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순삭게임 바이마르 짧은 후기
4인 전용, 240-360분
상자에 박혀있는 기본 내용입니다.
예에전에 이 게임 발매 소식을 접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질렀고
받아서 거의 할일이 없던 한글화도 오랜만에 하고, 두어달간 열심히 플레이했습니다.
이제 8회차 했고요.
그중에 진짜로 6시간을 넘게한 판은 3회, 그 외엔 설명포함해서 3-4시간정도 걸렸습니다.
6시간을 넘기려면 무조건 4라운드 이상해야 가능한 시간이더라고요.
게임을 총 6라운드를 하는데, 1라운드를 1시간정도 잡으면 대략 맞습니다.
저는 유로충인 관계로, 장황한 역사적 테마보다는 게임시스템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일단 웨이트는 3.86 입니다.
기본 흐름에 필요한 규칙의 양은 웨이트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만 아크노바처럼 다양한 카드 텍스트가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카드들의 기능이 직관적이고, 쉬워서 한글판이 나온다면 체감 웨이트는 3점 초반대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게임의 주요 흐름
각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카드 5장을 차례로 사용하여 보드판의 여러 제어해야하는 요소를 변화시키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이분의 전작인 워터게이트를 해보셨거나 카드드리븐 시스템으로 유명한 황투를 떠올리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 플레이를 마쳤다면 현 여당을 이루고 있는 정부의 평가가 시작됩니다. 이 게임은 4인 고정, 극우파(DNVP), 중도우파(Z), 중도좌파(SPD), 극좌파(KPD)가 등장하고 각자의 승리조건에 따라 서로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가 개꿀잼인 게임인 것입니다.
각 정당의 의석 수에 따라 매 라운드마다 야당과 여당이 바뀌기도 하고, 연합이 바뀌기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극우와 극좌는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로 사회를 뒤엎으려고 하지만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달라서 합치를 할 수 없게 서로 동전의 양면처럼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중도 정당은 미우나 고우나 현 바이마르 공화국을 잘 다듬어서 나치에 넘기지 않고 끝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도 정당들은 최대한 사회전복이나 무정부 상태로 빠지지 않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외의 극우 극좌 정당은 눈치껏 쿠데타와 시위로 체제 전복을 노립니다.
이것을 기본 베이스로, 게임을 시작하지만, 상황에 따라 야당이었던 정당이 여당이 되기도 하는데, 이러면 당을 이끌어가는 방향성 자체가 달라져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정당이 자신의 색채를 고집할 수가 없게 됩니다.
게임의 분위기
플레이라고는 카드 5장을 한장씩 쓰는 것 뿐인데 플레이어들이 한장 한장 쓸때마다 상황이 아슬아슬하게, 휙휙 바뀝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살필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놨습니다.
여기에 워게임 갬성으로 주사위까지 곁들여 놔서 쫄깃함과 아쉬움까지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웨이트의 유로게임에 사건의 결과나, 성공여부를 주사위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는 확률이라서 이런 측면으로는 주사위의 채택은 확실히 좋은 선택으로 느껴지고, 다소 무거워질 게임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드 플레이
카드한장으로, 여러가지 기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상대진영을 공격하거나, 유닛을 이동시키거나 쿠데타를 해서 기지를 세우고, 쿠데타를 못하게 막거나 하는 식의 강한 인터렉션을 제공합니다.
또는 이슈트랙에서, 각 정당이 이번라운드의 마지막에 의석 싸움과,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물밑작업을 해둘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매 턴마다 국지적인 상황을 먼저 해결할지, 정세에 대한 밑작업을 할지에 대한 딜레마가 있어서, 중도정당을 잡은 플레이어들은 "제발 좀 가만히들 계시면 안될까요", 급진정당을 잡은 플레이어들은 "여기만 좀^먹고 있을게요" 하게 됩니다.
그래서 호전적인 플레이어들이라면 여기저기 게릴라전을 펼치고 그거 때려잡으러 다니고 투닥투닥하는 맛이 있고, 속이 시커먼 점잖은 플레이어들과는 암투를 하는 맛도 있습니다.
라운드 종료와 현정부 심판(?)
카드 플레이가 끝나면 현 정부와 정세에 대한 정리를 주어진 단계에 맞게 진행합니다. 이때 치세 상태가 안좋으면 의석수도 뺏기고, 당원들도 탈퇴하고 여당의 위치에서 내려오는 위기가 있을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야당으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정부 운영을 잘했다면 크게 점수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테마와 시스템의 연계성
1.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 사회가 불안하다 -> 급진정당은 웃고 있다 -> 무력 강화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놈등장 -> 나치엔딩
2. 경제가 안정된다 -> 여당이 되는 것이 꿀이다 -> 의석수싸움시작 -> 대혼돈
위의 큰 줄기의 시나리오가 있는데 매 포인트 마다 어거지 없이 아주 매끄럽게 구현이 되어 있어서 실제로 바이마르 공화국이 뭐하던건지를 몰라도 각 당들의 어느정도 방향성만 알고 있어도 플레이하는게 큰 무리가 없습니다.
테마게임으로 접근해도 강하게 테마가 느껴지고, 유로게임으로 접근해도
치밀한 계산과 준비된 통수도 가능해요. 그만큼 밸런스와 재미를 제공합니다.
공화국 망해가서 정세는 혼란한데 베를린 좌파놈들이 득세해서 작살났고
아래쪽 로스토크에서 극우놈들도 번호표뽑고 기다리면서 베를린 보면서 침흘리는 장면입니다.
6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실제로 디자이너도 이 게임을 "몬스터"라고 표현함- 플레이타임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알고 있듯 친절(?)하게도 룰마를 위한 게임 익히기용 1인 모드, 초반 2라운드(3시간이내) 만하면서 배우는 모드, 고인물을 위한 후반 5-6라운드 모드를 제공합니다.
이런 모드를 사용하면 굳이 6-8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찍먹이나, 부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만간 2회차 이상인 분들을 모아서 고인물 모드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6라운드 풀게임이 최고 재밌고, 이래저래 대략 스무분쯤 되는 분들과 같이 플레이 했는데, 하나같이 생각보다 시간이 순삭이고 게임 내내 재밌었다고 하셨습니다.
역사를 알면 더 재밌겠다고 하셨던 분도 있고, 주사위가 너무 안나와서 고통받다가 막판 쿠데타 성공으로 극적으로 체제전복에 성공하신 분도 있고,
2라운드만에 무정부로 끝나서 아쉬워서 바로 연달아서 한 파티도 있었고,
6라운드 까지 했는데 나치엔딩으로 끝나서 전원 패배한 경우도 있었네요.
특히 헤게모니를 해보신 분들은 헤게모니보다 낫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더 자주 다양한 사람들이랑 플레이하고 싶은 몇 안되는 게임이었습니다.
한글판 나오면 또 살것같아요...
바이마르 너무 재밌습니다 ㅠㅠ
한글판이 1-2월 사이에 선주문 한다는데 저는 제공 받은 것도 없고
내돈내산으로 기꺼이 제물이 되어서 더 재밌나? 싶을 수도 있지만
올해 나온 게임중에 제일 많이 플레이했고, 앞으로도 종종 꺼낼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비슷한 웨이트의 전략 게임들에 비해서 플레이부담과 분위기가 그렇게 무겁지 않은 것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게임 극 후반이 되면 나치당이 달콤한 기회를 주는게 이게 진짜 달달하고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서 매국노가 왜 매국노가 되었는지 조금 이해하게 된달까...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
디자이너분의 정수리에서 하트가 느껴지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