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말2초 워게임 모임들의 후기 (1)

예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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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5 오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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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굉장히 한가해서 보드게임으로 가득한 행복한 연초를 보내고 있네요. 서론은 생략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1. 1월 28일 일요일 - 마리아

장소: 서울 위플미플

보라에 올렸던 워게임 입문 강습회 (링크) 의 첫 모임이었습니다. 라이언님과 JW님이 참석해주셨는데 두 분이 원래도 잘 알고 지내시는 사이인 듯 하여 여쭤보니 다들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인근 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시더군요. 보라에서도 자주 올라오는 모임들인데 저도 마침 워게임 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좀 접하고 싶었던지라 위치와 운영 방식, 장점을 비롯한 대략적인 모임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날 돌린 게임은 마리아였는데 오랜만에 설명하려니 설명하는 순서가 자꾸 헷갈리더라고요. 원래 어떤 순서로 설명하면 좋다 하고 문서를 딱 만들어놨었는데 그걸 미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두 번 정도는 중간에 규칙서를 찾았는데 결국 나중에 집에 와서 에러플 두 개를 한 걸 떠올리고 (정치 단계에서 문양이 없는 카드를 선택할 수 없음, 더미는 전투에서 져서 후퇴할 때 분리할 수 없음 / 두 규칙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양심에 많이 찔렸습니다. 진영은 JW님이 프랑스, 라이언님이 프로이센/국본군을 선택하셔서 제가 오스트리아를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스트리아를 맡아서 주로 우측을 찍게 되었는데, 프로이센의 남하를 야금야금 저지하면서 바이에른의 후방을 노리는 모습입니다.

JW님은 초반에 신성로마제국 쪽 영토로 들어가 선제후 도시를 모두 장악했다가 국본군이 내려오면서 다시 본국으로 후퇴해 방어를 시도하셨습니다.

저는 프로이센의 뒤쪽 슐레지엔을 노리면서 동시에 보급부대를 노리는 전략을 써보았습니다. 중간에 작센의 보급을 끊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보급부대를 지키려는 자와 노리는 자의 기차놀이 대결입니다. 정치 단계에서 프로이센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되어 프로이센의 4번 장군도 내려오게 되었네요 ㅠㅠ

라이언님의 공세가 워낙 강력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ㅎㅎ

국본군이 프랑스 내로 진입하여 프랑스 북동쪽을 유린하는 모습입니다.

제가 프로이센에게 대패했는데 라이언님이 프랑스 쪽으로 다가가게 후퇴 경로를 지정해주시면서 제 차례가 돌아왔을 때 프랑스의 보급부대를 잡아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오... 어쩌면 뒤집을 수도? 생각했습니다만

게임은 오스트리아 북서부를 거의 다 장악한 프랑스 JW님이 마지막 한 타로 오스트리아 병력을 잡아내 승리 마커를 올리면서 공급처의 점령 마커를 모두 털어서 승리하셨습니다. 오히려 보급 부대가 잡히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드셔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 끝에, 하루 종일 블러핑으로 일관한 저의 부대를 박살내시고 영광을 쟁취하셨네요.

전투가 벌어지면 보통 프로이센 및 국본군에 8짜리 병력으로 도배를 하신 라이언님이 승리하셨는데, 전투에서의 승자가 전쟁에서의 승자는 아니라는 교훈이 나온 게임이었습니다. JW님이 중간에 고민하시는 것 같아 보이는 전황보다 프랑스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계속 남은 마커 2~3개 수준이었음) 차근차근 깔아놓은 선제후 마커와 황제 선거 마커 등이 막판 승리의 기반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오스트리아 초기의 병력 배치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연구하고 있는데 아직 이거다! 하는 답은 나오지 않는군요... 아무튼 두 분이 게임을 재밌게 즐기신 거 같아 뿌듯했고요, (다만 지금은 마리아를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게 아쉽네요) 주사위가 없고 기물이 많지 않으며 3인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다른 전략 게임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마리아가 충분히 먹히는구나 싶었습니다. 게임 외의 측면으로 보면 방문할 수 있는 동네 모임들도 찾게 되어 좋았네요.

2. 2월 1일 목요일 - 전쟁과 평화, 브리티시 웨이, 매누버, 관도 전역

장소: 하이텔슈리님 자택

이 날은 오랜만에 하이텔슈리님 댁에 들러서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6시간 가량 소요된 걸로 기억하는데 시간에 비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게임을 즐겼네요.

첫 게임은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Game of the Napoleonic Wars)라는 게임이었습니다. 5인까지 할 수 있는 게임인데 1980년 아발론 힐에서 나온 동명의 게임을 재판한 버전이고, 현재 중고가는 300달러 가까이에 형성될 정도로 구하기 어렵습니다. 이름대로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2인이 즐길 수 있는 2-3시간짜리 시나리오가 총 13가지 있고, 그 외에도 '그랜드 캠페인'이 있습니다. (제가 한 시나리오는 비교적 쉬운 편이었지만, 그랜드 캠페인은 하루 종일 해도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슈리님의 설명과 맵의 여러 표시를 보며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의 일부입니다. 구획이 복잡하기도 하고 항구 표시가 대체 뭘지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비엔나를 함락해야 하는 나폴레옹이 되어 게임하게 되었습니다. 게임판은 워게임치고는 상당히 예쁘장한 편입니다.

