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24] 정령섬 승리조건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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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04:51

정렴섬에는 3가지 승리 조건이 있습니다. 가장 처음에는 개척자, 마을, 도시를 모두 없애야하고, 게임 중반쯤 가면 마을과 도시만 없애면 되고, 후반부에는 도시만 없애면 승리를 할 수 있죠.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에러플로 플레이어들에게 좀 더 쉽게 플레이 할 수 있었음에도 공포 레벨3에서 간신히 클리어를 했습니다. 그 첫판을 하면서 든 생각이 공포 레벨3에서도 간신히 클리어를 했는데, 승리 조건이 더 어려운 레벨1이나 2는 대체 어떻게 깨라는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최근에 아내랑 처음 2인플을 돌려봤는데, 가장 기본 세팅으로 초보자 스피릿 + 추천해주는 파워카드를 그냥 가져가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더니 공포레벨2에서 마을과 도시를 싹쓸이하고 손쉽게 승리를 했습니다. 일단 레벨2에서 깰 수 있다는거에 놀랐지만, 파워 카드가 랜덤이 아니라 추천해주는거 가져가는거라서 좀 더 쉬웠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쉬우니까 레벨2에서 깰 수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넣으면 공포레벨3 가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여전히 공포레벨1에서 과연 이걸 깰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게임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스피릿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세지는데 승리조건은 점점 완화되는 이상한 구조. 물론 스피릿이 세지는 것과 비례해서 적도 더 많이 쳐들어 오지만 결국은 어차피 레벨3에서 깨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레벨2랑 레벨1 승리조건은 대체 왜 만들어 놓은건가. 만약에 플레이어들이 처음 시작부터 레벨1에서 클리어를 목표로 하거나 레벨3에서 클리어를 목표로 한 다음에 그것에 따라서 전략을 다르게 세울 수 있다면 레벨1,2의 승리조건이 의미가 있겠지만, 일단 그게 가능하다면 굳이 레벨3까지 질질 길게 끌고가서 승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통은 모두가 침략자 박멸을 목표로 게임을 진행하지만, 레벨1에서는 승리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어서 그냥 최선을 다해서 적을 잡다보면 어느새 레벨2가 되어 있고, 또 여기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느새 레벨3이 되어 있어서 '와! 드디어 레벨3이다! 이제 도시만 부수면 된다!'를 외치면서 그제서야 도시를 부수고 도시를 못 짓게 할 최선의 수를 찾아봅니다. 그러니까 레벨1과 레벨2의 승리조건은 플레이어들에게 서로 다른 전략적 선택지를 줄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그냥 레벨3에 도달할때까지 게임을 끝내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존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도시만 부수면 승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면 한 턴만에 게임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게임 볼륨을 만들기 위해서 레벨1과 2의 승리조건이 있는게 적절한 장치였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도달할 수 없는 레벨1,2의 승리조건을 보면서 이건 대체 왜 있는걸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제 느낌에는 '이 게임은 도시를 부수면 승리를 하는거지만, 침략자들이 도시를 많이 지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좀 줘. 그 와중에 너희는 최대한 침략자들이 도시를 못 짓게 막아보고'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레벨1, 2의 승리조건을 없애고 게임의 승리조건을 '공포레벨3 달성 후 도시 모두 박멸 혹은 공포레벨 4 달성'으로 해도 게임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이 게임을 몇 판 못해봤고 정령도 많이 못 써봐서 다른 정령들은 레벨1, 2의 목표에 도달하기 더 쉬운게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차피 레벨 1,2의 승리조건은 레벨3보다 좀 더 강화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정령이 있다면 레벨3의 승리조건을 만족시키는데 똑같이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정령섬 여러판 돌려보신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레벨1의 승리조건을 달성해 보신 분이 계신가요? 또는 레벨 1, 2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면 전략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