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세틀러" 시리즈를 좋아하는 제가 느낀 "임페리얼 마이너즈" 후기
간만에 포털게임즈에서 임페리얼 세틀러 세계관을 공유하는 '임페리얼 마이너즈'를 출시했습니다. 임페리얼 세틀러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한글판 출시가 매우 구미 당기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번 페스타에 가서 냉큼 사왔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임페리얼 세틀러의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이 크게 히트를 치진 못하였고, 코보게에서 출시했던 북방의 제국들도 그다지 성공적인 출시라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사실 나름 확장까지도 바랬지만..ㅜㅜ), 이번의 임페리얼 마이너즈의 한글판은 기대하지 않은 가운데 뜬금?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임페리얼 세틀러 시리즈가 긱평점도 요즘 기준으로는 대박을 치기에는 매우 소소한 편이고, vote 수도 그렇게 많다고 볼수 없었으니까요.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임페리얼 세틀러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을 내주는 portal games의 임페리얼 시리즈에 대한 사랑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저야 나와주면 고맙죠.
현재 긱순위는 대략 7.46 정도 됩니다. 평점은 무난한 편이나 사실 요새 8점대의 평점을 받는 게임들이 워낙 홍수처럼 나오는 시기인지라 초반의 7.5이하의 평점은 보드게이머들에게 쉽게 와닿지 않는 게임이 되어버린게 현실입니다.
저 역시도 첫판을 돌린 뒤 아무래도 경험자들에게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나 뭔가 전략적인 게임을 기대하고 접근한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패밀리 전략게임으로서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첫 판을 돌린 뒤 느낀 점이 아무래도 수많은 카드풀이 눈에 들어오지 않다보니 단순히 카드 내려놓다가 보석먹고 끝나는 게임으로 귀결되어서 그랬던 것 같더라구요. 이후 게임을 복기해보고, 플레이 경험을 한번 해보고 나니 전체적인 운영이 조금씩 보이면서 다음날 두번째 판을 경험해보니 첫판과는 완전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같이했던 아들과 와이프도 제가 약간씩 운용방식을 중간중간 알려주면서 하니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다더군요.
이 게임의 핵심이 담겨있는 기본판의 지상층 입니다. 게임 자체는 스플렌더 급으로 쉽습니다. 위 그림의 지상층 바로 아래 지하 1층부터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액션을 하고, 그 위층인 지상층의 액션 중 하나를 하는 체인 콤보를 통해서 돈과 승점을 획득하는 게 주 메커니즘 입니다. 어쩌면 스플렌더 보다도 더 쉽다고 느끼는게 카드를 까는데 필요한 자원은 오직 돈 뿐입니다. 딱 하나의 자원인 돈으로 카드를 까는게 전부인 게임이죠.
또한 진행도라는 개념이 추가되는데 카드로 획득하는 방법외에 또 하나의 루트입니다. 특히나 진행도의 맨 꼭대기 행동은 상당히 메리트가 커서 게임중 한번정도는 반드시 올라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카드로 콤보체인을 만드는게 핵심이기 때문에 카드끼리 시너지가 나도록 깔아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손에 든 카드가 많아야 원하는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적절한 돈의 수급과 카드 수급을 통해서 원하는 카드를 깔고 체인효과를 통해서 승점과 돈을 공급받고, 진행도 트랙을 동시에 잘 올려가면서 승리를 도모해야하는 게임입니다.
결국 이 게임은 돈이 많을 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좋은 카드를 많이 깔수가 있거든요.
카드는 총 지하 I~IV(1~4)층까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지하 3층까지는 내려갈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라운드에 돈의 수급이 중요하고, 특히 빠르면 세번째 라운드에 3층카드를 깔 수 있기 때문에 3라운드에 3층카드를 깔겠다는 생각으로 돈 수급을 생각해야 승리에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래층으로 깊이 내려갈수록 위쪽 카드를 체인효과를 통해서 공짜로 한번더 쓸 수 있기 때문에 라운드에 3층을 내려놓은 플레이어와 1층을 내려놓은 플레이어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1층은 모두 공짜카드이고, 2층은 모두 2원으로 같고, 3층만 0~9원으로 각 카드마다 다릅니다.
