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 마을의 축제 & 푸른달 후기
우리 모임에서 늑대인간 마을의 축제는 세번째 팀, 푸른달은 두번째 팀까지 플레이를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주, 다다음주에 각각 늑대인간 네번째 팀, 푸른달 세번째 팀이 플레이 예정이다.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해서 팟을 만들어주고 마스터로써 게임을 진행해주고 있다. 참 여러번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나는 보드게임도 좋아하지만, 사실은 TRPG 를 훨씬 더 좋아한다. 물론 TRPG 도 보드게임의 일종이긴 하다. 하지만 TRPG 는 게임 마스터가 너무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에 직장인으로써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머더미스테리와 같은 TRPG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너무나 좋아한다. 큰 준비가 필요치 않으니까.. 난 머더미스테리를 하면서 범인을 꼭 잡아야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물론 나의 캐릭터 설정이 범인을 잡아야만하는 역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어쨌든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보다는 나의 캐릭터의 설정집에 따라 나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에 몰입해서 플레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그렇게 플레이를 하는 것이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한 재미를 100% 느낄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늑대인간을 플레이를 하기로 하고 인원들을 모았을때 선착순으로 모집한 인원이 기가 막히게도 남자분 5명, 여자분 3명이었다. 늑대인간의 등장인물들과 동일했다. 가급적이면 자기 성별에 일치되게 배역을 맞는것이 서로간의 몰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주 나이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었던 건 페르카님을 제외하고는 TRPG 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는 분들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보았다. 우선 당일날 배역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고 미리 자신의 캐릭터를 숙지해올수 있도록 설정집을 받아가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캐릭터 이름을 미리 지어서 공유해줄 것을 주문했다. 배경이 유럽이므로 유럽식의 이름으로.. 그런데, 제빵사 역할을 맡으신 분이 이름을 김탁구라고 지으셨다.... 이런,, 이러면 안되는데.... 게임의 몰입을 위해서 다시 한번 부탁드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이름이 정해졌다.
촌장 올란도
의사 헨리
사냥꾼 한스
약초사 카밀라
점술사 써니
떠돌이 점술사 데이비드
제빵사 스미스
상인의 부인 스텔라
이름을 이렇게 짓고 난후,,, 김탁구때문에 우려가 가시지 않아 공개정보를 바탕으로 인물간의 관계도까지 그려서 공유해주고 각 인물간의 관계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를 했다.
그리고 혹시 시간 여유가 되면 아직 게임날까지 1주정도 남았으니 예전에 방영했던 크라임씬 아무거나 한편만 보고와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리고 약간의 우려와 함께 게임 당일날이 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나와 페르카님이 역할 연기를 해가며 게임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측면도 있었지만,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처음 접해보는 TRPG 진행 방식을 정말 잘 해주셨다. 진범도 잡지 못했고 사건의 제대로된 전말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게임이 끝났지만 모두가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을 했었기 때문에 정말 기나긴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래는 소설식으로 작성한 플레이 후기이다. 초강력 스포이니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은 클릭하지 말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dynamicgame/223281326881
그리고 다음으로 푸른달을 플레이했는데 이제 다들 한번씩 경험을 한터라 한결 수월했다. 이번엔 이탈리아가 배경이니 이름을 이탈리아 식으로 배정을 했다. 나는 카포역을 맡았는데, 카포가 아예 이름인가? 해서 이름을 안지으려다가 설정집을 보니 카보는 하부조직의 지점장을 나타내는 이탈리아식 용어로 이해가 되서, 이름을 따로 지었다. 오라클은 좀 애매했다. 그런데 점술사라는 직책 특성상 약간 코드네임 같은거로 이해하면 될 것 같기에 오라클은 그냥 오라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정해졌는데...
브라더 램파드
미세스 마르첼라
카포 로베르토
점술사 오라클
레이디 안젤라
로프맨 페데리코
주니어 죠반니
램파드는 사실 이탈리아식 이름이 아니었는데, 이름을 지으신 분이 이탈리아식 이름을 지어달라는 것을 못보셨다. 그리고 나도 이탈리아 이름을 잘 모르기에 그냥 그런가부다하고 해서 램파드라고 지어지게 되었다. 관계 파악 편의를 위해 이번에도 공개정보를 바탕으로 관계도를 그려 아래와 같이 공유해주고...
나는 카포 역을 맡았고, 2인자답게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선글라스를 지참해와 게임내내 착용하고 플레이를 진행했다. 게임 중간에 아직 익숙치 않은 한분이 안젤라에게 '매춘부님' 이라고 불렀는데... 안젤라가 '매춘부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라고 했던 부분이 웃음 포인트였다. 이번 역시 너무나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다. 게임 종료후 에필로그를 보면서 다들 감동을 받은 듯 했다.
마찬가지로 소설식으로 작성한 초강력 스포이니 플레이 해 본 사람만 클릭하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dynamicgame/223281330871
이후 다른 팀들 플레이의 진행자 역할을 하면서 몇가지 느낀점이.. 게임을 주도해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게임의 성격이 너무나 틀려진다는 점이다. 전략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만 잔뜩 있는 팀에서는 아예 그냥 범인 때려잡기 전략게임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렇게 해도 충분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범인역을 맡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개인당 딱 한번밖에 못하는 게임인데 이 게임이 줄 수 있는 진정한 재미를 놓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TRPG 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볼 예정이다. 그 방편중 하나로 지금 진행해주고 있는 팀에서는 하나의 하우스 룰을 두고 있다. 게임 시작하자마자 쇼핑하듯 단서카드를 막 가져가지 말고 게임 시작후 3분이 흐른 시점부터 단서카드를 가져갈것. 즉, 일단 누군가와는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해보고 그 이야기의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의심이 쏠리는 사람의 단서를 보라는 의도이다. 지난번 팀부터 적용하고 있는데 플레이 하신 분들 반응도 꽤 괜찮았다. 머더미스테리는 별도의 챗방을 만들어서 참가자들끼리만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요즈음은 게임 종료후 일주일이 지나서까지도 서로간의 플레이 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두들 잘 적응을 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머더 미스테리 게임을 닥치는대로 구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