보단 모임 성향에 안맞는 게임이었던 거죠. 이건 미련 없이 방출합니다.

5. 바퀴벌레 포커 로얄 - 이번 모임 두번째(최고의) 문제작

게임 설명 때 "이건 바퀴벌레야"처럼 "~이다."로만 말할 수 있는건데 제가 룰을 오해해서 "이건 바퀴벌레야."와 "이건 바퀴벌레가 아니야." 이렇게 "~이다", "~이 아니다." 2가지로 알려주는 바람에 완전 꼬여버렸습니다. 처음 머릿속에 룰을 잘못 입력하고 나니까 나중에 정정도 안되더라구요. 한창 하다보면 공격자랑 수비자 중 누가 카드를 가져가야 하는지 모두 헷갈려 해서 결국 게임 진행 자체가 안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5명이 머리 싸매고 룰북도 읽고 토론까지 했는데 머리론 알아도 마음으로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바퀴벌레 포커는 제가 다른 모임에 참가했을 때 제대로 알고 계시는 분께 다시 배워야 할거 같습니다ㅠㅠ 초등학생들도 쉽게 하는 게임이라는데 배울만큼 배운 성인 5명이 왜 못하는거지... 그래서 방출은 일단 보류.

6. 테라포밍마스

이번 모임의 주 게임이었습니다. 컴포넌트와 맵을 보고 "이거 어렵겠다."고 절레절레 하던 친구들도 막상 시작하니 직관적인 룰 때문에 금방 적응하더라구요. 인터액션이 거의 없다싶이 해서 몇몇 깽판러들이 아쉬워 했으나 전반적으로 평이 좋아서 덩달아 제 기분도 좋았습니다. 다들 하는 말이 순위는 큰 의미 없고 자기와의 싸움을 끝까지 잘 해낸 느낌이라고 하네요. 다음에는 대기업 확장 끼고 카드 드래프트 룰로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