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전쟁: 카드 게임 - 어둠에 맞서서 소감

리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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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 오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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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클러스입니다.

~~제 방 천장입니다.~~ 반지 전쟁 보드 게임입니다. 언젠가 제 베스트 10 목록에 있기도 했던 게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 위에 처박혀있네요. 정말 좋아하는 테마의 쩌는 게임이지만 아이와 함께인 삶에서는 꺼내기가 부담스러운 게임입니다.

반지 전쟁: 카드 게임

그런데 선물처럼 (간단한척 하는) 카드 게임 버전이 출시되었습니다. 맛동산님들, 쫌 머시써.

자, 그럼 뭐하는 게임인지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우선 위 사진의 좌측에 있는 것들을 좀 자세히 봅시다.

맨 위의 카드는 플레이 순서 카드입니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로도(자유민 - 난쟁이, 호빗, 로한, 마법사의 네 개 세력), 마술사왕(암흑군단 - 모르도르 세력), 아라고른(자유민 - 두네다인 세력과 요정 세력), 사루만(암흑군단 - 아이센가드, 괴수, 남부인의 세 개 세력).

그 아래는 좌측부터 오른쪽으로 자유민 전장, 암흑군단 전장, 원정로 카드덱입니다. 그 아래는 전장과 원정로 카드를 펼친 모습입니다. 전장과 원정로 카드들의 좌상단에 쓰인 숫자는 점수입니다.

그리고 전장 카드들의 우측에는 세력 아이콘들이 그려져있고요, 원정로 카드의 하단에는 몇 번째 원정로인지 표시하는 숫자가 쓰여있습니다. 전장 카드는 자유민과 암흑군단으로 나누어 각각 섞고요, 원정로는 1번(맨 위)부터 9번(맨 아래)까지 순서대로 놓습니다.

게임은 각자의 세력 카드들을 전장이나 원정로로 보내서 전투를 벌이고 승리하여 카드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간단하죠?

세력 카드를 조금만 더 알아볼까요? 위 사진에서 간달프 카드를 봅시다. 좌측의 아이콘들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살펴보면, 세력 아이콘(마법사)이 있고, 그 아래로 칼과 방패 아이콘이 있고요, 그 아래에 반지 그림과 함께 1-9라고 쓰여있고요, 그 아래의 방패 비슷한 그림은 원정로 전투 아이콘입니다.

- 전장의 세력 아이콘과 같은 세력의 카드만 전장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 원정로 전투 아이콘이 있어야만 원정로로 보낼 수 있습니다.

- 반지 그림 옆의 숫자가 현재 원정로의 번호와 같아야 원정로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력 카드들은 (당연하게도) 섞어서 사용합니다. 그러면 현재 전장이나 원정로에 보낼 수 없는 카드만 있으면요? 패스하나요? 아니요, 패스하려면 손패가 두장 이하여야합니다. 네에에? 그럼 나가리인가요......

그래서 이 게임에는 대기 영역(reserve)이 있습니다. 지금은 쓸모가 없지만 미래를 위해 대기 영역에 카드를 놓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카드를 한 장 사용하려면 카드를 한 장 버려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대기 영역에 놓을 때도 마찬가지) 대기 영역의 카드가 전장이나 원정로로 이동할 때에는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기 영역에 있는 동안 추가 혜택을 주는 카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결국 예약 행동이 이 게임의 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대기 중인 카드들. (중요! 이번 라운드에 대기 영역에 보내진 카드는 전장이나 원정로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그 표시로 대기 영역에 카드를 놓을 때에는 탭해서 두시면 좋습니다.)

이 게임의 긱 웨이트는 2.87 이고, 예상 플레이 타임은 120분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 진행이나 카드들의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플레이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절대 간단한 게임이 아니에요. 원작의 1부격인 반지 원정대 부분만 다루는 짧은 1:1 게임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카드를 반만 사용하는 반쪽짜리 게임이라서 조금 부족한 맛이더라고요. 반지 전쟁을 비교적 간단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꺼내기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선물처럼 2인 협력과 1인 게임이 가능한 확장이 출시되었습니다. 맛동산 고마워! >,.<

확장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봇이 플레이하는 - 기존의 암흑군단 세력들 카드 전체를 대체하는 - 암흑군단 카드 60장이 전부입니다. 우리는 봇이 조종하는 암흑군단에 맞서 자유민 세력의 카드를 플레이합니다.