위와 같은 카드의 경우에서는 3라운드에 최소 9원이상의 돈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은 처음에 돈 없이 시작하기 때문에 초반에 돈을 어떻게 수급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이 잘 풀릴 수도 꼬일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게임은 총 10라운드로 매라운드마다 카드를 까는 액션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약 한번이라도 카드를 원하는대로 깔지 못하면 상당히 타격이 큽니다.
제가 3층카드를 상당히 강조했는데 '4층이 더 좋은 거 아냐?' 라고 당연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재미난 점이 4층은 모두 똑같이 승점 2점을 받는 카드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게임의 핵심은 3층 광산(3층카드)입니다.
3층카드에 대부분 승점을 얻는 카드가 들어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3층카드를 깔거나 이용할 수 있느냐가 결국 핵심이고,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어느정도 큰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해야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총 6개의 종족이 등장합니다. 기존의 임페리얼 세틀러 시리즈와는 다른 점은 기존의 게임들은 자신의 종족을 게임 시작전에 선택해서 그 종족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승점을 얻는 방식이었는데, 임페리얼 마이너즈에서는 플레이어가 모든 종족을 다 쓸 수 있습니다. 즉 팩션카드가 따로 있지 않고, 공용카드에서 모두가 같이 모든 종족의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즉흥적으로 카드를 내려놓았다가 내가 만든 광산이 여러종족으로 짬뽕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러다 보면 각종족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체인의 이득을 별로 얻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초반에 받은 6장을 보고서 가장 핵심적으로 활용할만한 종족 2개정도로 압축해서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이 게임이 카드 운빨이 존재하는 게임이다보니 중반이후 내뜻대로 가지 못하고, 그때그때 마다의 순발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최소화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가 되기도 합니다.
즉 지속적으로 카드풀을 매라운드 마다 최소 2장 이상씩 공급받는 설계를 짜서 최대한 내가 원하는 종족카드를 공급받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각 종족은 고유의 특성이 있는데 나름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스코틀랜드인 콤보를 짜기 시작한다면 3층 카드를 거의 공짜로 이용하게 되는 사기급 체인 기술이 만들어져 어느정도 돈에 대한 해방감이 생기기 때문에 돈으로 진행도를 남들보다 빠르게 올릴 수도 있습니다.
바바리안은 붕괴(바위마커) 액션을 통해 다른 종족카드보다 거의 두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먹는 대신 한번은 광산이 쉬게되는 경우가 생기지만, 이 붕괴된 광산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 꽤 있기 때문에 붕괴를 통해 큰 보너스를 얻고, 붕괴된 바위로 2차 보너스를 얻는 꿩먹고 알먹고 콤보체인을 개발하면 무시무시한 바바리안 콤보 광산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로마인의 경우는 카드 테두리에 보이는 광산카트를 통해 광산카트 승점콤보를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6종족의 다른 운용의 묘가 느껴지는데요.
이게 진행도 보드판인데 매라운드 총 8개중 3개가 깔리기 때문에 게임마다 진행도로 인한 리플성이 생깁니다. 맨 위칸까지 올라갔을 때 사진과 같이 승점을 획득하는 보너스를 먹게 되는데 이 점수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한번정도는 올라가는 게 좋습니다. 특히나 아까의 바바리안 특성과 군사력 진행도의 정상보너스가 만나면, 붕괴를 통해 2배 보너스를 얻고, 진행도를 통해 승점도 얻고, 붕괴된 광산도 복구하는 '미친?' 콤보가 발동하게 됩니다. 한 라운드에 5점이상의 승점을 내는것이 상당히 큰 점수 입니다. 이 맛이 짜릿하죠.