예상되는 그랜드 캠페인의 무시무시함과는 달리 단일 시나리오의 규칙은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프랑스와 상대 순서로 이루어지고요, 자기 차례가 되면 보급으로 까먹는 손실을 확인합니다. 보급은 특정 거점에서 3이동력-헥스 아님- 이내에 있어야 받을 수 있으며, 만약 그보다 멀리 나갈 경우 보급이 되는 장소의 아군 유닛과 다시 3이동력 이내로 이어지면 보급이 가능했습니다. 즉 3이동력 내에서 기차놀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그 다음은 증원을 한 다음(단 이 시나리오에서 프랑스는 증원이 없었습니다) 이동을 하고(당연히 지형마다 이동력이 다릅니다) 전투는 인접한 장군 마커끼리 하게 됩니다. 병력이 더 많은 사람만 주사위를 굴리는데 병력 비율에 따른 CRT(Combat Result Table)가 있고요, 주사위 값이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쌓여있는 병력의 다과에 따라서 더 큰 대미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투가 끝나면 리더가 부상을 입었는지 확인하고 끝입니다. (이상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순서만 쓴 것이라 오류 있을 수 있음) 그 외에도 이동 중에 상대 병력이 나보다 너무 적을 경우 밟아서 없애고 지나갈 수도 있고, 요새도시를 포위하는 개념도 있고... 잔룰이 살짝 있긴 했지만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장군들이 거느리고 있는 병력 마커를 간소하게 볼 수 있도록 표가 있었습니다. 내 장군과 상대 장군의 지도력 차이가 전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도력 3짜리 나폴레옹으로 전투를 하면 유용하겠죠. 그리고 보병은 단독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이동력 3에 불과) 이동력이 10인 장군들이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보급 징검다리 역할도 해주고, 한 군데 병력이 너무 몰려있으면 병력을 나눠서 통솔해주는 등 전략에도 미치는 영향도 중요합니다.

게임판 좌상단에는 온갖 차트가 있었는데 저는 턴 마커만 봐서 나머지는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밑에 쌓인 마커는 전투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기 저하(D1, D2)를 표시하거나 참호(주황색 Trench)를 표시하거나 그런 것들입니다.

게임은 제가 비엔나 코앞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비엔나 공략에 실패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초록색 마커로 표시된 러시아군의 쿠투조프 장군을 뚫기가 쉽지 않았네요.

※이 게임은 스팀에도 출시되어있습니다! (링크)

다음에 한 게임은 'The British Way'인데요. COIN 시리즈의 첫 멀티팩 작품입니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려 시도하는 팔레스타인-말레이시아-케냐-키프로스의 테러리스트/반군 조직과 영국과의 대결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단독 작품만 할 수도 있고 네 게임을 연이어서 하면서 전체 목표 달성 여부를 따져 승자를 결정하는 캠페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상 두 번째 말레이시아까지만 진행했는데 느낌상 네 게임을 연이어서 해야 의미가 있어보이더군요.

(COIN 시리즈는 비정규전이나 게릴라전을 주로 테마로 하고 있는 GMT 사의 게임 시스템입니다. 뭔지 모르신다면 '대충 루트 비스무리한거임' 이라고 기억해두셔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는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인 'Cuba Libre'와 4번째 작품 'Fire in the Lake'가 가장 유명합니다. 현재 출시된 작품은 필리핀의 1980년대 민주화 국면을 다룬 시리즈의 11번째 작품 'People Power'까지입니다. 뒤이어서 국공내전(12), 가상의 화성 반란(13), 15세기 일본 무로마치 막부에서의 오닌의 난(14), 1990년대 소말리아 분쟁(15)이 차례차례 대기하고 있습니다.)

첫 게임인 팔레스타인입니다. 저는 팔레스타인 강경 조직인 이르군을 맡아서 플레이했는데, 밑의 하가나 트랙은 온건파를 표시한 건데 제가 테러를 하면 할수록 하가나의 지지도가 떨어져 사용할 수 있는 조직(육각기둥)이나 무기저장고(디스크)가 제한되게 됩니다. 도시와 각 지구 말고도 특이하게도 철도 역시 한 지역으로 친다는 점이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파란색 큐브는 영국의 경찰, 갈색 큐브는 영국 군대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방해하러 온 아주 악독한 무리들이지요.

캠페인으로 진행할 경우 영국 플레이어가 식민지 정책을 결정하고 각 게임의 향방에 따라 아래 트랙에서 위신이 이동하게 됩니다. 식민지 정책에 강경책을 쓸 경우 이겼을 때 얻는 포인트도 크지만 반대로 패배했을 경우 날아가는 포인트도 큽니다. 현상 유지나 양보 정책으로 이동할 때마다 제국 위신의 변화 폭도 역시 줄어들게 됩니다.