아까랑 별 차이 없는 게임 전경. 여전히 네 개의 세력으로 나누어 플레이합니다.

봇은 카드를 뒷면으로 순서대로 받고, 나중에 받은 카드부터 순서대로 사용합니다. tcg 하시던 분들은 스택 개념이 익숙하시겠죠.

봇의 무서운 점은, 카드를 사용할 때 비용으로 카드를 버리지 않는다는 점과 대기 영역에 놓은 카드를 내려놓은 바로 그 라운드에도 전장이나 원정로로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전장이나 원정로로 카드를 보낼 때, 현재 지고 있지만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어야만 카드를 보냅니다. 미묘하죠? 이 부분이 게임을 해보니 쫀득쫀득한 맛을 주더라고요. 이기고 있거나 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선 우선 대기 영역으로 카드를 보내 풀을 늘려나가다가 카드가 어느 정도 쌓여 이제 이길 수 있겠다 싶으면 전장과 원정로로 야금야금 카드를 보냅니다. 짜아식 봇 주제에 눈치 싸움을 하죠? 플레이어는 이 점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봇이 많은 카드를 소모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게임은 원정로 9번까지 마무리하면 끝납니다. 각자 승리했던 전장과 원정로 카드를 모아두었다가 카드에 쓰인 점수를 합하여 비교합니다.

암흑세력은 원정로 카드의 점수를 받지 않고, 원정로에서 승리했을 때 전투력의 차이만큼 점수를 받습니다. 그 차이는 타락 토큰의 개수로 표시하는데, 암흑세력은 게임 중간에 각종 이벤트들로 타락 토큰을 꾸준히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무섭습니다.

1점짜리(원정로 카드 좌상단) 원정로라 포기할까 했는데, 이놈들 대체 몇 점(해골 그림)을 가져가는 거야......

전반적인 인상은 "상당히 부드럽게 돌아가는 오토마"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규칙이 없음에도 잔룰이 좀 있다고 느꼈던 본판에 오토마 규칙이 합쳐지면서 빨리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플레이어와 봇의 카드들이 언제 버려지고 언제 제거되는지 잘 정리해 두셔야 게임을 편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정말 재밌지만 플레이쓰루가 공감을 쉽게 얻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게임을 끝내고 나면 찍은 사진은 많습니다. 즉, 모먼트가 많은 게임이라는 거죠. 그런데 원작이나 영화의 잔상이 순간적으로 불러오는 스펙터클이 많기 때문에 타 게임들에 비해 훨씬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테마적으로 뛰어나고, 그래서 솔로 플레이의 경험도 강렬하지만 원작이나 영화를 경험해 봐야 그나마 이해가 될 정도로 그 느낌을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방패 처녀, 로한의 에오윈입니다. 우측에 살짝 보이는 간달프의 카드에는 칼과 방패 아이콘이 크게 그려져 있는데 에오윈은 동그라미 안에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지휘력 아이콘이라고 칭하는데요, 같은 세력의 "군대"가 있어야만 활성화가 되는 아이콘입니다. 엥? 그러면 똥카드일까요? 아닙니다. 카드 내용을 보시면 "전장에 플레이했을 때, 나즈굴 하나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무마킬, 펠비스트, 마술사왕과 싸우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지친 에오윈의 뒤를 따르는 군사들의 모습을요. 간단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원작을 정말 잘 재현한 카드로 보이고 능력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오윈 카드만을 예로 들었지만, 120장의 모든 세력 카드들이 테마를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세력별 특징도 잘 살리고 있어요. 그래서 플레이쓰루를 적는 대신 몇 번의 게임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각 세력들의 특징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겠지만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 자유민 ]

1. 난쟁이 : 소설 호빗과는 다르게 반지의 제왕에는 난쟁이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난쟁이 세력은 김리 카드와 그의 도끼 카드 단 두장만 있습니다. 무난하게 좋은 카드.

