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서. 이제 자야되서.

고독한보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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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17 오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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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첫번쨰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바에서 만난 그녀가 만취하자, 호텔 침대에 눕혀두고,

혼자 삼야방송을 보며, 야식을 가득 먹고 이를 닦습니다.

잘 때, 구두를 벗지 않으면 발이 붓는다는 어머니의 말을 떠오르며

그녀의 구두를 벗겨 가지런히 벗겨두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 밖으로 나와 무단횡단을 합니다.

뜬금없지만 왠지 이 무단횡단 하는 장면을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1996년, 저와 다른 아이들과 토요일 밤을 어울려 놀다가

날을 꼬박 새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연세대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 첫 차를 기다리는데..

하늘이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블루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엄청 두근거렸어요. 가슴이 조여 어쩔 줄 몰라하며

어째서 저 파란 새벽하늘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지 알지 못했죠.

아마 그 기억 때문에, 그 장면을 무의식 중에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전화기 너머, 누군지 알지 못하는 메시지 전달하는 여성으로부터, 다른 누군가의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해듣습니다.

하지만 그 생일축하하는 그 목소리는 다름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여성입니다.

기억하는 1995년 비디오테이프의 자막은 이렇습니다.

ㅇㅇㅇㅇ년 ㅇ월 ㅇ일, 그녀가 나의 생일을 축하해준다..라고 써 보지만 날짜도, 다음 대사도 이제 정확히 기억에 남아있질 않습니다.

아무튼 그녀의 목소리에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순간의 감정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그는

이 기억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적어넣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비오는 운동장을 뛰며 그는 말합니다.

"1994년 5월 1일 25번쨰 생일을 맞는다.

생의 3분의 1을 산 것이다."

이 대사 때문에 저는 이따금 제가 생의 몇분의 몇을 산 것일까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두가지 이야기로 엮어진 이 영화의 첫번째 이야기는

실연 당한 남자의 단 하룻밤을 담고 있습니다.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왠지 저는 좋습니다.

그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아는 여자들에게 죄다 전화를 하고,

잠시라도 마주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길 원합니다.

하지만 보통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아요.

외로움에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고, 다시 허기를 채우다 보면

날이 새고, 뒤늦은 피곤에 잠들기를 반복할 뿐.

당시엔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을 너무 좋아서, 꼭 CD를 구하고 싶었어요.

국내에 OST CD가 발매되었었지만, 정작 이 곡은 들어있질 않았기에 저는 몸이 달아올라있었죠.

1995년과 1996년 당시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요즘처럼 흔하게 곡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어요.

마침 pc통신 영화동호회에서 알게 된 한 캐나다 유학생이

홍대 앞에서 이 곡이 들어있는, 앨범을 선물로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 사람들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냥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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