두 번째 말레이시아 지역에서는 이 지역의 공산 반군을 맡아 플레이하게 됩니다. 영국이 '새 마을'이라고 불리는 정착촌을 건설할 수 있고, 중앙의 6점짜리 EC(경제 센터)와 정글/산 프로빈스가 추가되어 조금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게임을 하면서 느낀 감상은...

(1) 제한 행동-이벤트-행동 및 특별활성화를 플레이어가 번갈아가며 선택하고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이 상대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COIN 시리즈의 특성은 잘 살아있습니다.

(2) 이 게임에는 초보자에게 들이밀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어렴풋이 있었는데, 해보니까 기존 COIN 시리즈보다는 확실히 쉽지만 그래도 COIN은 COIN입니다 ㅋㅋ '내가 A를 하려면 이전에 B,C를 해야 하나? 그런데 상대가 ㄱ으로 들어올 수도 있겠군. 그러면 D를 염두에 두면서... 하이고 복잡해...' 이런 과정을 게임 내내 반복해야 합니다.

(3) 재미없었던 건 아니지만, 게임 본연의 재미보다는 다음 COIN 시리즈를 플레이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는 게 적절한 기대치라고 느꼈습니다.

세 번째 게임으로는 '매누버'를 해봤습니다. 제가 가장 강한 국가인 프랑스를 맡고, 슈리님이 저를 배려해서 오스트리아를 고르셨네요. 게임은 대략 8개의 유닛을 배치한 다음 무조건 유닛을 하나 이동하고, 한 유닛끼리 전투를 선언한 다음 그 유닛과 관련된 카드가 있으면 내서 추가 이득을 보는 형태입니다. 특정 국가의 지휘관 카드가 있으면 상대 유닛과 인접한 내 유닛이 둘이나 셋 전투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사위 판정은 공격에 참여한 나의 유닛 체력+던진 공격 주사위+(지휘관 보너스)와 상대의 유닛 체력+방어력(보통 카드로 보강함)을 비교해서 몇 배 차이나게 이기면 사망, 몇 배 차이나게 이기면 손상 또는 후퇴, 몇 배 차이나게 이기면 후퇴만.. 이런 식입니다. 지형 역시 주사위에 반영되므로 위치를 잘 잡아야 합니다.

입문 워게임으로 추천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궁금했는데 워게임 테마 씌운 체스에 가까운 느낌이라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저는 굳이 추천하진 않을 듯 합니다. 딱히 역사적인 고증이 들어간 것도 아니면서 국가별 티어가 확실히 나뉘어있는 점도 감점이고요. 하지만 추상전략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주사위를 던진다는 점에서 추상전략과도 거리가 있지만...) 룰은 간단하지만 이동을 무조건 하면서 시작해야 하고, 나와 상대의 남은 카드를 신경써야한다는 점에서 깊이가 없는 게임이라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워게임 토너먼트 한번 열어보면 재밌겠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진영 선택 방법이나 게임 소요 시간 등에서 가장 적절한 후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음 게임은 '관도 전역'입니다. 사실 저는 이 게임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굳이 말한 적은 없는데요, 처음에 조조를 할 때 너무 아무 것도 못하고 져서 (장수들 전략치가 높은 것이 많다 보니 쓰기도 까다로웠고) 손발이 묶이는 느낌이 영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운영을 잘못해서 OOS로 진다거나 주사위가 안 따라줘서 망한다거나 전군을 몰아서 돌격했다가 장렬히 산화한다거나 그러면 참패하더라도 조금 웃기기라도 한데... 그런 느낌이었지만 웬만하면 게임 평가는 두 번은 돌려보고 말하자는 주의라서 이제 와서 솔직하게 고백해봅니다.

이전보다는 게임 파악이 된 상태여서 두 번째 인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의 수치 이하의 전략치 (장수 마커 오른쪽 위의 숫자)를 가진 장수만 활성화시킬 수 있고요, 상대의 수도를 점령하거나 사기를 0으로 만들면 승리합니다. 이번에는 저번과 반대로 원소 진영을 잡아봤는데 처음에 전략치가 높은 카드를 사놔야 나중에 유리하게 풀린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서 조금 더 게임을 수월하게 풀어갔습니다.

마지막 턴에 허 코앞까지 갔지만 도저히 뚫릴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여남을 먹어서 조조군의 사기를 0으로 만들어 이기는 작전을 생각해봤습니다만 남은 카드를 카운팅해보니 그렇게 될 만한 계산도 안 나왔고... 진행하다보니 다음 턴에 조조군이 업에 무혈입성할 각이 나와서 결국엔 GG 쳤습니다. 다음엔 어느 진영으로 할지 모르겠지만 세 번째 게임은 조금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원래는 1월 마지막~2월 첫째 주에 했던 게임을 모두 몰아서 적으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서 두 개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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