2. 마법사 : 주로 간달프 관련 카드들로 채워진 마법사 세력은 강력함 그 자체가 특징입니다.

나무수염도 마법사 세력 카드인데요, 사용하기가 쉽진 않지만 한 방이 있는 카드입니다. 가장 강력한 군대 카드를 날려버리는 늠름함!

3. 호빗 : 호빗은 주로 원정로로 이동합니다. 아무래도 힘은 좀 약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원작에서도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이 게임에서도 가장 사기 세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얘들은 게임에서 제거가 안 되고 대신 버려집니다. "자 드가자~" 하며 유쾌하게 참전했다가 "으아앗~"하면서 가볍게 날아가는데 죽질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호빗세력 아이콘이 그려진 전장은 없지만 원작처럼 특정 전장에 참전이 가능한 호빗이 있습니다. 메리는 로한 세력, 피핀은 두네다인 세력. 그리고 가끔이지만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정 세력의 카드인 렘바스를 호빗에게 줄 수 있습니다. 암흑세력은 타락 토큰으로 점수를 불리는데, 그 토큰들을 일정 부분 날려버릴 수 있는 카드입니다.

4. 요정 : 요정 세력은 렘바스 카드에서 볼 수 있듯 여러 가지 물품을 제공합니다. 버프형 세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군대 카드가 많지는 않지만 심플하게 강력해요. 갈라드리엘 등 주로 대기 영역에서 활약하고, 레골라스는 의외로 강하지 않습니다만 전장이나 원정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유연한 캐릭터고요.

5. 두네다인 : 두네다인은 가장 강력한 세력 중 하나입니다만 미나스 티리스 같은 점수가 높은 특정 전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oathbreakers, 검산오름의 사자 카드가 한 장 있는데, 오직 아라고른을 지원할 때에만 힘을 발휘하는 특이한 군대 카드입니다.

6. 로한 : 에오윈이 있는 로한 세력은 간달프와 궁합이 좋고 무난하게 좋은 세력입니다.

[ 암흑군단 ]

1. 모르도르 : 모르도르는 가장 카드가 많은 세력이고 플레이어 한 명분의 양(30장)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전장과 원정로에 출전합니다. 마술사왕을 필두로 9명의 나즈굴 카드들이 있으며 많은 군대 카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즈굴들 능력이 좋아서 엄청나게 무서운 것 같은데 모르도르에는 이상한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카드들은 암흑세력 전장과 자유민 전장 중 참전이 불가능한 쪽이 있습니다.

2. 아이센가드 : 사루만으로 대표되는 아이센가드는 사루만 카드를 마구 돌려 쓰는 것이 특징입니다.

3. 괴수 : 괴수는 이름만 들으면 어마무시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무난합니다. 하지만 쉴로브와 발로그는 무섭습니다. 골룸도 괴수세력입니다.

4. 남부인 : 마지막으로 무마킬을 가지고 있는 남부인은 심플하고 좋은 군대 위주의 세력입니다.

마지막 원정로 9단계에서 어떤 카드도 쓸 수 없던 상황.

규칙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처음 게임을 접하시면 답답함을 느끼실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많은 경우에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습니다. 정비라는 행동이 있는데, 카드 두장을 제거하고 딱 카드 한 장을 받는 행동입니다. 반지 토큰을 하나씩 받고 시작해서 게임 중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데 카드 딱 두 장 받습니다. 어떤 카드들은 희생하면서 추가 카드들을 주기도 하지만, 아마도 언제나 카드가 부족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심지어 게임이 짧지도 않아요. 솔로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경험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난이도도 높아요. 내 세력의 카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 카드들과 암흑세력 카드들 모두를 생각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며 나아가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설 원작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시간이 좀 걸리는 솔로 플레이에도 거부감이 없다? 그럼 이 게임 미칩니다. 개재밌어요. 그런데 반지 전쟁: 보드 게임과는 맛이 다릅니다. 전혀 다른 게임이니까 이 부분을 인지하시고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후기는 여기까지!

모두들 즐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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