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다이나믹 보드게임. 로빈슨 크루소 비글호 항해기 #3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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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8 21:44

세번째 시나리오 후기입니다.

배에 승선후 이제 집에 돌아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학자 다윈 양반이 2년간 고생한 것은 싹다 잊었는지 해양 연구및 해도 작성까지 하겠다고 난리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니면 그거 좀 작성한다고 후세에 이름이라도 떨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쨌든 고용되었으니 하라는대로 하는 수 밖에.

그나저나 H 선교사가 뭔가 안절부절 어수선하다. 뭔가를 계속 찾고 있는 듯 한데.. 주술도구라도 잊어버렸나? 별 생각없이 선실에서 쉬고 있는데, H 선교사가 내게 다가와 자기의 일지의 행방을 묻는다. 글쎄, 내가 그걸 어떻게... 잘 모르겠다고 하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내 선실을 다짜고짜 뒤지기 시작한다. 표정이 너무 안좋아서 차마 말리지는 못하고, 그의 뒤에서 섬에다가 놓고온것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었지만, 들은체도 안하고 한참을 뒤지나 결국 포기하고 나간다. 축처진 어깨가 안쓰럽다.

섬을 떠난 지 몇일 되지 않은 어느날 새벽, 안개가 자욱한 바다위로 음산한 분위기의 배가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유령선이라는 걸까? 선원들 모두가 공포에 질렸고, H 선교사의 악을 퇴치하는 주술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그는 끝내 일지를 찾지 못해 요즘 술독에 빠져 매일매일 고주망태로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그놈의 일지에 뭐를 기록하고 있길래.... 다행이 안개지역을 벗어나며 유령선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개 지역을 벗어나 다윈이 열심히 바다를 조사한다. 그러던 중 우리는 수많은 갈매기 떼들을 만난다. 머지 않은 곳에 육지가 있는 모양이다. 잠깐 배를 정박하고 쉴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많은 선원들이 환호한다.

우리는 육지에서 쉬어가고자 섬을 향해 갔으나, 다윈이 지금 놀고 있을 시간이 어디있냐며 반대를 하는 바람에 섬은 그냥 지나쳐가게 되었다. 식량도 거의 떨어져가고 섬에서 식량도 좀 얻는게 좋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나는 바다낚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낚시 용품을 제작하여 많은 식량을 확보해 나갔다.

주변에 섬들이 곳곳에 많이 보인다. 우리는 만약을 대비해 섬 주변을 따라 항해를 하고자 하나 해류가 강하여 자꾸 배의 방향이 틀어진다. 강한 해류에 맞서 조타를 행하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조타수 역할을 교대하였으나, 나는 무릎이 좋지가 않아 해당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열외를 받았다. 술독에서 깨어난 H 선교사가 내 옆을 지나치다가 자네는 할 수 있는 일이 뭐냐는 핀잔을 준다. 참으로 고약한 선교사다. 내가 매일매일 열심히 뛰어난 솜씨로 많은 물고기를 잡고 있는 것은 알지 못하나 보다.

두번째로 지나치는 큰 섬 주위에 약간 다르게 생긴 갈매기 무리들이 보인다. 생긴것이 조금 얍삽해 보였다. 다윈은 이들을 제비 갈매기라 이름을 붙였다. 참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학자답게 작명센스가 좋다.

H 선교사가 정신을 차리고 키를 잡았는데, 조타 교육때 술에 취해 있었는지..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 나는 이 기회를 틈타.. 그동안의 핀잔을 보답하는 의미로 왜 그 방향으로 가냐고 한마디 해주었다. 나는 내친김에 H 선교사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자 무릎의 통증을 참으며 조타를 잡아 훌륭히 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런데, 참 운이 없었다.. 내가 조타를 잡은 지점은, 주변에 소용돌이가 있는 지역으로 훨씬 해류가 강한 지역이었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과 아예 180도 반대 방향으로 항해를 해 버렸다... 더군다나 고래와 충돌까지 하여 배에 손상까지 입혀버렸다. H 선교사의 눈치를 흘끔 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이 사건 이후 아무도 나에게 조타수를 맡기지 않았다. 배가 여기저기 손상이 많이 된 상태여서 배 수리도 신경을 써야 했다. 다행히 리라 목수가 적절히 수리해주어 안전하게 항해를 해 나가는데에 큰 걱정은 없었다. 다윈도 큰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을 하고 이정도에 만족하기로 하였는지, 해양 조사 임무는 여기까지로 종료하겠다고 선언한다. 다행이다. 이제 진짜 집에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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