위 사진은 이벤트 카드입니다. 라운드 시작때마다 한장씩 뽑아서 적용하게 됩니다. 좌측부터 즉시 적용, 라운드 내내 적용, 라운드 종료 때 적용 입니다. 즉시 적용이야 바로 하기 때문에 라운드동안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라운드 종료시 받는 점수는 라운드 운용에 따라 보너스가 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써서 최대한 잘 받아서 다음라운드를 도모해야 합니다. 총 10장을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벤트 카드 더미가 떨어지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즉 이 게임은 배우기는 쉬우나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어찌보면 돈 얻고, 카드깔고, 승점얻고, 때로는 진행도 챙기고 체인 효과 챙기는 게 귀찮은 그저그런 게임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가 2~3판 이상 경험했을때부터가 진국이 나온다고 보여집니다.
게임룰과 종족의 능력, 카드풀들과 진행도 보너스가 어느정도 보이는 3판째 부터가
마치 스플랜더가 슬슬 지겨워지는 시점에 고수의 플레이를 접하고 다시 그 재미에 눈뜨게 되는,
섞고 액션하고 구입하고 승점 가져오는 도미니언의 셔플이 지겨워지는 시점에 고수의 카드 카운팅과 전혀 쓸모없어 보이던 카드가 고수의 손에 들어가면서 현란한 액션으로 매라운드 속주를 가져가는 플레이를 보고?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되는, (좀 오버스럽긴 하지만..ㅎ;;)
그런 경험을 어느 누군가는 하기를 바라면서..
밤이라 좀 두서가 없었으나
<게임 핵심 요약>을 해보자면
#1. 2라운드에 2층을 깔 수 있도록 초반 카드 드래프팅을 염두할 것. - 가끔 돈이 있는데 레벨 카드가 없어서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카드 카운팅에 신경쓸 것.
#2. 왠만하면 하나라도 더 깊은 층에 깔도록 시도해야 한다. - 반드시 위층 카드와 최소 절반을 걸쳐야하기 때문에 층마다 이상적인 카드 갯수는 (2-2-3-3, 2-3-3-2, 2-3-4-1, 2-3-2-3)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중요한 것은 3층카드 활성화 빈도를 최대한 높여야한다. 따라서 라운드마다 적정하게 카드 보충하는 것도 중요한데 할 수만 있다면 최소 5장 이상이 유지되도록 가는것이 좋고, 핵심카드 2~3장 확실히 들고 있다면 적은 수의 운용으로도 괜찮다.
#3. 종족 특성을 이해한 뒤 초반 나눠받는 카드를 보고 나의 종족을 그려보기 - 물론 진행하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라운드마다 순간순간 변하는 상황에 대한 판단력도 요구되고, 카드 뽑기 운도 작용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카드를 많이 뽑는 행동을 통해 최대한 내가 원하는 종족이나 카드를 확보해야한다. 거꾸로 말하면 랜덤성과 운적 요소로 초보와 고수의 차가 크게 나지 않는게 패밀리 포지션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4. 진행도 보너스를 파악하고 결정할 것 - 초반에 좋은 보너스를 주는 진행도를 보고 대충 올라타지 말 것. 정상에서 주는 보너스를 먼저보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선택할 것.
#5. 이벤트 카드 잘 이용할 것 - 사실 가장 운적이고, 랜덤성이 강한 요소이나 잘 이용할 수 있으면, 반드시 득이 된다.
사실 이 게임에 제가 간만에 열광하는 것은 임페리얼 세틀러 세계관의 특유의 매력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가족에게 쉽게 들이밀 수 있으면서 어느정도 재미를 보장하는 패밀리 포지션 게임에서 좋은 게임이 나온것 같아서 입니다. 뭐 20대 처럼 모임에 나가서 밤샘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시간에 쫓겨 살고, 육아에 치이면서 느긋하게 비딸 게임이나 워게임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버님들 그렇지 않습니까?)
익숙해지면 30분 내에도 끝낼수 있을 것 같아서 부담도 적습니다.
초등 아이도 잘 즐기고, 와이프도 즐거워하는 이 게임을..
오늘도 보드게임 한 번 해보고 싶어하고, 가족에게 전파시켜보고 싶어하는 보드게임을 사랑하는 아버님들, 어머님들 그리고 가족내에 수많은 나홀로 보드게이머 들에게 살포시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